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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어디까지 왔나 (7) 에필로그] 로봇이 자산 관리하는 세상 도래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

기사입력 : 2021-10-18 00:00

금융권,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AI 은행원과의 상생 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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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권은 챗봇, 대출심사, RPA 등 AI를 다양한 분야에 도입하고 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 금융권은 챗봇, 대출심사, RPA 등 AI를 다양한 분야에 도입하고 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최근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AI)을 금융 분야에 응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AI로 데이터를 분석·관리하고 고객을 응대하며,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까지 실시한다. AI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금융업의 인공지능 활용, 어디까지 왔을까? 은행권의 현재 인공지능 활용 모습을 비추며 미래 전망을 알아본다. 〈 편집자주 〉


금융권은 AI를 다양한 분야에 도입하고 있다. 신용도를 평가하는 ‘AI 스코어링(AI Scoring)’이라는 기법을 통해 대출(여신) 심사를 자동화하고, 고객이 24시간 언제든 편한 시간에 상담할 수 있도록 AI 기반 ‘챗봇’을 시장에 내놨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도록 로봇 자동화 시스템(RPA) 기법을 도입했고 AI가 주가를 예측하고 자산을 운용하는 시대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금융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는 금융 분야만의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의 사생활 중 가장 중요한 자산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AI 혹은 빅데이터 한계로 꼽히는 개인 정보 침해 우려나 차별 심사 등을 불식시켜야 한다.

앞으로 은행은 어떻게 변할까?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극작가로 불리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우리는 오늘은 이러고 있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요?”라는 말을 남겼다. 하물며 10년, 100년 뒤의 일을 어떻게 예견하겠냐마는 은행들이 저마다 ‘디지털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AI와 친숙해지고 있는 만큼 AI가 가지는 장점과 단점, 위험성 등을 똑바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먼 미래는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 로봇이 내 자산을 지켜줄 수 있을까

최근 금융권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활용도가 크게 늘고 있다. 코스콤이 운영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계약자 수는 지난 2017년 말 4만명에서 올해 7월 말 39만 명으로 10배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운용 자산 규모(AUM)도 4220억 원에서 1조 7987억 원으로 4배 넘게 불었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 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다. 고도화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 프라이빗 뱅커(PB) 대신 모바일 기기나 PC로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말한다. 펀드 판매 수수료 외에 별도 추가 서비스 비용은 없다.

14일 기준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에 공시된 은행 부문(KB국민·신한·하나·우리) 로보어드바이저 운용 정보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RA) 펀드를 운용해 얻은 수익률이 최고 2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평균 수익률은 9.48%였다. 예·적금 금리 대비 5~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투자성향별로는 고위험·적극투자형 7개 펀드가 평균 12.71%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위험·위험중립형 7개는 9%, 저위험·안정형 7개는 6.71%다.

시중은행들은 각각 ▲KB국민은행 ‘케이봇 쌤’ ▲신한은행 ‘쏠리치’ ▲우리은행 ‘우리로보알파’ ▲하나은행 ‘하이로보’ ▲NH농협은행 ‘NH로보프로’ 등 저마다 다른 이름의 로보어드바이저를 내걸고 있다. 알고리즘을 개편해 펀드·개인연금·퇴직연금 등 상품을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맞는 범위 안에서 고객에게 추천한다.

고객 입장에서 ‘AI로 주가를 예측하고 수익을 지속적으로 거두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생긴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을 압도한 것처럼 금융 분야에도 AI 능력이 고도화할수록 자산 운용을 넘어 시장 평균 수익률을 뛰어넘는 펀드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냐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현재로서는 AI를 이용한 자산 운용은 보편화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적용된 실적만 놓고 보더라도 성공했다고 말하기에는 이른 단계다.

