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이달에 연준이 25bp가 아닌 50bp로 금리를 내릴 것이란 예상들도 나온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연준도 국내외 경기악화에 따라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화된 것이다.
■ 굳이 트럼프닫기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9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금리인하 선도 역할을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 금리가 가장 낮아야 하는데 연준 금리는 다른 나라보다 더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과 일본 등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인 곳도 많은데, 우리는 연준 때문에 그런 상황을 누리지 못하는 처지"면서 "우리는 지금 코로나 문제까지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금리를 낮추고 막대한 돈도 경제에 투입했다. 그런데도 연준은 그렇게 하겠다는 말을 아직 하지 않았다"면서 "코로나 사태에 따른 주가 급락에 맞서 연준이 곧 시장에 개입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주 뉴욕 주식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두드러진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주가에 민감한 트럼프의 마음도 급해진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가 급락이 나타날 때마다 늘 연준의 금리인하를 종용하곤 했다.
지난주 다우와 S&P500지수는 각각 12.4% 및 11.5% 급락했다. 나스닥지수도 10.5% 하락했다. 모두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었다.
다만 트럼프의 발언이 나오기 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8일 오후 긴급 성명을 내고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파월은 "코로나19가 경제활동에 서서히 위험을 가하고 있다"면서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적절히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 의장이 '적절한 행동'을 강조하면서 3월 금리인하를 유력시하는 시각이 강해졌다. 우선 미국 금리선물시장에서는 3월 25bp 이상 금리인하 확률을 100%로 가격에 반영했다.
지난 금요일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8일 11.05bp 하락한 1.1543%를 기록하면서 사상최저치 경신 흐름을 나타냈다.
뉴욕 주가가 일단 최근 폭락세 분위기에선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연준의 금리인하 시그널에 채권 랠리는 계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분석가나 채권 딜러들의 연준 금리 인하를 부추기는 치어리딩은 계속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3월 연준 기준금리 인하폭이 50bp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 금융시장도 3월 이벤트의 인하폭 50bp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시장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금리 레벨을 한껏 내려보는 모습을 보였다. 국고3년이 1.0%대 중반으로 내려갔고, 국고10년 금리마저 기준금리를 압박한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연준이 50bp를 내린다면 한은으로선 그저 망연자실하게 될 것"이라며 "2월에 금리를 동결했지만 4월엔 어쩔 수 없이 내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3월의 50bp 인하 가능성과 함께 상반기 중 3차례 인하 가능성 등도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연준의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린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3~6월 연준이 금리를 75bp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으로 연준 역시 적극적인 통화완화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관점이다.
■ 중국 PMI 추락..국내 수출 부진보다 내수 더 우려된다는 진단도 많아
중국의 2월 PMI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월 중국 제조업 PMI가 전월 50.0에서 14.3포인트 하락한 35.7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와 가동률 하락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지수와 하락폭을 모두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 2008년 9월 15일 리먼 쇼크 발생 후 중국 PMI는 9월 51.0에서 10월 44.6, 11월 38.8로 연이어 급락한 바 있으나 이를 능가하는 악화다.
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0.3에 그쳤다. 전월(51.1)은 물론 예상치(45.7)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였다.
한국의 2월 수출은 전년대비 4.5% 증가한 412.6억 달러를 기록해 예상보다는 나았다.
월별 기준으로 한국 수출은 15개월만에로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은 -11.7%를 기록했다. 1월 4.5% 증가한 뒤 2월에 두 자리수로 감소한 것이다. 대중국 수출은 22.2% 줄어들었다.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 대한 수출은 1월에 비해 총액으로는 증가했지만, 역시 일평균으로는 줄어들었다. 1월 6.1% 증가에서 2월 8.8% 감소로 악화된 것이다.
