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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카이스트 이광형 총장, 스승의 길 [마음을 여는 인맥관리 74]

윤형돈 네트워킹센터장

기사입력 : 2026-05-05 06:00

사진: KAIST

사진: KAIST

이광형의 인생을 바꾼 말 ‘칭찬’

이광형은 정읍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사대부중으로 진학을 했다. 입학식 날, 다른 학생들은 모두 부모님과 함께 왔는데 그만 혼자 도착했다. 입학식이후 교실을 찾아가야 하는데 건물이 헷갈려 뒤늦게 교실에 도착했다. 늦게 나타난 어리버리한 학생에게 선생님은 “네 번호는 61번”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키순서대로 하면 중간 번호를 받아야 할 이광형은 학생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빈자리에 앉았다. 자리도 키 큰 학생들이 앉는 뒷자리에 끼어 앉았다. 1년 내내 열네살 학생이 겪어야 할 좌절감, 수치심은 결코 적지 않았다. 자연히 학교생활에 흥미가 떨어지고 매월 숙제를 안 해서 손바닥 맞는 일이 잦아졌다. 2학년으로 올라가니 번호와 자리도 정상으로 되었다. 영어선생님은 자주 정읍학생에게 질문도 했다. 선생님이 관심을 가져주니 동기 부여가 되어 첫번째 중간 시험에서 반에서 과목별로 1~2등을 했다. 2학기에는 부반장에 당선이 되었다. 이광형은 “교수가 되어도 중학교 시절이 계속 생각나는 것을 보면 사소한 것이 아주 중요한 것임을 깨닫는다” 말했다.

어떤 학생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가 있었다. 이 학생은 언제나 발표에 자신이 없다 보니 우물쭈물 말이 입속으로 들어갔다. 순간 이광형은 중학교때 영어선생님이 생각났다. 잘 못하는 것을 잘하도록 하는 것이 교수의 임무다.
이광형은 학생에게 연습을 얼마나 했는 지 물었고 학생은 시간이 없어서 연습을 못했다고 답했다. ‘연습을 했는 가’라고 물음으로써 교수는 ‘책임을 연습’으로 돌렸다. 그리고 6개월뒤 발표에서는 연습을 많이 하라고 강조했다. 학생은 6개월뒤 기대에 부응해서 돌아왔다. 이광형은 다른 여러 학생들이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잘 했어! 너 이제 됐다. 연습을 하니 되잖아!”

이광형이 프랑스 인샤대학 유학당시 프랑스 사람들의 눈에는 1980년대 초반 한국에서 온 유학생은 별볼일 없어 보였을 것이다. 속으로는 무시했을 수도 있고 말도 더듬거리는 아시아 국가의 한 학생에게 특별히 관심을 가졌을 리도 없었을 것이다. 반전은 아주 사소한 일로 전혀 기대하지 않게 왔다. 이광형이 학과 사무실에 둘렀는데 두 명의 사무원이 쩔쩔매면서 신형타자기를 만지고 있었다. 고장이 난 것이다. 당시에는 신기술이다 보니 단순한 고장에도 당황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 유학생의 눈에는 매우 간단해 보였다. 사무원들에게 이러저러하게 해보라고 했더니 타자기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과 사무원이 말했다 “천재 네”
항상 주눅들어 다니던 한국인 학생에게 그 한마디가 오늘날의 이광형교수를 만드는 밑바탕이 되었다

열등감을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법, 겸손

이광형은 사대부중을 거쳐 사대부고로 진학을 했다. 사대부고가 1년에 서울대에 약 70명 가량을 진학시키던 시기였다. 이광형은 모의고사 성적이 합격권이어서 당연히 합격하리라 생각했지만 낙방을 하고 재수를 했다. 1년 동안 재수학원을 다니면서 반성했다. 젊은 시절에 잘 놀고 공부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쟤들은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구나하고 ‘하며 열등감을 느꼈다. 사람들은 그를 머리가 명석한 편이라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엉덩이가 무거웠다고 기억한다. 그래서 프랑스 유학시절에도 일주일에 7일을 공부했다. 그리고 성과를 내니 명석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그때마다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이 분들은 나의 진면목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절대 겸손해야 한다’

넥슨을 창업해 세계3대 게임회사를 만든 김정주닫기김정주기사 모아보기는 이광형에게 편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이광형 마음에는 마이너스 기운이 올라오려고 했다. 그러나 이광형은 중학교때 영어선생님을 생각하고 인샤 대학의 과 사무원을 떠올렸다. 김정주가 다른 연구실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람인지라 우리 연구실에서도 적응을 못할 거라는 생각이 자연적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여기에서 상식적인 판단에 따라 가면 아무 변화도 안 생긴다. 저런 학생들을 받아서 길러야지, 옛날 선생님들이 나에게 해준 것을 기억해봐,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커다랬는지 나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 않는가?
겸손이 이광형을 스승의 길로 이끌고 방황하던 김정주에게 큰 힘이 되었다.
이광형은 학생시절 장학금을 많이 받았다. 사대부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카이스트 등 계속 국립학교를 다녔다. 심지어 재수학원에서도 받았다. 정부 지원금으로 다시 말해 국민 세금으로 공부한 셈이다. 그를 키워준 것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라고 생각한다. 병역도 카이스트에서 병역특례로 마쳤다. 유학도 프랑스 정부 전액 장학금으로 해결했다. 이광형은 이 빚의 무게가 크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갚을 것인지 말하고 있다.

이광형이 추천하는 필독서는 예일대 교수인 에이미 추어가 쓴 <제국의 미래>다. 이 책은 제국으로 발전한 국가의 성공요인으로 ‘관용’을 꼽는다. 이 원칙은 국기 뿐만 아니라 개인과 조직에도 적용된다. 카이스트가 한국정보통신대학교를 통합할 때 한국정보통신대학교 교직원의 불안감이 상당했다. 이광형은 정보통신대학교 교직원들에게 카이스트 인사제도를 설명할 때 이 책을 가져갔다. “저는 이 책에 따라 할 것입니다”

사람은 높은 지위나 우월한 지위에 오르면 자신도 모르게 권위를 세우고 싶어한다. 이광형은 10년이 지나 다시 그 책을 정독하고 수십권을 사비로 사서 카이스트의 리더급 직원에게 나누여주었다. 포용과 관용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어서 였다.

출처 및 인용: 이광형 카이스트의 시간

윤형돈 네트워킹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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