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확정급여형(DB형)은 회사가 알아서 운영하고 어차피 퇴사할 때 ‘목돈’으로 받거나 ‘연금’으로 받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정도로 알 뿐이다. 회사도 개인도 이제 퇴직연금에 대해 조금 더 주체적으로 나설 때가 됐다.
DB형 vs DC형, 이제는 차이를 알까?
국내 퇴직연금 제도는 1981년 401K라고 불리는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미국 등과 비교해 역사가 매우 짧은 편이다.
오랫동안 ‘퇴직금’ 제도에 익숙해져 있었던 만큼 퇴직연금 제도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데다 DB형·DC형 등 복잡하기만 한 용어도 여전히 낯설어하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강조되는 것이 직원들에 대한 ‘퇴직연금 교육’이지만 이조차 거의 태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직원은 ‘회사가 알아서 해주겠지’, 기업은 ‘연금 사업자가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생각에 퇴직금 운용을 맡겨 놓은 채 나 몰라라 하는 곳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퇴직연금은 크게 DB형과 DC형으로 나뉜다. 결정적인 차이는 퇴직금의 운용 주체에 있다. DB형은 기업이 직원의 퇴직급여를 운용하고 직원이 퇴직할 때 법정 퇴직급여(직전 3개월 평균임금×근속연수)를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직원에게는 퇴직금과 큰 차이가 없다.
퇴직연금을 운용한 결과 수익이 난다면 이는 회사에 귀속되고 만약 손실이 나도 기업의 책임이다. DB형에 가입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실적배당형’보다 ‘원금보장형’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비교해 DC형의 운용 주체는 직원이다. 기업은 직원의 재직 기간 중 매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연·분기·월 단위로 노동자의 DC 계좌에 지급한다.
직원은 수령한 퇴직급여를 운용해 투자 수익을 얻는 것이 가능하고 손실이 나더라도 직원의 책임이다.
물론 DC 계좌에 입금된 퇴직급여를 직원이 중간에 마음대로 꺼내 쓰지 못하도록 돼 있다.
다만, 6가지 예외 사항을 두고 있는데 무주택 가입자가 본인 명의의 주택을 구입할 때, 5년 이내에 가입자가 개인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때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하는 사례는 매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퇴직연금 중도 인출 금액은 1조 1,793억원으로 전년 동기(8,163억원) 대비 무려 44.5% 정도 늘어났다. ‘노후 소득 안전판’으로서 퇴직연금의 기능이 퇴색될 수밖에 없는 통계다.
DC형이 무조건 유리한 건 아냐
그렇다면 직원 입장에서 DB형과 DC형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게 더 유리할까. 단순하게 얘기하면 임금 상승률이 운용 수익률보다 높을 때는 DB형이 유리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DC형이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임금피크제’를 기점으로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입사 당시 연봉 1,200만원에 신입 사원으로 근무하게 된 A씨는 입사 후 3년 뒤 퇴사하게 됐다. 지난 3년간 A씨의 연봉은 해마다 4%씩 인상됐는데, 이때 A씨가 지급받게 되는 퇴직금은 퇴사 당시의 월급인 108만원×3년으로 324만원이 된다.
만약 A씨가 DC형에 가입돼 있었다고 하면 입사 첫해 100만원, 그 다음 해 인상된 월급 104만원, 퇴직 당시 월급 108만원을 더한 312만원이 기본 퇴직금이 되고 여기에 투자 수익이 더해진다.
결국 노동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퇴직급여를 운용해 ‘플러스알파’를 높이느냐에 따라 최종 금액이 큰 차이가 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DC형 투자자의 경우 가입한 퇴직연금 사업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DC형 계좌의 퇴직급여를 투자할 상품을 선택하거나 투자 비율을 조정하고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하는데는 회사가 정한 테두리가 중요한 영향을 미쳤지만, 가입이 완료된 뒤 퇴직급여의 투자 상품을 고르는 것은 전적으로 직원들의 몫이다.
가입돼 있는 퇴직연금 사업자에서 판매 중인 퇴직연금 상품이라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투자 비율을 조절하는 것 또한 자유롭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