이처럼 수출도 큰 타격을 받지만, 국내 경제활동이 상당부분 제약을 받다 보니 내수가 더 우려스럽다는 진단도 나온다. 수출보다 내수, 생산보다 소비가 더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인식도 강한 편이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업종별로는 항공 , 영화 등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COVID19로 인한 소비감소는 신규 확진자의 증감에 따라 달려 있으며, 3월 중순 이후 경제활동이 완만하게 정상화된다는 가정하에서 그 효과는 GDP의 0.45%
내외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 사상 최저 레벨 시험하는 한국 금리
미국처럼 국내 금리도 사상 최저치 실험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악화가 놓여 있는 가운데 통화완화 등에 대한 기대 등으로 금리가 어느 수준까지 떨어질지 관심이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 2월 PMI 역사상 최저치 기록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경기충격이 상당했음을 시사한다"면서 "한국 2월 일평균 수출 -11.7%도 중국 수요 외에 국내 생산차질 반영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바이러스의 직접적 충격을 경험 중인 중국, 한국 외에 독일의 재정정책, 미국의 통화정책 대응도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연준의 경우 3월 점도표 하향과 자금시장 안정책을 내놓은 뒤 2분기에 예방적 금리인하 수순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금리인하 기대와 한국 경기 둔화 기대 속에 이날 국고3년 금리는 장중 1.05%까지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2019년 8월 20일에 기록한 1.09%를 밑돈 것이었다.
국고3년 입찰에선 7.638조원이 응찰해 2.538조원이 1.07%에 낙찰됐다. 역시 역대 최저 수준에서 낙찰된 것이다.
미국이 여러차례 금리를 인하하고 한국도 4월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인식 속에 금리 레벨이 어느 수준까지 내려갈지 주목된다.
다만 이날의 채권 랠리는 주가 급반등에 의해 막히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천선을 회복하고 속등하면서 채권시장은 레벨부담에 노출된 모습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진정까지 채권시장 강세 흐름이 지속될 수 있으나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장금리는 이미 두 차례 금리인하 선반영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 추가 하락에 따른 자본이익 룸보다는 반등시 초래될 손실 리스크가 커지는 국면"이라며 "향후 코로나19의 진정시 초래될 반등 리스크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 경기는 나빠지지만 각국 정부·통화당국발 경기부양은 위험자산 버팀목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기대감을 차단했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한국 역시 글로벌 금리인하에 동참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롬 파월이 긴급 성명을 통해 '역할론'을 강조한 가운데 일본은행의 구로다 총재도 "금융시장 조절, 자산 매입을 통해 시장 안정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이번주 호주 중앙은행 RBA의 금리인하를 포함해 다시금 각국의 금리인하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런 흐름 속에 위험자산이 다시금 기지개를 펼 수 있다는 진단들도 적지 않다. 이미 주가가 급락해 가격 메리트가 커진 데다 각국 금융당국이 주가를 끌어올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KOSPI지수가 무역분쟁 격화로 경기 불안이 가중됐던 2018년 10월 수준마저 하회했고 2019년 5월, 2019년 10월 수준과 맞닿아 있다"면서 "대신 채권금리 레벨은 2018년, 2019년보다 낮아졌고 반면 기업 이익모멘텀은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1월 20일 이후 전주말까지 KOSPI가 12.3%하락하는 동안 2020년 KOSPI 영업이익 전망은 2.78% 하향조정되는데 그쳤다면서 저가 매수 메리트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0년 KOSPI 영업이익 증가율은 28%대를 유지하고 있다. KOSPI 12개월 Fwd PER은 2014년 이후 평균인 10.1배 수준이고 확정실적 기준 PBR은 0.8배로 2003년 이후 저점 수준"이라며 "현재 ROE 7.8%, 달러/원 환율 1,220원을 가정했을 때 적정 KOSPI 저점은 2,020선"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주가가 싸 보이는 데다 주요국이 통화완화, 재정부양 등을 통해 경기 띄우기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주식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도 "주가가 화끈하게 빠지면서 레벨 메리트도 돋보인다. 경기나 기업실적 둔화가 이미 반영됐다"면서 "향후 고꾸라질 경제지표나 기업실적 둔화를 감안하더라도 주식 매수 접근이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채권시장 쪽에선 주가가 어느 정도 낙폭을 회복할 수 있을지 눈여겨 보고 있다. 각국 통화완화에 기대감 등이 주가지수를 바닥에서 건져 올린다면 채권에 가격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채권매니저는 "대내외 분위기는 계속해서 채권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다만 국내가 1차례 이상의 금리인하를 반영한 것은 부담스럽다. 주식이 되살아난다면 이익실현 관점이 나을 듯하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