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18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80원 내린 1,103.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2018년 6월15일(1,097.70원)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달러/원은 개장과 함께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밤 사이 브렉시트 합의 기대로 파운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 크다.
하지만 달러 약세에 기댄 달러/원의 하락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시장에 안전자산 수요가 일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313명 늘어난 2만9311명이라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수가 300명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8월 21일(324명) 이후 81일 만에 처음이다. 전국 확진자 수가 300명을 넘는 상황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로 격상된다.
여기에 미·중 갈등 재료도 부각되며 달러/원 상승 반전을 부추겼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자국 거래소에서 중국 기업을 퇴출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에 달러/위안 환율이 반응하며 달러/원 상승을 자극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달러/원은 다시 하락 반전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낙폭을 더욱 늘렸다.
백신 기대와 함께 코스피지수 상승세 지속, 조선업 수주와 외국인 주식 순매수 관련 잔여 달러 매수세 유입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달러/위안 환율도 상하이지수 반등과 함께 하락세로 돌아서자 달러/원 하락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6.5441위안을 나타냈고, 달러인덱스는 0.05% 떨어진 92.35를 기록했다.
■ "삼성전자 배당 이벤트 없었다"
이날 삼성전자는 3분기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 때문에 시장 안팎에서는 1조원 수준의 외국인 배당금이 달러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환시에 삼성전자 배당금으로 추정되는 역송금 달러 수요는 그리 눈에 많이 띄지 않았다.
오히려 오후 서울환시는 달러 공급이 수요를 압도했고, 시장 참가자들도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숏물량을 늘렸다.
역송금 달러 수요가 시차를 두고 나올 순 있지만, 이에 대해 시장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기조하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역송금보단 원화 자산 재매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배당금을 받은 후 역송금을 택하기보단 원화 자산 재투자에 배당금을 사용하려는 것 같다"면서 "오늘 서울환시에 삼성전자 배당 수요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배당금은 다시 코스피에 재투자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19일 전망…당국 개입 경계 속 추가 하락 모색
오는 19일 달러/원 환율은 1,100원선 하향 이탈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달러/원 환율은 코로나19 재확산이나 미중 갈등 재료 등 여러 악재가 노출됐음에도 하락 모멘텀이 좀처럼 훼손되지 않고 있다.
단기 급락에 따른 저가성 매수세 유입도 일부 눈에 띄고 있지만, 서울환시 수급 자체가 달러/원 하락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달러/원의 1,100원선 붕괴가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속도 조절 차원의 당국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당국이 1,100원선 하향 이탈을 막아설지, 아니면 시장 상황에 맡길지가 시장에 관심 사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수출입 관련 경상거래나 외국인 주식 순매수 기조 지속 등에 따라 달러 공급이 꾸준한 상황이고, 역내외 참가자들도 숏마인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한 상황이어서 달러/원 하락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원 1,100원선 주변에서는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크지만, 종가 수준 관리일 것"이라며 "외환 당국이 무리하게 가격 방향 자체를 꺾진 않을 것으로 보이나, 시장 참가자들 입장에서는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