일본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 와세다대학교 교수는 저서 <AI와 금융의 미래>에서 “주가를 예측하는 방법 중 일정 기간 주가 움직임을 그래프화한 ‘괘선(차트)’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테크니컬 분석’이 많이 쓰이는데, 이러한 기법이 실제로 유효한지는 의문이 따라온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어느 주식을 지금 사야 한다고 괘선에 의해 결론 내렸을 때는 이미 근거로 활용된 법칙과 데이터를 관계자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주식은 대량 매입돼 이미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AI를 활용한 매수 시점이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금융 분야에서 AI를 응용함에 있어 확실히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 발견되면, 누구나 그것을 복제할 수 있기에 시장에서 평균을 웃도는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아이폰과 같은 기기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워런 버핏이 투자하는 종목에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것과 같다.

<4차 산업혁명 재테크의 미래> 저자 정재윤 씨는 이에 관해 “로보어드바이저 핵심은 로봇이 주가 상승이나 하락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현대 포트폴리오이론(MPT)에 따라 리스크를 낮추면서도 기대수익을 높여줄 수 있는 자산의 최적 포트폴리오 조합을 찾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인간 펀드매니저나 프라이빗 뱅커(PB)가 한정된 경험이나 감으로 찾았다면, 로보어드바이저는 빅데이터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비롯한 혁신적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대표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파운트’의 김영빈 대표는 “인공지능의 자연어 처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시간 뉴스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전략에 대응하는 알고리즘이 나올 것”이라며 “과거의 데이터에 의존하던 방식과 다르게 뉴스를 분석하고 과거 추이와 비교해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로보어드바이저가 진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AI 은행원, 일자리 빼앗을까

AI는 금융 업무의 자동화 및 효율화에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음성인식을 활용해 콜센터 업무를 자동화하고 AI가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다. 덕분에 인력과 비용을 절약하고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장점은 금융사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은행원들에게는 마음 한편에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인간이 수행해온 일이 AI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에 의해 대체된 사람들을 어떻게 다른 업종이 흡수할 것인지가 앞으로 중요한 사회 과제로 부상한다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현재 AI 기술은 사람과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대화는 가능하지만, 모두 한정된 범위 내에서 특정한 목적을 위한 대화만 가능할 뿐이다. 공상 과학 영화(SF)처럼 로봇이 스스로 보편적인 판단을 내리거나 인간과 사랑을 나누는 일상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AI 기술의 최종 목표가 인간과 더욱 가까운 지능을 로봇에 구현하는 일이기 때문에 노동자 입장에서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국내은행 점포 운영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 은행 점포 90곳이 문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폐쇄되는 점포 수가 50곳 안팎이었던 몇 년 전에 비하면 점포 감소세가 가파르다. 4대 시중은행은 올 하반기에도 최소 130개 점포를 추가 폐쇄할 예정이다. 글로벌 금융사를 가장 많이 두고 있는 미국에서도 길거리에 은행이 사라지고 있다.

점포 축소는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7개월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는 2500여 명의 은행원이 짐을 쌌다.

지난 10년(2011년 3월 ~ 2021년 3월) 사이 8000명이 줄었는데, 그중 31%가 지난 1년도 안 된 최근에 은행을 떠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AI 은행원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무인형 점포에 창구 직원 없이 디지털 기기 속 영상 합성과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한 AI 은행원이 고객이 원하는 업무를 안내한다. 고객은 얼굴과 손바닥(장정맥)의 생체정보를 AI 은행원 도움을 받아 간편하게 등록하고 손쉽게 출금·이체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다.

다만, AI를 잘 활용하면 기존 노동자와 기술 간 상생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많다. 임홍순 빅트리 대표이사는 저서 <인공지능 인사이트>를 통해 “점포 축소나 일자리 감소가 경제 상황이나 청년이 느끼는 ‘취업난’을 봤을 때 우려할 상황은 맞지만, 이는 혁신적인 기술이 출현할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두려움이기도 하다”며 “과거 산업혁명이나 인터넷·모바일 등 기술 진보가 산업구조 전반을 재편할 때도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과 우려는 컸지만, 결과적으로는 산업 생산성이 향상됐고 대체되는 일자리보다 신규 일자리가 훨씬 늘어났다”고 전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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