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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달라진 원유 공급구도..이란사태 따른 유가 하방경직성과 함께 주목받은 상승 한계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1-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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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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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이후 유가의 하방 압력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지만 동시에 상방의 한계도 주목 받고 있다.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지기에 대한 미사일 공격 이후 유가 불안 심리가 강화되기도 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내자 유가가 급락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미-이란의 갈등이 이어질 수 있지만 트럼프의 발언으로 국제유가(WTI)는 60불 밑으로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8일 뉴욕 시장에서 WTI 선물은 전일대비 3.09달러(4.93%) 낮아진 배럴당 59.61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2.83달러(4.15%) 내린 배럴당 65.44달러에 거래됐다.

■ 작년 4분기부터 차고 오른 국제 유가

지난해 초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0불대 초반 수준에서 반등하기 시작한 뒤 4월 하순 60불대 중반 수준에서 추가 상승이 막혔다.

이후 50불대 초반을 저점, 60불대 중반을 고점으로 한 박스권 등락을 이어갔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10월 초 다시 50불대 초반에서 지지선을 형성한 뒤 작년 12월엔 60불 위로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유가가 상단을 깨고 오를 것이란 기대감들도 강화되기 시작했다.

작년 4분기부터 유가가 상승흐름을 탄 데는 OPEC+의 추가 감산에 대한 기대감,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타결 기대, 중동 리스크, 글로벌 경기 회복이나 위험자산 선호에 대한 기대 등이 작용했다.

이후 이란사태로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기가 한층 더 강화되자 유가는 오름폭을 더욱 확대했다. 적어도 지정학적 불안이 유가의 하단을 지지하는 역할은 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화됐다.

■ 중동 우려 불구하고 주목받는 유가상승의 한계..'늘어난 미국의 생산과 수출'

원유 생산지가 밀집돼 있는 중동 지역의 정치적 위기가 고조될 때는 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동반되는 게 일반적이다. 공급 차질에 대한 걱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시계를 늘려서 보면 유가 상승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인식도 강하다. OPEC+ 회원국들이 감산목표를 지킬지 여부 등도 주목을 받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공급 증가가 수요를 상회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OPEC의 감산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데다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 생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공급 기대를 감안해야 한다.

올해부터 OPEC+는 감산규모를 일일 120만배럴에서 170만배럴로 50만배럴 확대하고 사우디는 40만배럴 추가 감산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모두 210만 배럴의 감산 목표를 공언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

국제금융센터의 김희진 연구원은 "OPEC+의 경우 3월말까지 감산 기한 추가 연장에 대한 언급이 없어 실제 감산 기간은 두 달에 불과하고 3월 6일 회의에서 감산정책을 재논의할 예정"이라며 "OPEC은 그 동안 감산 쿼터를 준수하지 않은 러시아, 이라크, 나이지리아에 대한 강제적 규제 부과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이 유가 급등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말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역량이 유가 급락에 적지 않게 기여했지만, 미국은 생산 역량 그 자체를 통해 유가흐름을 상당히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김 연구원은 "최근 미국 원유생산 및 수출은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 "美 생산은 12월 20일 일일 1,290만배럴(전년비 +10.3%)로 사상 최고치를 유지했으며, 4주 평균 원유수출은 일일 339만배럴(+25.9%)로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노르웨이, 브라질, 멕시코, 캐나다 등이 고도화 설비를 갖추면서 2020년 세계 공급에 약 80~100만배럴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은 저점을 통과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생산과 수출을 늘리게 되면서 중동지역이 유가를 지배한다는 과거의 관념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보인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유가 상승폭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며 "원유 시장 최대의 변화는 미국이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중동 리스크 부각시 미국산 원유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미국은 1973년 이전까지는 석유 수출국가였지만 1973년부터 석유 순수입국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2018년 다시 순수출국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던 시기는 세계 원유시장이 중동에 의존적이던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지난 1967년 아랍과 이스라엘간 6일 전쟁(3차 중동전쟁) 당시 아랍국가들의 석유 금수조치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데는 당시 미국이 원유 수출국이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즉 현재 미국의 원유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원유 공급의 큰 구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메리츠종금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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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발 원유수급 우려의 한계..줄어든 이란의 영향력과 커진 미국의 파워

이란 사태로 인해 지난 3일 WTI 가격은 전일대비 3% 넘게 오른 63달러대에서 마감했다. 이는 미국이 대이란 제재 일부 유예를 전면 중단한 5월 이후 최고치였다.

미국-이란 갈등으로 이란에서의 원유 생산 감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 호르무즈는 세계 원유 수송물량의 30%가 지나다니는 곳이다.

한윤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란발 원유 생산 감소가 나타나더라도 미국의 증산 또는 재고 방출로 세계 원유 실수급에 이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미국 댈러스 연은 총재는 미국의 원유 시장 점유율이 커진 만큼 이란 사태에 따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이란의 원유 생산은 이미 기존 약 400만배럴/일에서 200만배럴/일까지 반토막이 나 세계 생산에서 차지하던 비중은 2%로 하락했다"면서 "반면 미국의 원유 생산은 현재 2,000만배럴/일에 달해 이란의 10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의 전략비축유(비상사태에 대비해 쌓아둔 원유)도 6.3억 배럴 수준으로 이란의 320일치 원유 생산량을 커버할 수 있는 양이 있다고 밝혔다.

중동의 정치적 불안에 따른 심리적 요인으로 유가의 오버슈팅이 가능하지만, 공급 구도의 변화 등을 감안할 때 유가가 마냥 크게 오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란은 과거에도 미국의 제재에 반발해 여러차례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겠다고 위협한 적이 있지만, 실행에 옮겨진 적은 없다. 이 해협을 통해 사우디, 이라크, UAE 등이 원유를 내보내고 있어서 이란이 독단적으로 길을 막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자료=신한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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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불안에도 불구하고 박스권 상단 뚫기 어렵다는 인식도

공급 요인 등을 감안할 때 유가가 최근 박스권의 고점인 65달러 근처로 올라오면 매도하려는 심리도 작용할 수 있다.

전날 트럼프 발언 이후 유가가 60달러 아래로 급하게 떨어진 데에도 유가 상승 여력에 한계가 있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평가들도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만약 과거였다면 미국과 이란의 상호 공습은 유가를 크게 띄웠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상승세가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위시한 Non-OPEC 국가들의 공급 증가세 전망, 그리고 소비자들이 65달러 아래의 저렴한 가격 요구 등이 유가 하방 압력"이라며 "미국의 저유가 선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WTI 가격 65달러 근접 시 상존하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 수요 둔화 가능성도 WTI를 비롯한 유가 상승 여력을 점차 제한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의 50~65달러 박스권 돌파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유가 반등의 한계를 감안해 향후 오버슈팅 국면 등을 매도 찬스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부 투자자들에겐 박스권 상단에 근접하는 WTI 가격이 단기 매도의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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