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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잘못 설계됐다’는 보험, 책임은 누가 지나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0-01-13 00:00

▲사진: 장호성 기자

▲사진: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보험회사들이 실손의료보험 등 과거에 잘못 설계된 상품으로 부담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은성수닫기은성수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이 보험업계 CEO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모두발언에서 전달한 메시지다. 이후 이어진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은성수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또 다른 메시지를 전했다.

내용인 즉 “실손의료보험에서 손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보험사들이 가입자에게 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이야기였다.

보험업계를 감독하고 약자에 해당하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금융위원장 입장에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앞서 모두발언에서 실손보험이 ‘과거에 잘못 설계된’ 상품인 것을 인정한 직후에 할 이야기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험상품을 설계하는 것은 물론 보험사들의 일이지만, 이를 살펴보고 판매를 승인하는 것은 응당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즉 실손보험이 ‘과거에 잘못 설계된’ 데에는 당국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은 위원장의 말대로 보험사들이 가입자에게 돈을 더 내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면, 당국 역시 보험사들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며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긴축경영을 위한 인사 및 조직 슬림화 작업으로 보험사들이 정신없는 상황에서 굳이 금융위원장이 보험CEO들을 콕찝어 불러낸 이유는 자명해 보인다. 실손 및 자동차보험료 인상률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제스처다.

이 상품들은 보험사들이 다루고 있는 상품 중에서도 가장 가입자 수가 많은 축에 속해, 금융당국이 보험료 변동을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품군들이다.

그러나 이들 상품은 모두 높은 손해율과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보험사들에게 있어 만성적인 적자를 유발하고 있기도 하다.

보험업계는 이 상품들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도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자 규모의 상한선을 정해두고 그에 맞게 요율을 조정하는 정도의 조치만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최저임금과 정비수가 상승 등 구조적 요인에서부터 인구 고령화 등 사회적 요인, 과잉진료와 보험사기 등의 보험금 누수 요인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두 상품군의 손해율은 폭등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손해보험업계 전반의 순익이 전년대비 두 자릿수 가량 급감하는 등 만성적인 적자 기조가 따라왔다.

손보사들은 조직 슬림화와 디지털 도입 등의 고육지책을 통해 사업비를 절감하려고 노력했지만 중과부적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있던 채권을 팔아 순익을 방어할 수 있는 대형사들은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한 중소형사들은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중소형사들이 해당 상품 판매를 포기하면 대형사들로 계약이 쏠려 이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풍선효과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런 보험업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보험업계에 ‘보험료 인상 최소화’를 주문하고 있는 이유는 오는 4월로 예정된 전국 총선에 대비한 대비 민심잡기인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능하다면 우회적으로 특약이 줄어들거나 하는 등 보험사들은 어떻게든 리스크 헷징 수단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단기적으로는 보험료 인상 억제로 인해 소비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보면 이 같은 억제가 보험사들의 부담을 늘려 차후 더 큰 소비자 불이익을 부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 간담회에서 “더 이상 단기 매출과 실적 중심의 과거 성장 공식이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당국 역시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단기적 미봉책보다는 보험사들의 건전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장기적인 시장 활성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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