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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의 첫 무제한 RP 매입 뒤...늘어난 유동성과 위험한 물건에 손대는 문제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4-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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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의 첫번째 무제한 RP 91일물 매입 입찰에서 5.25조원이 응찰했다.

모집금리가 0.78%로 결정된 가운데 진행된 입찰에서 5조원 남짓한 규모가 들어온 것이다.

이번 입찰 결과는 '현 시점의 자금수요가 이 정도'라는 점을 나타낸다.

RP 매입 입찰이 매주 대기하고 있으니 투자자들은 시일을 조율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 현 시점의 자금수요 드러낸 무제한 RP 매입 입찰

한은은 지난 3월 하순 3.5조원 RP 매입을 통해 자금을 공급한 바 있으며, 이번 첫 무제한 입찰엔 5조원 남짓한 수요가 확인됐다.

최근 통안채, 산금채 등을 중심으로 상당히 많은 수요가 확인된 가운데 이번 RP 매입의 응찰 규모가 좀 적지 않나 하는 평가들도 많았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생각보다 한은 RP 매입에 응한 규모가 많지 않았다는 솔직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금 공급이 지속되기 때문에 이번 5.3조원 수준의 수요를 적다고만 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라는 뒷배에다가 최근 자금시장이 상당부분 여유를 찾은 측면, 운용 전략상의 접근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나온 반응이라는 평가들도 많다.

B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선 생각보다 RP 매입에 응찰한 규모가 적다는 말을 하는데, 매주 무제한으로 공급한다"면서 "일단은 조금 들어가보고 상황을 보자는 생각들을 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본드스왑도 많이 들어갔다. 이자율 리스크를 헤지하고 3개월 펀딩을 받아 묶어 놓는 것"이라며 "12월 만기물까지는 콜 대비 10bp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이런 분위기가 1년, 2년으로 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모르는 데다 미국 등의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에 당장 시장 안정을 자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큰 방향은 안정 쪽으로 잡혔다는 진단은 많다.

C 은행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채안펀드 캐피탈콜 등 자금수요가 불확실한 측면도 감안한 것으로 봐야 한다. 다음주 화요일에도 입찰이 있는 등 매주 입찰이 있다"면서 "한은이 3월 하순에 유동성을 공급해줬고 이번에도 필요한 곳들이 들어왔다. 응찰이 적었다고 말하는 것은 관성적으로 큰 자극을 원하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의 불안심리, 혹은 '카더라'라는 얘기를 시장이 과대평가한 면도 있는 듯하다. 이번 입찰은 자금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 다소 과장일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 계속 돈 풀어주는 한은..자금 여력 커진 시장

아무튼 이번 입찰을 통해 시중의 자금 여력이 꽤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오전 10시부터 10분간 실시된 첫 전액지원방식 RP 91일물 매입엔 14~15개 기관이 참여했다. 33개 대상기관 중 이번에 참여한 금융사는 대부분이 증권사였고 소수의 은행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D 운용사 관계자는 "어제 막판 세 시장(채권, 주식, 외환)이 모두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늘 RP 매입에서 좋은 시그널이 나타났다. 채안펀드 등 다른 시장 안정 수단도 마련된 상황에서 단기자금 상황이 시나브로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시장 편의성도 신경 써 주고 있다. RP 담보 채권이 묶이는 문제까지 고려해주고 있다.

한은은 3개월 동안 최대 3번에 걸쳐 RP 매입 담보채권를 교체해 준다. RP 매입 참여기관들은 담보채권을 1달에 1번 채권을 교체할 수 있다.

권태용 한은 시장운영팀장은 "지난 2008년 시행했을 당시에는 어려웠지만, 이번엔 시스템 개선과 함께 참여기관들의 불편을 많이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여전히 신용물들의 문제는 계속 되고 있지만, 중앙은행이 계속 시중 유동성을 풀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중앙은행 입장에선 매주 이어질 무제한 RP매입 등으로 가격왜곡이 일어나는 문제도 신경을 쓰고 있다. 기간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91일 RP매입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 돈은 많아졌는데...위험한 물건에 손 대는 건 또 다른 문제

당국의 정책 등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가운데 최근엔 특은채 등으로 놀라운 수요가 나타났다.

다만 캐쉬, 즉 현금을 구하는 문제와 크레딧 디폴트 우려는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인식들도 엿보인다.

괜찮은 채권들의 거래가 안 돼 시장이 흔들리는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의문부호'가 떨어지지 않는 채권이나 장기CP까지 온기가 돌 수 있을지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진단이 제기되는 것이다.

E 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은이 유동성을 확대해주면서 캐쉬는 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크레딧 디폴트에 대한 우려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생각도 된다"면서 "우선 시장 유통구조에 문제가 생겨 채권가격 박살이 나는 현상은 없을 듯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 우량물들까지 돌아보게 될 것인데, 동시에 시장은 분리될 것이다. 마진이 더 나온다고 의문이 드는 물건까지 질러 댈 이유는 없다. 지금은 마진이 많이 나오는 괜찮은 물건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에게 돈을 쥐어주고 문제가 있는 크레딧물을 사라고 종용하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딜러는 "투자자 입장에선 사실 상황이 만만치 않다. 리스크를 지라고 하는데, 가격이 합당해야 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대한 의문도 있고 포지션의 문제도 있다. 또 지금은 자금이 많아서 불안한 측면도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기업의 여건이 더 안 좋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수 밖에 없는 국면"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만기가 짧고 신용이 괜찮아 보이는 CP 금리는 하락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좀더 불확실성이 큰 쪽은 여전히 손이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은이 오전에 실시한 무제한 91일물 RP매입엔 5.25조원이 응찰(5.25조 낙찰)했지만, 오후에 실시한 RP7일물 매각에선 69.34조원이 대거 몰려 17조원이 낙찰됐다.

딜러들의 투자 자금은 많아지는 가운데 여전히 위험한 쪽으로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데, 금융당국은 이런 쪽을 투자해 보라고 종용하고 있는 국면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채안펀드에 기대를 하는 모습들도 여전하다.

한편 3월 17일 1.36%를 나타냈던 CP91일물 최종호가수익률은 이날 오전 현재 2.23%까지 올라왔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의 첫 무제한 RP 매입 뒤...늘어난 유동성과 위험한 물건에 손대는 문제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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