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조원에 이어 4월엔 1조원 규모로 실시했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중 총 5~7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5~6월에 2~4조원의 단순매입이 이뤄질 수 있다.
■ 향후 2달 약속한 물량 '2~4조원' 규모와 종목 선정은 철저히 시장 상황 따라
앞으로 5월과 6월엔 1~2조원의 단순매입이 이뤄진다.
한은이 상반기 단순매입 규모의 맥시멈인 7조원의 상단까지 다 채운다면 5월, 6월에 각각 2조원씩 채권을 살 수 있다.
다만 한은은 채권시장의 안정 정도에 따라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 시장운영팀의 공대희 차장은 "2조원을 할지, 4조원을 할지, 지표가 들어가는지 여부 등은 전적으로 시장 상황에 달렸다"고 말했다.
만약 5~6월에 4조원의 단순매입을 모두 실시한 뒤에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엔 단순매입 외의 안정 조치를 추가로 실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은의 시장안정을 위한 단순매입은 시장안정의 정도에 따라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 장기물 금리가 꽤 오르면서 한은이 이날 단순매입을 실시하지만, 지난 3월에 비하면 시장이 크게 안정된 상황이어서 규모를 3월의 절반인 1조원으로 책정했다.
종목 선정 역시 시장 상황의 종속 변수다. 이날 단순매입에는 지난 3월에 포함됐던 3년 지표물(20-8)과 5년 비지표(19-5)가 제외됐다. 10년, 20년 경과물로만 구성된 5~8년 구간으로 라인업을 짰다.
지표물 매입을 통해 시장을 급하게 안정시켜야 할 필요성이 3월보다 적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패턴', 즉 비지표 경과물을 중심으로 단순매입을 하는 것이다.
■ 추경 따라 계속되는 수급 불확실성...한은도 상황 보면서 대응하는 게 무난
다음주 5월 2일 더불어민주당 새 지도부가 출범한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임되면 당 차원의 추경이나 코로나19 피해보상금 지급 논의가 빨라질 수 있다.
사실상 국회를 독점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상당수가 현금 추가 지원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로 나선 3인방 중 한 사람인 우원식 의원은 코로나 피해의 '소급적용'까지 공언한 상태다.
향후 추경 규모가 관건이 되겠지만, 힘 빠진 정부가 아닌 여당의 적극적인 푸시로 국채 발행 물량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들도 이런 점을 감안하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만약 하반기 10조원 이상 추경을 하면 분명 수급 타격이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일부에선 이런 우려가 반영됐다고 하는데, 막상 닥치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입찰 앞두고 시장이 헤지를 하느라고 밀리지 않느냐. 하반기에 적자국채 없이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도 어려워 수급 부담이 다 반영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1분기 GDP를 통해 올해 성장률 4%대 가능성이 커지는 등 경기회복세는 보다 강화되고 있지만, 여당 의원들은 현금지원 등 돈을 더 쓰는 쪽으로 분위기를 모아가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 경기회복세와 수급 부담을 감안해 한은도 단순매입 등 시장안정화 조치들도 '조건부' 대기 상황이란 평가도 보인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은 입장에서도 불확실한 추경 규모 등을 대비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듯하다"며 "시장 안정 흐름이 이어지면 상반기 중 매달 1조원, 즉 2조원만 더 단순매입을 한 뒤 하반기 상황에 대비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일상화된(?) 단순매입...종목, 제도 개선 목소리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단순매입이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일각에선 단순매입의 '자의적인' 요소를 줄이면서 시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한은의 종목 선정에 따라 특정 구간이 왜곡되거나 특정 채권 보유자들만 이익을 보기 때문에 차라리 만기 구간만 정해서 다양한 종목을 대상으로 하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예컨대 단순매입 대상을 정할 때, 발행 후 일정 시간이 지난 채권을 대상으로 하되, 일드 커브상 왜곡이 심한 구간을 중심으로 종목을 제한하지 말고 입찰을 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지표물 단순매입, 특정 종목 타게팅 등은 단순매입에 어울리지 않거나 이해상충 요소가 있다. 따라서 종목수를 크게 제한하지 말고 예컨대 만기 7년 내외 구간 등을 정해서 하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D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 지표물로 단순매입을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접근은 어디까지나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예컨대 단순매입은 유동성이 없어져서 먹통이 되는 구간을 중심으로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먹통 구간의 상황이 나아지고 일드 커브가 매끈해지면 전체적으로 시장에 더 활력이 생긴다"면서 단순매입이 평소보다 많이 이뤄지는 요즘 같은 때에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보였다.
E 채권 운용자는 "오늘 단순매입에서 보듯이 비지표에 거래가 안되니 많이들 밀어넣었다. 보험사만 좋은 일 시키자고 단순매입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엔 특정 외국계 펀드의 10년 경과물 매도로 인해 특정 구간이 왜곡되자 단순매입 필요성을 거론하는 매매자도 있었다.
최근 이자율 시장은 한국물 운용과 관련해 가장 유명한 특정 펀드와 유럽계 은행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한 교체매매에 주목했다.
외국인은 전날 만기가 23년 12월인 국고20-8호를 3,180억원 매수하고 만기가 29년 12월인 19-8호를 3,382억원 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26일엔 20-8호를 9,440억원 사고 19-8호를 1조원 매도했다. 지난주 수요일(21일)엔 통안채 입찰을 통해 통당을 1.6조원 사고, 19-8을 1조 7,100억원 매도했다.
국고19-8호에 대한 큰 거래가 있었던 이 3일간 외국인은 10년 경과물을 3조원 넘게 팔고 짧은 채권을 비슷한 규모로 매수한 것이다. 이런 거래들은 한국 경제 회복세 강화에 따른 듀레이션 축소 베팅이나 커브 스티프닝 플레이 등으로 평가 받기도 했다.
이날 단순매입 입찰에선 3.28조원이 응찰해 1조원이 낙찰됐다. 국고19-4호에 1.74조원이 응찰해 5천억원이 낙찰됐다. 단순매입 입찰 이후 외국인의 국고19-4호 1,700억원 매도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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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