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겨우 2달 남짓 지났지만, 성장률 전망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의 경제 활동이 큰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경기 우려도 단시간에 증폭됐다.
당초엔 전염병에 따른 일시적 경기 위축 뒤 V자형 반등 기대가 컸으나 지금은 이미 상당한 성장률 둔화를 감수해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 빠르게 하락...이달 들어 2%대 중반 수준까지
2020년이 시작되면서부터 올해 경기가 지난 해보다는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IMF는 2020년 1월 세계경제 전망치를 3.4%에서 3.3%로 낮춘 뒤 전염병 사태가 발발하자 추가적인 조정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IMF는 2월 22일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다시 10bp 낮췄다. 하지만 최근엔 이 역시도 낙관적인 전망이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했다.
현지시간 3월 4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작년 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 가까운 수준의 성장을 기록한 세계경제가 올해는 2%대 후반 수치도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많은 연구기관들이 지난 해보다 나은 올해를 기대했다가 그 기대를 버렸다.
주요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지난 달 이미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bp 전후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대 후반 수준에서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듯 했으나 이 수치는 더 낮아지고 있다.
3월 들어서 나오는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치는 2월 수준도 상당폭 밑돌고 있다.
이달 2일 OECD는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50bp나 하향 조정했다. 작년 2.9%에 이어 올해는 2%대 중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 한국·일본·이란·이탈리아 등 중국 교류 많았던 나라들 큰 타격...이제 피해는 세계로
사람들은 전염병 사태로 세계경제가 1분기에 '어쩔 수 없는' 부진을 보인 뒤 2분기에 반등할 수 있을지를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2분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전염병이 미국까지 상륙하면서 퇴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도 사망자가 10명을 넘어서면서 경계감이 커졌다.
유럽 쪽도 안전하지 않다. 특히 이탈리아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되면서 유럽 전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현지시간 5일 코로나19 사망자가 하루만에 41명이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사망자는 148명으로 급증했다.
관광대국 이탈리아를 거친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다른 유럽지역과 남미 등으로 전파했다.
OECD는 3월 2일 이탈리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4%에서 0.0%로 낮췄다. 올해는 GDP가 작년수준에서 더 늘어나지 못한다고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전염병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마이너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우한에서 탄생한 바이러스는 1차적으로 한국, 일본 등 인근 동북 아시아인들의 경제 생활에 큰 타격을 입혔다. 한국도 문제지만, 일본은 만약 7월에 열릴 예정이던 올림픽이 취소된다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OECD는 2일자 전망에서 올해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를 40bp 낮춘 0.2%로 제시한 상태다. 한국 성장률은 30bp 낮춘 2.0%로 제시했다.
코로나19는 동북아, 동남아 지역에 충격을 준 뒤 중동지역으로 넘어가서는 이란을 전파의 진앙으로 삼았다.
이란의 사망자도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란 성지순례를 다녀온 인근 국가들로도 바이러스가 퍼져 나갔다.
한국, 일본, 이탈리아, 이란 모두 중국과 긴밀히 교류를 해 온 나라다. 한국, 일본과 중국의 긴밀도는 말할 필요도 없으며, 이탈리아와 이란은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新실크로드' 일대일로의 거점 국가들이다.
이런 나라들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된 뒤 이제 북미와 유럽 대륙, 더 나아가 남미까지 바이러스가 퍼져가고 있다.
중국 내부의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한 때 전염병 사태 진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지금은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게 돼 버렸다.
■ 일단 올해 한국 2% 성장도 쉽지는 않은 분위기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렸던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은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다.
작년 11월 전망치에서 20bp 내린 것이었다.
한은은 당시 성장률을 전망하면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3.0%를 전제했다.
하지만 한은이 참고하는 IMF가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출 의사를 밝혔고, OECD는 이달 초에 이미 2.5%도 안 되는 세계경제 전망치를 내놓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한국의 2% 성장도 어렵다는 견해가 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최대한 재정을 투입해 겨우 성장률 2.0%를 만들었지만, 올해는 1%대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강해지는 것이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경제가 올해 성장률 2%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면서 "올해 성장률은 대략 1.8~1.9% 정도로 보는 게 나을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정책대응 등으로 하반기 분위기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성장률의 경우 추경 효과 등도 감안해야 하는 가운데 정책공조 효과 등도 따져봐야 한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국내도 2%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현재는 2.1% 성장률 전망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소개했다.
그는 "추경 11.7조원의 재정승수를 고려할 때 GDP가 최대 0.24%p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 한은도 금리인하를 하면서 정책공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외국계 중엔 단기간에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신용평가회사 S&P는 2주 사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00bp나 낮추면서 한국경제 비관론 전파에 앞장섰다. 이 회사는 2월 29일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6%로 50bp 낮추더니 3월 5일엔 1.1%로 50bp 더 낮췄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