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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여는 인맥관리 30] 이건희 회장의 사람공부

윤형돈 FT인맥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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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11-18 18:33

영화를 통해 사람을 공부하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한해 이익의 20%가 넘는 돈인 234억원을 들여 장애인들의 사회참여를 장려하는 차원에서 무궁화 전자를 설립하였다. 거액을 기부하는 것보다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먹고 살 방법을 기업이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이라고 판단했다.
회장의 설립지시가 떨어지고 3개월 뒤에 공장설계와 관련한 브리핑이 있었다. 발표가 끝나자 이회장은 모든 문을 슬라이드 형태로 만들고, 식당내부의 배식대 높이를 낮추는 등 세부적인 사항을 보완하라고 전달했다. 마치 오랫동안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해 본 사람처럼 세세한 배려가 이어졌다.

당시 한 임원이 이회장에게 문의했다. “장애인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계신데, 어떤 연유로 알게 되신 겁니까?”

이회장이 답했다. “자네는 영화도 안보나. 장애인과 관련된 영화를 두어 편 보면서 장애인들의 생활에 대해서 연구했을 뿐이야.”

삼성의 인재 제일주의의 출발점
6.25 전쟁을 겪으면서 이병철 회장의 삼성물산 공장은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빈털터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선대회장이 대구의 조선양조와 삼성상회의 경영을 맡겨놓은 이창업이 전쟁통에도 당시 돈 3억원이라는 거금을 모아두었다가 선뜻 이병철회장에게 내놓았다. 이창업이 다른 마음만 먹었다면 지금의 삼성그룹은 없을지도 모른다.

3억원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재기의 발판이 되었고, 삼성가의 인재제일주의와 임직원에 대한 신뢰가 출발한 근원이다. 이건희 회장이 사람공부에 전념하게 된 것도 그때의 경험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을 맡으면서 1995년 삼성그룹 공채에서 학력제한이 없어졌고, 성차별 해소를 위해 여사원 근무복을 없앴고, 공채에서 여사원들을 뽑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는 방법
이건희 회장은 12살의 어린 나이에 일본을 배우고 오라는 선대회장의 지시로 유학을 갔다. 맹희, 창희 형들이 있었지만 10년 이상의 차이가 있어서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닌 이회장은 학교만 끝나면 영화관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동시 상영관이 많아서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어서 3년간의 유학생활 동안 1천여 편 이상을 봤다고 한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매일 같이 영화에 빠져 사는 아들을 혼내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의 영화를 보는 방법에 대해서 감탄했다.

이건희 회장은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본다. 처음에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몰입하여 영화를 보고, 다음에는 조연들의 입장에서 보고, 악당의 입장에서 보고, 그리고 제작자의 입장에서, 감독의 입장이 되기도 하였다. 영화에 등장한 풍경이 어느 곳인지, 왜 그곳을 선택했는지 까지 연구하여 본다. 영화를 풀어 헤쳐서, 영화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과, 영화에 담긴 철학, 수많은 스텝들이 하려는 이야기까지 꼼꼼히 듣고 생각한다. 영화평론가와는 보는 관점이 다르다.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하고 배운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이건희 회장은 평범한 삶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학업을 마친 다음에는 선대회장과 함께 경영일선에 나서며 경영자로서의 수업을 받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건희 회장은 다양한 계층의 삶을 그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었다. 영화가 이건희 회장의 사람공부와 사물을 바라보는 교과서 역할을 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고교동창인 고 홍사덕 국회부의장은 고교시절을 회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고교생 시절에 삼성에서 간부 한 사람이 내쳐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고교생인 건희가 아버지께 그분의 복권을 고집스레 권유했죠. 결국 이병철 선대회장께선 그 분을 다시 재기용하셨고, 나중에 삼성 발전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당시 건희에게 고등학생이 뭘 안다고 그러냐고 얘기했는데, 건희는 ‘나는 사람에 대한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영화 <벤허>에 수십 시간을 투자해 연구하고 이렇게 말했다.

“벤허와 멧살라는 말을 모는 스타일부터 다르다. 멧살라는 채찍을 강하게 후려치며 달리는데, 벤허는 채찍 없이도 결국 승리한다. 영화감독이 일부러 벤허의 캐릭터를 살리려고 그렇게 찍었을지 모르지만, 그 경주는 2급 조련사와 특급 조련사의 경기나 다름없다. 특히, 벤허는 경기 전날 밤에 네 마리 말을 한 마리씩 어루만지면서 사랑을 쏟고 용기를 북돋워주기까지 한다.”

이건희 회장은 영화 <벤허>에서 얻은 경영 교훈을 바탕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동기부여를 위해 삼성고유의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었다. 채찍 없이 승리하고 싶었던 것이다.

출처: 청년 이건희 (명진규 저)

윤형돈 FT인맥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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