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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의 미술事色⑤] 잡식문화가 뜨고 있다

박정수 정수아트센터관장

기사입력 : 2020-01-3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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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수의 콘서트나 화가들의 작품전이 열리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행사 알리기다. 노래나 작품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행사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임을 설파한다. 차이점이라면 대중스타는 히트곡이 여러 곡 있어야 개최하지만 화가의 개인전은 히트작품이 없어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개최된다.

미스트롯의 송가인이 1등을 한 후 노래보다는 송가인이라는 가수 마케팅에 더 집중하였다. 노래는 이미 1등이기 때문에 그냥 두면 되는 일이기 때문에 노래보다는 가수 송가인을 알리는데 힘을 쏟았다. 송가인의 인격과 가족관계, 살아온 인생살이를 언 듯 언 듯 보여준다.

대중은 그녀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중매체가 제공하는 대로 인간성이나 지인관계 다양한 사회생활을 믿을 수밖에 없다. 히트곡이 없어도 미스트롯이라는 경연에서 1등을 하였기 때문에 노래에 대한 신용을 바탕에 깔고 있다.

미술가들 사회에도 경연이 있다. 각종 대회가 난무하지만 그것에 대한 신용도는 전무하다. 1등이 아니라 특등이거나 그것보다 더한 상을 받아도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미술이 대중과의 소통이나 교류에서 멀어져 있음이다. 오페라를 보지 않아도 그것이 있음을 알고,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지 않아도 그것이 주변에 있음을 이해하는 대중이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 수용이 가능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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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과 통속의 경계가 무너졌다. 잡식문화가 뜨고 있다

예술을 바라보는 대중의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 예술작품은 대중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선택하여도 되지만 그것보다는 대중의 관점이 지향하는 앞선 취득이 관건이다.

과거의 사회적 계급은 출신성분이나 계급의 조건에 따라 대중이 선호하지 않는 특정의 취미활동을 구가 하였다. 취득과 향유에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대중과는 다른 코드의 문화를 즐겼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특정의 코드를 지닌 예술적 취향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문화 활동을 추구하는 옴니보어(잡식성/Omnivore) 여가활동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계급과 계층에 따른 특권을 보관하던 것에서 돈을 보관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의 전환이다.

과거의 문화예술이 사회적 조건을 보관하였다면 현재는 경제의 흐름관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보관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대두 되었다.

예술작품을 생산하는 입장에서 분류되는 고급과 통속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수용하는 대중의 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취득하고 수용하고 있는가에 주목하여야 한다.

얼마전만 하더라도 까페나 문화공간에서 트로트 음악을 잘 제공하지 않았다. 집에서 혼자서는 트로트를 즐기면서 손님이나 누군가의 방문이 있으면 클레식이나 재즈음악을 틀었다. 트로트라는 음악분야가 대중의 것으로서 저급하거나 통속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미스트롯이나 미스터 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이 경쟁적으로 대중에 파고들면서 트로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이 감지된다.
팔리는 그림을 사자

파는 그림과 사는 그림을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내가 아니어도 화가가 아니어도 팔리는 그림에 관심을 두는 일에는 공평성이 없다. 돈이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돈은 많은 사람과 적은사람, 없는 사람을 구별한다. 돈을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을 차별할 뿐이지 돈은 많고 적음에 있고 없음에 타박하거나 구박하지 않는다. 돈이 적은 사람이라도 관심을 두면 팔리는 그림을 볼 수 있다.

‘말 많으면 공산당’이라는 시대도 있었다. ‘마케팅에 속지말자’고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그림이어도 상관없고 어떻게 그렸건 상관없는 시대가 되었다. 대중예술과 고급예술의 구분이 모호해 진지 오래다. 순수미술이라고 하는 Fine Art와 교양 혹은 실용적 예술, 심지어는 통속이라는 Liberal Arts의 영역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대중이 요구하는 예술과 특정의 계층이 선호하는 예술의 간극이 존재하지만 무엇이 더 나은 영역인지 알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예술가의 삶과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생각의 차이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누구나 예술가고 아무나 예술가이며, 칠하면 예술작품이고 행동이나 행위를 기록하면 행위예술이 되고 만다. 그림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누구 것의 어떤 작품이 어떻게 팔려나가는지에 신경 써야 한다. 예술은 특정계층 특정의 취향이 아니라 지금을 살고 있는 사회에서 주목하고 이해하여야 하는 사회의 현상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마케팅은 예술작품의 일부다. 좋은 작품은 마케팅의 수용범위가 넓다

