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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의 미술事色⑦] 가짜가 더 진짜인 척한다

박정수 정수아트센터관장

기사입력 : 2020-02-24 13:58

사진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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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에 등장하는 가짜는 과거경력이 화려하다. 주로 ‘공사대금’으로 받은 미술품이거나 ‘고급 정치인의 정치자금’이거나 ‘대기업 후처의 집에서’나온 작품들이 많다. 아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러한 작품들은 열정과 의욕이 넘치는 초보 갤러리스트나 돈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유혹의 손길을 넣는다.

추사글씨로 된 제사병풍이 있더라는 전화를 간혹 받는다. 인쇄물일 경우가 더 많다는 말을 조심스레 건낸다. 속으로야 인쇄물이라는 것이 명확하지만 만의 하나 진짜일수도 있다는 기대심리도 있다.

2016년에는 이우환 위작 사건이 세간을 들썩였고, 미술시장의 호황기라고 했던 2007년 4월, 4명의 무명 화가와 중간 판매상이 1,000억이 넘는 미술품을 위조하였다고 언론을 시끄럽게 한 바 있다. 돈 될 만 하면 위작 사건이 나온다. 도상봉, 변종하, 남관 등의 작고 작가와 천경자, 이만익과 같은 원로 작가들의 작품을 위조했다는 사건이었다. 이들이 위조한 작품 중에서 얼마만한 양이 시중에 유통되었을까. 따져 보면 많은 작품이 판매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작을 만들어 유통시키자면 대단위로 움직여야 한다. 두세 점 유통시키다가 발각되느니 수백 점을 만들어 대량으로 움직여야만 수익이 형성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같이 협소한 미술시장에서 대량으로 유통시킬 수 없다. 시장 구조가 작기 때문에 반드시 그리고 금방 밝혀진다. 사채시장 역시 미술계의 뒷 시장이다.

2019년 3월에는 우리나라 미술품 민간 감정기구인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해산되었다. 2002년 미술품 감정연구소에서 출발한 단체다. 이후 한국미술품감정협회와 보조를 맞추다가 주주총회를 통해 평가원이 해소되었다. 이때까지 평가원에서 발행한 감정서가 9천여건에 달한다고 하는데 공신력을 잃으면서 감정서까지 공신력을 잃게 되었다. 화가도 작품 활동 열심히 하면서 작품 거래하다가 경제가 힘겨워 작품 활동을 그만두면 그간 매매되었던 그의 작품은 보통사람의 취미활동이 되고 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간혹 중국에서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라고 구매해서 귀국하는 이들이 있다. 중국미술계 뿐만 아니라 세계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유명화가의 작품이 우리 돈으로 3-4만원이면 살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여간해서는 구분하기 힘든 복제품이다. 중국을 여행한 이들이라면 잘 알려진 가짜 시장이 많다. 가짜를 가짜로 판매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어도 문제가 없다. 그것을 사는 관광객은 진짜인척 하고 싶어 구매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지하철 플렛폼에는 명품과 흡사한 가방들이 자주 출몰한다. 값비싼 명품보다는 값이 떨어지는 대중적 명품이 대다수다. 흔한 브랜드의 명품은 지하철 가방의 절반이상이 짝퉁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미술시장에도 가짜가 많다. 미술시장뿐만 아니라 각양 각종의 가짜가 만들어진다.

아주 오래전 희대의 어음사기사건이 있었을 때 항간에 떠돌던 이야기가 있다. 20만원이면 될 백자를 그들에게 2,000만원에 판매하였다고도 한다. 판매한 사람은 골동시장의 판매상이었는데, 수천만원의 차액을 남기고서도 사기죄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5만원하는 조선백자도 있다. 진품이지만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값싼 진품이 몹시 비싼 진품으로 갈아입은 사례다. 100년 전 도자기에 값을 책정할 기준이 없음이다.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호한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아는 분이 작품 매매를 부탁하며 감정서와 미술품 사진을 가지고 왔다. 가격이 높아 인사동에서 오랜 활동을 하신 분께 보여드렸더니 허허 웃고 만다.

