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닫기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유례없이 많이 풀린 돈

장태민 기자

chang@

기사입력 : 2021-04-13 14:40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지난 2월 국내 유동성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을 보면 광의통화(M2, 평잔)는 민간부문의 신용공급 확대가 지속되면서 41.8조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2001년 12월 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 가장 큰 규모다. 당시는 한국경제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에 증가규모는 역대 최대다.

전월에 비해서는 유동성이 1.3%나 증가한 것이며, 전년비로는 2달 연속 10% 이상(1월 10.1%, 2월 10.7%) 늘었다.

■ 2021년 2월, 사상 최대규모로 늘어난 M2 증가규모

2월 유동성 증가액을 상품별로 보면 요구불예금(+11.0조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9.2조원), MMF(+6.3조원)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은 가계부문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주로 기인했다.

MMF는 회사채 등 직접자금조달 노력, 정책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에 대한 금융자금 지원 등으로 인한 기업부문의 자금유입 증가에 주로 영향을 받으면서 늘어났다.

경제주체별로 따져보면 기업(+31.5조원), 가계 및 비영리단체(+9.4조원), 기타 금융기관(+6.6조원) 등을 중심으로 모든 경제주체의 유동성이 증가했다.

기업의 증가규모는 MMF, 수익증권, 금전신탁 등을 중심으로 늘어난 것으로 증가액은 사상 최고였다.

■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급증세와 비슷한 M2 증가세

M2의 전년비 증가율이 올해 들어 다시 두 자리수로 올라온 상태다.

M2는 2019년말까 7%대의 증가율을 나타내다가 지난해 2월 8% 위로 올라온 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유동성 공급으로 급증했다.

M2 증가율은 작년 5월과 6월 각각 9.9% 증가한 뒤 7월엔 10.0%를 기록하면서 두 자리수로 올라섰다. 이후 증가율이 다시 9%대로 회귀하는 듯했으나 올해 들어 10%를 넘어선 것이다.

M2 증가율은 2014~2015년 가계대출 확대기에 가파르게 확대되다가 2016년 전후부터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17년 9월 바닥을 찍은 뒤 재상승하고 있다.

올해 2월의 M2 증가율(10.7%)은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으로 돈을 크게 풀던 2009년 3월(11.1%) 이후 거의 12년만에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증가율이 고점을 찍고 내려가던 때였다.

지금의 증가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의 유동성 급증기를 연상시키고 있다. 2005년 전후 6% 수준을 보이던 M2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엔 15%를 넘어가는 상황을 연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유동성 크게 경색되면서 M2 증가세가 주춤해졌으나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엔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 유례없이 많이 풀려 있는 돈의 양

M2 규모를 연간으로 살펴보면 지난 2019년 2,810조원을 기록한 뒤 2020년엔 3,071조원으로 3천조원을 뛰어넘었다. 연간 증가율은 7.0%에서 9.3%로 확대됐다.

올해 들어 2월 현재 M2는 3,274조원에 달한다.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돈이 시중에 풀려 있는 것이며, 돈이 늘어나는 증가세 역시 두드러진다. 올해 2월 M2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6.8조원(10.7%)이나 늘어난 것이다.

한국은행이 작년 5월 금리를 사상 최저수준(0.2%)으로 낮추고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역대 최대폭으로 늘린 데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지출로 나오면서 돈은 어느 때보다 많다.

사상 최저금리로 인해 협의통화(M1)는 그 덩치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M1는 2019년 연간으로 877조원 수준이었으나 2021년 2월 현재 1,205조원으로 37%나 커져 있다. 동일기간 M2는 17% 증가해 있다.

협의통화는 화폐의 기능을 중시한 통화지표로,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예급취급기관의 결제성예금을 합친 것이다. 가장 넓은 의미의 돈으로 볼 수 있는 광의유동성(L)은 2월 현재 5,760조원으로 확대돼 있다.

