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당초 추경안 11.7조원(적자국채 10.3조원)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여당의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권 관계자들은 12일 6조원대 이상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야당 쪽에선 여당이 원하는 증액 규모에 관해서 이견을 표명할 수 있지만, 증액 자체를 반대하긴 어렵다. 코로나19 사태로 제1야당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 이인영 원내대표 6조원대 추경 증액 거론..야당 원내대표도 '돈 더 필요하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추경이 6.3~6.7조원 정도는 반드시 증액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코로나19는 우리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국가재난이며, 우리 국민들의 피해도 사상 초유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상당규모의 추경 증액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민을 살리는 사상 초유의 추경을 여야가 함께 손을 맞잡고 만들 수 있길 희망한다면서 미래통합당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심재철 원내대표도 기업 피해와 취약층 고통을 언급하며 예산 부족을 지적했다"면서 "야당도 추경 규모 확대와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현재 증액 규모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전염병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추경을 처리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추경 예산안 11.7조원을 처리하고 또 다시 추경을 할 수 도 있지만, 방향은 기존 추경안을 늘리는 쪽으로 잡힌 모습이다.
■ 돈 얼마나 더 필요할까..'2.8조원 플러스 알파 = 6조원대일까'
일각에선 추경이 당초 규모보다 10조원 정도는 더 늘어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여당은 계산을 해봐야 한다면서 이 시점에서 정확히 필요한 수준을 가늠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0조원 증액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일단 각 상임위에서 예산소위를 통해서 요구된 금액이 몇 조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답을 아꼈다.
박 원내대변인은 "확정이 되지 않아서 현재 상황에서 말을 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이인영 원내대표가 말한 6.3~6.7조원 증액에 대해선 "그 금액 얘기가 얼핏 나왔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 편안한 얘기를 하는 와중에서 나온 것이어서 공식적으로 할 말은 없다"고 했다.
여당은 현재 심재철 야당 원내대표와의 긴급 만남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박 대변인은 "야당에서 응하면 당장이라도 만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당의 정책위의장도 일단 6조원대의 증액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추경 증액 규모와 관련해 "6.3조원은 갖고 가야하는데, 그것을 감안해 이인영 원내대표가 규모를 말한 듯하다"고 말했다.
조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는 (추경 증액규모에 대해) 상임위에서 제기된 것들은 반영을 적극 해야하는게 아니냐는 취지로 얘기한 것같다"고 설명했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말한 6조원대 이상의 증액분이 상임위에서 거론한 증액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액분이 10조원까지 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규모는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 예결위에서 여야 간 얘기해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는 "상임위에서 추경 2.8조 이상 증액 요구하지만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에선 더 요구하고 있으나 일단 '2.8조원+알파'라는 입장을 취했다.
'친문'의 핵심이기도 한 전해철 의원은 "2.8조원 이상 증액은 상임위에서 여야가 같이 의결한 것이지만, 당에서는 더 증액해야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런 부분이 아직 합의까지 이르진 않았다"고 말했다.
아무튼 내일부터 소위가 시작되니 그 과정에서 여당의 입장, 야당의 입장, 그리고 정부의 입장이 조율을 거치게 된다.
■ 최근 기본소득, 재난기본소득 이슈화한 여당
전해철 의원은 "지금은 어느 예산을 늘리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체감을 할 수가 없다"면서 "현장에 가면 너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추경 예산안 11.7조원이 더 확대되는 것은 기정사실이 된 가운데 지금의 사회분위기를 감안하면 17일 추경안이 의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기본소득, 그리고 재난기본소득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그간 일부 여당 출신의 지자체장 등이 '기본소득'의 사회 공론화를 시도해왔던 가운데 당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난'기본소득이 관심이다.