간혹 대중스타의 집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거실이나 침실에 걸려있는 예술작품을 보면 대중스타의 예술적 취향을 알 수 있게 한다. 작품의 품질이나 좋음과 나쁨으로의 구별이 아니라 개인 취향의 방식으로 구분할 뿐이다. 대중의 눈높이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문화취득의 현상이 다양성과 잡식적 기호의 변화로 이해하여야 한다.

성격이 좋은 사람이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듯이 지금의 좋은 작품은 다양한 사람의 감상법을 수용한다. 외모가 수려하면서 성격까지 좋고 돈까지 잘 벌면 최고의 사람이 되듯이 시각적으로 즐겁고 감상자 마음대로 감상을 할 수 있게 하면서 돈까지 되면 최고의 작품이 되고 만다. 거실에 걸리거나 안방에 걸리거나 텔레비전 드라마의 일부가 되더라도 별 무리 없는 작품이 뜨고 있다. 여기에 갤러리스트의 마케팅이 첨가되어있다면 돈 되는 작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현진. 꽃비를 맞다. 한지에 옻칠.1호x5.2019

▲이현진. 꽃비를 맞다. 한지에 옻칠.1호x5.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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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닫기이현기사 모아보기진의 작품에 대해 해석이 분방하다. 무엇인가 그려져 있는데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다. 꽃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무슨 꽃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작품을 보는 감상자는 화가가 그려놓은 꽃이나 꽃말, 꽃송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필요 없다. 그냥 보면서 스스로 어떤 꽃임을 명명하면 된다.

이현진의 그림은 동양화다. 동양화의 색칠 재료 중에서 석채와 옻 액에 색을 가공한 옻칠 물감을 주로 사용한다. 석채는 자연에서 얻은 광물질을 곱게 빻아 아교를 섞어 쓰는 재료이며 분채는 가루 분말로 물에 용해시켜 얻은 재료다. 동양화는 재료에 따라 색에 따라 그림을 보는 기분이 달라진다. 그림을 보면서 느껴지는 기분은 꽃무리, 꽃비, 꽃 소리, 꽃 마음과 같은 것들인데 화가 스스로 이러한 작품들에 대해 꽃비라 명명 하고 있다.

▲이현진. 꽃비를 맞다. 한지에 옻칠. 50호p. 2019. 500만원

▲이현진. 꽃비를 맞다. 한지에 옻칠. 50호p. 2019. 500만원

얇은 선이 그어지면서 꽃무늬가 만들어진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여럿이 되면서 꽃무늬는 꽃무리가 되고, 꽃무리는 바람이 되고 햇살이 된다. 꽃무리 속을 자세히 보면 사람이 그려져 있다. 여기에 사람모양을 한 사람은 무리속의 바람처럼, 무리속의 잔상처럼 섞여 있는 감상자 자신을 대입하면 된다. 드러나 있으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감정이다. 무리에 섞여 바람이 되어 목적지를 정하지 못한 채 긴 여정의 시간을 가지는 자신이다.

▲이현진. 꽃비를 맞다. 한지에 옻칠. 10호F, 2019

▲이현진. 꽃비를 맞다. 한지에 옻칠. 10호F, 2019

때로는 스스로 만족하지만 대체로 부족한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한 긴장상태를 유지한다. 자유롭게 펼쳐져 있으면서 특정할 리듬을 찾아간다. 새로운 조건과 새로운 사회에 대해 화가가 자신의 시간으로 바라본다. 꽃잎이 땅에 떨어져 다른 생명으로 피어난다. 피어나고 돋아나는 생명체는 그 무엇으로 자라날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화려한 삶이거나 궁핍한 생이거나 상관하지 않는다. 감상자가 그러하듯이 미지의 내일은 내일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박정수의 미술事色⑤] 잡식문화가 뜨고 있다


박정수 정수아트센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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