■ 낮은 통화승수와 엄청나게 고여있는 돈

본원통화를 증발하면서 M1, M2, Lf(금융기관유동성), L(광의유동성) 등이 모두 덩치를 키웠다. 본원통화 평잔은 작년 4월 196.4조원으로 200조원에 육박하더니 지금은 227.1조원 수준이다.

본원통화는 한국은행이 지폐와 동전 등 화폐발행의 독점 권한을 통해 공급한 통화다. 화폐발행에 예금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예치금을 더해서 계산한다. 이 본원통화는 가지치기를 통해 시중의 유동성을 역대 어느 때보다 풍부하게 만들었다.
다만 흔히 얘기하는 통화승수는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상황임을 알려주고 있다. M2를 본원통화로 나눈 값인 통화승수는 14.4배 수준으로 1월과 비슷했다.

본원통화(monetary base, base money)는 하이 파워드 머니(high-powered money)다. 시중에 자금을 펌프질하는 기본적인 돈이며, 시중 돈의 양은 승수에 의해 결정된다. 통화승수는 한국은행이 본원통화 1원을 공급했을 때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했는지를 나타낸다.

통화승수는 통상적으로 현금통화와 지급준비율에 영향을 받으며, 이 승수가 낮다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현금 보유 성향이 강해 돈이 돌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통화승수가 낮으면 한은은 본원통화를 더 적극적으로 공급하게 되고, 지금은 역대 유례 없이 많은 돈이 고여있는 상황이다.

■ 유동성 바다 속에서 벌어지는 LTV·DTI 완화 감성 플레이

지난 4.7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뒤 여당에선 LTV, DTI 완화를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금융위 등에서도 이 문제를 따져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아파트값이 2배 이상 된 곳도 수두룩한 가운데 유동성은 역대급으로 풀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에서 대출 완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송영길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현해 "분양 무주택자에게 LTV, DTI를 90% 확 풀어야 한다"면서 "LTV와 DTI를 40%, 60% 제한하면 10억짜리 집을 사기 위해선 6억원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는 "(규제로 인해) 현금 가진 사람만 줍줍하게 된다. 이런 일을 할 실력과 배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감성적 접근은 위험하다. 실력이 없는 사람들이 배짱만으로 밀어붙이다가 이미 아파트값 폭등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한 상황이다. 예컨대 자기자본 1,2억원 밖에 없는 사람이 10억원 짜리 집을 사도록 부추기는 정책가들은 무책임한 사람들이다.

증권사의 한 직원은 "송영길 같은 사람의 말을 들으면 저절로 혀를 찰 수 밖에 없다"면서 "유동성이 이렇게 풀린 상황에서 LTV 완화를 거론하고 집값이 폭등한 뒤 빚내서 집 사라는 말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지난해 아파트값 급등의 원인 중 하나였던 임대3법 철폐를 외치는 목소리는 왜 여당에 없냐고 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이나 정부 사람들이 LTV 완화와 같은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다. 할 때 하더라도 지금 같은 때에 하면 안 된다"면서 "안 그래도 부채가 급증한 데다 유동성이 대거 풀려 있는 상황에서 LTV 완화 등을 통해 유동성을 계속 늘리면 집값만 더 자극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를 전혀 모르는 여당이나 정부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이다보니 이 사단(아파트값 폭등)이 난 것 아니냐"면서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는 자들 때문에 재산세, 종부세 기준일 이후인 6월부터는 집값이 더 폭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실성 전혀 없는 2.4대책 같은 걸 발표한 뒤 자화자찬할 정도로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정부 아닌가"라며 "공공주도 재개발이 효과를 내기도 어렵고 공급 부족 문제를 풀지도 못한다. 이미 늦었지만, 단기적으로 집값이 들썩이더라도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35층 층고제한 철폐, 그린벨트 해제 등 전면적인 공급 확대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한국은행

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