전해철 의원은 "재난기본소득은 계속적으로 지급하는 그런 소득의 개념이 아니다. 일시적이고 한시적으로 한다면 충분히 고려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부분을 이번 추경에 바로 반영해서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대상과 범위를 특정해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에 찬성하지만, 이번 추경에 담기엔 어렵다고 했다.
여당이 기본소득의 이슈화에 꽤 성공한 가운데 야당에선 그간 기본소득에 대해 돈을 그냥 나눠주는 게 경기에 무슨 긍정적인 영향이 있느냐면서 '근로 의욕 저하와 재정 악화' 등 폐해를 문제 삼기도 했다.
야당 일각에선 또 지난 추경안에 저소득층에 대해 사실상 현금인 쿠폰을 나눠주는 식의 내용이 포함된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무튼 국내외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추경의 덩치는 한층 더 커지게 됐으며, 향후 기본소득 관련한 사회적 논란도 계속될 수 있다.
■ 4.15 총선에서 여당 승리하면 '기본소득' 이슈 더 본격화될 수 있어..기본소득 이슈는 '미래의 추경' 요인될 가능성도
박찬대 여당 원내대변인는 재난기본소득을 추경에 포함하는 문제에 대해선 "재난기본소득 부분은 현재 단계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추경 증액에서 재난기본소득 부분은 빠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향후 추경을 다시 할 경우 기본소득이 이슈가 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날 오후 2시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코로나19 재난극복소득,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가 개최된다.
'재난기본소득 추진모임'은 더불어민주당 원외 국회의원 출마자 52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급격히 줄어든 국민들에게 재난극복소득 등 실질적인 현금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소득 3분위에서 6분위 해당 가구 약 1800만명의 '재난취약계층'에게 '재난극복소득' 지급하자는 의견이다. 이들 계층은 저소득계층(소득 1~2분위) 및 현행법에서 복지수급권자에 포함되지 않은 비(非)복지수급권자다.
여권의 '기본소득론자'들은 "추경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원계층은 주로 소득 1~2분위에 속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조건부 복지수당 수혜자"라며 "3~6분위 1800만명에 총 8.4조원을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1인당 지급금액은 50만원으로 하고 가구당 차등 지급해 1인 가구 50만원, 2인 가구 90만원, 3인 가구 120만원 등을 지급하자는 제안도 있다.
다만 여당의 원내 인사들은 대체로 이런 정도의 과감한 주장까지는 펼치지 않고 있다.
대신 오는 4.15 총선이 절박한 대구·경북, 부산·경남 출신 의원들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이다.
아울러 4.15 총선 결과에 따라서 향후 기본소득이 한국사회의 또 다른 의제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여의도 정가의 한 관계자는 "만약 여당이 4.15 총선에서 압승한다면 재난기본소득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 이슈 전반이 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추경과 관련해서 기본소득 관련분이 빠진다고 봐야 한다. 현재 여당 원내에선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입장이지만, 앞으로 상황이 변할 여지는 있다"고 관측했다.
■ 추경 증액 지켜보는 채권시장
한편 정부와 여당의 추경 증액과 관련해 채권시장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추경 확대가 국채 발행 확대와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이어지면 금리 상승이나 일드 커브를 세우는 쪽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추경 확대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이나 경기가 개선되기 어렵다고 보는 쪽은 수익률 곡선이 일어서기 만만치 않다고 본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추경 6조원대 증액 얘기가 나왔는데, 이는 채권시장에 수급 부담일 수 밖에 없다"면서 "그간 늘어난 물량에 이 물량이 더 추가된다면 이젠 시장이 무조건 장기물의 양호한 소화를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B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오늘 3년-10년 채권금리가 벌어지는 등 추경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황이 상황이라지만, 사실 국채 발행 물량이 이렇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차피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한국 경제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보는 사람들은 다르게 접근하기도 한다.
C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오늘 주가가 장중 100포인트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앞으로 금리인하 등으로 커브가 설 수 있지만, 안전자산선호와 금리 레벨을 감안한 장기채권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