“선생, 이 그림은 4년 전에 이미 시장에 나왔다가 다시 들어간 거요. 감정서도 가짜로 알고 있거든. 작품을 매입한 본인만 진짜라고 믿고 있지. 한 번 나왔다가 들어간 미술품은 판매가 어려워. 혹 진품이라 할지라도 누가 사겠어. 한 번 의심 받은 미술품은 그 의심이 사라지지 않아. 조용히 돌려줘.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그 작품은 아마 전국을 순회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한 번 왔다가 전국을 순회하고 다시 서울로 온 것이 4년 정도 걸린 것이었다. 판매하려는 사람은 진품으로 확신하면서 좋은 가격에 팔고 싶은데,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화랑 관계자는 진품인지 가품인지 모호할 때는 차라리 간섭을 하지 않는다. 진품일 경우에는 다행스럽겠지만 시간이 지나 진품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을 때는 신용과 고객을 함께 잃는다. 비싼 작품은 오랜 시간 동안 상호간의 신뢰가 쌓인 후에야 거래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다. 뒷시장이 시장 형성의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좋은 작품 싸게 파는 경우는 없다. 어쨌든 좋은 시장은 아니다.

천만원이 넘거나 수억에 달하는 미술품을 구매할 것이 아니라면 가짜에 겁먹을 필요 없다. 저렴(?)한 미술품은 위작을 만들지 않는다. 100만원주고 샀는데 가짜라면(그럴리도 없겠지만) 구매자 본인을 탓해야 한다. 혹, ‘1천만 원인데 급해서 그러니 1백만원만 줘’ 라고 하지 않는 이상에는 말이다.

화랑이 아닌 곳이거나 길거리에서는 유명화가의 비슷한 그림을 두기도 한다. 자세히 보면 작가의 서명이 전혀 다르다. 이미지는 거의 흡사하게 그려졌다 할지라도 공개된 장소에서 매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서명까지 복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술품 가격이 아주 높은 경우를 제외한 경우이거나 젊은 작가의 경우에는 위작의 의심을 처음부터 가질 필요가 없다. 우선은 마음에 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자. 눈에 예쁜 것 말고....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증명은 인류의 오래된 과제일지 모른다. 사랑이 무엇인지, 어떤 모양인지를 알 방법이 없다. 하트를 그리거나 하트에 화살이 꽂히거나 하트가 찢어지는 모양이 사랑을 대변할 수는 없다. 사랑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거나 사랑은 아픔을 동반한다는 등의 통속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여기에서 황슬의 작품이 시작된다. 신화를 끌어들이면서 다양한 삶을 이야기 한다. 텔레비전 드라마에 등장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이거나 비열하거나 애잔한 사랑이 아니라 신화를 끌어들이면서 각종의 상상이 필요한 사랑이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과 같은 인류애 적 보편스러운 관계를 포함한 각양각색의 대입이 필요하다.

황슬, 양치기 소년, 캔버스에 아크릴, 116.8×91.0㎝, 2020



<양치기 소년>이 있습니다. 늦은 밤, 미소를 머금은 양들이 따뜻하게 에워싸고 있다. 남자는 죽은 듯 깊은 잠에 취한 채 여성의 머리위에 있고 양치기 개와 여성은 잠을 잊은 듯 어딘가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황슬의 <양치기 소년은>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엔디미온의 이야기이다. 목동을 사랑한 달의 여신이 인간인 목동이 늙어질 것을 염려하여 잘생긴 모습으로 영원히 잠들기를 제우스에게 기도했다고 한다. 여신만 사랑의 느낌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목동은 기억하지 못한다.

(좌)황슬, 돌아보는 여인, 캔버스에 아크릴, 116.8×91.0㎝, 2020 , (우)황슬, 황소와 여인, 캔버스에 아크릴, 116.8×9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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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와 여인>도 있다. 황소로 변장한 제우스에게 납치당하는 에우로페(Europe)의 이야기다. 유럽의 어원이 되기도 한 미인 에우로페가 세 아들은 출산한 이후의 모습을 그림을 그려내었다. 이성간의 사랑이 시작될 즈음에는 불안과 초조와 갈등이 일어나지만 갈등을 극복한 이후의 것에서는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돌아보는 여인>은 다른 방식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사랑의 신 에로스가 아폴로(Apollo)에게는 사랑의 금화살을, 다프네(Daphne)에게는 증오의 납화살을 쏜 후의 이야기이다. 아폴로에게 쫓기던 다프네가 월계수로 변하기 전의 모습으로 배경의 나무에는 잎이 없다. 일방적 가치는 황폐한 감정과 스산한 감성이 만들어진다는 황슬의 회화(繪畫)적 항변이다.

전시는 2020년 2월 28일부터 3월12일까지 종로구 삼청로에 있는 정수아트센터 진행된다.



박정수 정수아트센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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