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홈플러스
영업이익은 흑자인데 당기순이익이 대거 손실을 기록하게 된 것은 올해 재무제표에 새 국제회계기준(K-IFRS16)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운용리스 비용이 영업외 비용(이자비용)에 반영돼 리스 비용이 부채로 설정되면서 무형자산, 사용권 자산 등에 대한 손상차손 비중도 덩달아 높아졌다. 손상차손은 재무제표에서 손실로 처리되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을 깎아먹게 된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영업이익은 1602억원을 기록했지만 기존 회계 기준대로 계산하면 100억원도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새 회계기준을 도입한 요인 외에도 지난해 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지 못했다는 뜻이다.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불황과 코로나19로 인한 객수 감소 등이 지난해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전년 3월부터 당해 연도 2월까지의 실적이 전년도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홈플러스 회계연도 특성 상 코로나19로 인한 객수 감소가 가장 심각했던 지난 2월의 실적이 고스란히 반영되다 보니 매출과 영업익 감소가 더 크게 드러난 것이다. 이 외에도 점포 내 매장 임대료 인하 여파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홈플러스 매장 내 임대매장 입점 점주들을 대상으로 임대료 일부(혼합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는데, 홈플러스는 점포 내 임대매장이 6000여개에 달해 대형마트 3사(이마트 2400개, 롯데마트 1444개) 중 가장 많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점포 임차료 상승과 매출하락으로 인한 이익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며 "대형마트 3사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임팩트가 가장 심각했던 지난 2월의 객수 감소는 물론, 몰(Mall) 사업부문에서 자영업자들과의 상생을 위해 임대료를 인하한 여파도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올해도 유통업계의 상황이 여의치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매년 3월 연중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로 기획해 진행하던 창립기념 프로모션은 올해 코로나19의 여파로 진행하지 못했으며,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처에서 대형마트가 제외됨에 따라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이 급격하게 줄면서 매출 역시 매주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홈플러스는 올해 3개 내외의 점포의 자산 유동화를 진행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지만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지는 않을 계획이다. 그간 전통적인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올라인’(All-Line,on-line과 off-line을 더한 합성어) 중심으로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실적이 좋았지만, 온라인 성장 여력이 낮은 점포라면 과감히 유동화해 재무구조 개선과 신규 사업에 재투자하는 식이다. 실제 홈플러스의 온라인사업은 올해 3월 이후 30%대 신장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실적 중시의 점포 전략에서, 온라인배송에 유리한 점포를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이루는 식이다. 아울러 2만2000명 전체 직원 중 99%가 정규직인 만큼, 오프라인 점포가 폐점하더라도 온라인 등 주력 사업부서나 타 점포로 전환 배치해 정규직 직원으로서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별도의 자회사 설립이나 직군을 신설하지 않고 지난해 7월 무기계약직 직원 1만4283명 전원을 기존 정규직 직급인 ‘선임’으로 발령낸 바 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침체기이지만, 홈플러스의 장점을 강화한 ‘올라인’ 사업 전략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라며 “특히 ‘사람만큼은 안고 간다’는 방침에 따라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없이 2만2000명의 홈플러스 식구들의 힘을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