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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채권투자자들, '이주열에 사고 문재인에 팔아라' 혹은 그 반대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2-18 14:07 최종수정 : 2020-02-1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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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월 13일 열렸던 코로나19 대응 관련 정부-경제계 간담회 장면, 출처: 청와대

사진: 2월 13일 열렸던 코로나19 대응 관련 정부-경제계 간담회 장면, 출처: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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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상경제 시국'을 거론하면서 '비상한 처방'을 언급하자 채권가격이 18일 장중 상승폭을 키웠다.

외국인이 10년 국채선물을 대거 순매수하면서 장기금리는 급락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중국경제 상황 악화에 따라 한국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특단의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대통령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안전자산선호를 강화했다.

이날은 주가급락, 외국인 장기 국채선물 대규모 매수 등이 나타났다. 코스피지수는 30P 가량 급락했으며, 채권금리는 레벨을 낮췄다. 국고3년 금리는 기준금리를 압박했으며, 장기 국채금리는 일제히 1.5%대로 내려왔다.

■ 대통령, 중국 악화로 인한 한국경제 가장 큰 타격 언급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말로 시작했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방역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중국 상황에 더해 악화되는 일본 상황이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코로나 확진자 증가 모멘텀이 축소되는 듯 했으나 여전히 다수의 사망자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우려를 키웠다.

문 대통령은 "국경을 넘는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선 이웃나라들이 속히 진정되는 게 중요하다"면서 경제도 비상상황이라는 인식을 내비쳤다.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주는 경제적 타격에 그야말로 비상경제 시국이라는 상황인식을 갖고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우리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 중국과 연계돼 있는 공급망과 생산활동이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우리 수출 비중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교역국 중국에 대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관광, 문화, 여가 등 서비스업 타격도 심각한 상황으로 소비와 내수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면서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훨씬 크고 긴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전염병 때문에 태국, 싱가포르 등의 성장률 둔화를 예견하는 시각이 강화된 가운데 무디스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대(1.9%)로 낮추기도 했다.

■ 대통령, 특단의 대책 절대적으로 필요

문 대통령은 전염병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면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는 특단의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날 의결한 1차 예비비는 시작일 뿐이고 예산의 조기 집행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만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대통령은 "비상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어떤 제한도 두지 말고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면서 "현재 상황은 생각보다 매우 심각하다"고 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특별금융 지원, 세부담 완화, 상가 임대료 인하 등을 주문했다. 소비 쿠폰이나 구매금액 환급 같은 소비진작책,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파격적 수준의 지원 방안 등을 거론했다.

대통령은 "전례가 있다, 없다를 따지지 말고 생각할 수 있는 대책들을 책상 위에 모두 꺼내놓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라며 "비상 시기인 만큼 실기하지 않고 긴급하게 처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통령 경제 인식, 한은 총재와 달라

투자자들은 문 대통령의 인식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에 따라 한은 총재가 차단했던 2월 금리인하 기대감을 대통령이 다시 살려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2월에 금리가 인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주 금요일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엔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 국면이었지만, 지금은 바닥을 지나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을 확실히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이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라고 한 가운데 그 타이밍에 2월 금리인하가 포함될지도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 이후 다시 금리인하 기대가 강해졌다. 한은 총재를 대놓고 패스해 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이주열 총재의 '경기회복 국면' 발언이 대통령의 '비상 상황' 언급 때문에 묻혀버렸다는 평가도 보엿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과도했다는 지적도 보인다. 상황에 대한 냉정한 분석 없이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경기를 재단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C 증권사 딜러는 "대통령의 발언이 과하다고 본다"면서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사고가 터진 뒤 꼭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시끄럽게 구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한국은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코로나 방역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한다고 자평하면서 대응책은 날이 갈수록 엄중하고 강력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주열 총재는 경기 반등기를 거론하면서 금리인하를 어불성설이라고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가 망하기 직전인 것처럼 대책을 강구하라고 한다. 한은 총재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대통령이 과연 현상이나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대통령의 강도높은 발언과 불과 며칠전 한은 총재가 했던 말을 교차시키면서 의구심을 표하는 것이다.

D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요즘 청와대 쪽을 보면 마치 헛똑똑이들만 모아놓은 것 같다"면서 "냉정해져야 할 때와 흥분해야 할 때를 분간 못한다"고 비판했다.

■ 채권투자자들, "이주열에 사고 문재인에 팔아라" 혹은 그 반대

이런 가운데 채권 투자자들 사이엔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한은 총재와 대통령 발언 중 어디에 초점을 둘지 고민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E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대통령은 지금이 중대한 기로인 것처럼 얘기하면서 위기의식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대통령과 한은 총재 발언을 차익실현이나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전 경험을 감안할 때 중앙은행과 정부의 발언이 갈릴 때 정부에 무게를 두는 게 나았다는 평가도 보인다.

또 다른 채권딜러는 "과거 채권투자자들의 성과는 이주열에 사고 최경환(전 경제부총리)에 팔 때 좋았다"고 상기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이주열 총재가 매파적인 발언을 한 이후 시장금리가 튀면 채권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고, 최경환 부총리의 기준금리 인하를 부추기는 발언으로 금리가 빠지면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는 게 나았다는 기억을 소환한 것이다.

이 딜러는 "지금은 이주열에 사고 문재인에 파는 게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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