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와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 조치에 따른 투자심리 경색으로 달러/원의 낙폭은 다소 제한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17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0원 내린 1,106.60원에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째 하락이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개장 초 미국 제약사인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호재로 미 주식시장이 상승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인 영향으로 하락 출발했다.
모더나는 16일(현지시간) 자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 초기 결과에서 화이자보다 더 높은 94.5%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주 화이자가 발표한 92%보다 높은 수치로 모더나는 이번 백신이 코로나19에 따른 거의 모든 증상을 예방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흘째 200명을 넘어선 데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하면서 시장 내 리스크온 분위기는 옅어졌고, 달러/원의 낙폭도 극히 제한됐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지수도 상승세가 둔화됐고, 장 후반 결국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달러/위안 환율 하락에도 1,107원선 주변 박스권에 머물던 달러/원은 외국인 주식 순매수 관련 달러 공급 물량이 등장하면서 오후 들어 낙폭을 다시 늘렸다.
같은 시각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6.5631위안을 나타냈고, 달러인덱스는 0.12% 떨어진 92.53을 기록 중이다.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서 3천524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 백신 기대에 숏마인드 지속
이날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코스피지수는 상승세가 위축된 모습이었으나, 서울환시에서는 백신 개발 기대가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압도한 탓에 원화 강세 분위기가 이어졌다.
시장 참가자들도 숏마인드를 유지하며 달러/원 하락에 베팅했다. 달러/원 단기 급락에 따라 저가성 매수세도 꾸준히 유입됐으나, 외국인 주식 순매수 관련 달러 공급 물량이 시장에 달러 수요 대부분을 소화해냈다.
달러/위안 환율 하락도 시장 참가자들이 숏마인드를 유지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환율은 전장 대비 0.43% 낮은(위안화 가치 절상) 6.5762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2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백신 개발 기대와 함께 달러/위안 하락세도 오늘 달러/원 하락을 부추겼다"면서 "코스피지수는 장 막판 하락 반전했지만, 이 역시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 수준에 그치면서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는 시장에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 18일 전망…삼성전자 배당 역송금 수요 주목
오는 18일 달러/원 환율은 단기 급락에 따른 가격 부담에 반등 또는 숨 고르기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희소식에 연일 미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최근 상승 흐름이 둔화된 데다 기술적 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주식시장이 조정 양상을 보일 경우 달러 약세 흐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삼성전자의 외국인 3분기 주식 배당금의 역송금 달러 수요가 얼마나 등장할지도 관심 사안이다. 삼성전자는 18일 3분기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외국인 배당금은 1조5천억 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외국인 주식 순매수로 서울환시 수급이 공급 우위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외국인 배당금 지급은 환시 수급 안정에도 일조할 것으로 점쳐진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삼성전자 외국인 배당(원화)이 얼마나 서울환시 역송금 수요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순 없으나, 통상 50~60%, 많게는 70% 정도가 역송금 수요로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 1조 원가량이 달러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시장 심리뿐 아니라 수급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량이다"고 설명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