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산안을 510조원 남짓으로 대폭 늘리면서 적자국채 한도가 30조원 가량 급증한 뒤 수급 우려들도 제기했으나 외견상 발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국고30년물 입찰이 끝난 뒤 채권가격은 낙폭을 확대하면서 향후 수급 이벤트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올해 1월 경쟁입찰로 발행하는 국고채 물량은 10.4조원이다. 이는 지난해 1월의 7.3조원보다 3.1조원이나 많아진 것이다.
이번주엔 국고3년 2.2조원, 국고30년 2.7조원이 경쟁입찰로 발행된다. 발행 규모는 작년 이 맘 때 수준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1월에 경쟁입찰로 발행한 규모는 국고3년물이 1.6조원, 국고30년물은 1.8조원이었다. 올해 3년과 30년 입찰 규모가 지난해 보다 각각 6천억원, 9천억원 더 많아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6일 실시된 국고3년 입찰에선 6.475조원(294.3%)이 응찰해 2.2조원이 1.260%에 낙찰됐다. 오전 시장이 강했던 상황에서 낙찰금리는 기준금리보다 1bp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날은 글로벌 안전자산선호가 둔화된 뒤 시장 약세 분위기에서 입찰이 치뤄진 가운데 7.603조원이 응찰해 2.694조원이 1.620%에 낙찰됐다. 장 초반부터 입찰 경계감이 작용하는 모습이었지만, 숏을 커버하는 수요 등으로 입찰에 큰 무리는 없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입찰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견조한 매수세였다"면서 "물량이 작년보다 늘어난다고 막 부담을 느끼고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가격이 급하게 올라오고 매도가 편해서 미리 헤지를 많이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단 돈이 없는 시장도 아니고 일각의 우려 만큼 부담도 크지 않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살아 있으니 수요가 견조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 하지만...30년 입찰 뒤 가격 낙폭 커지면서 긴장감 키워
이날 30년 입찰이 끝난 뒤 채권가격은 낙폭을 키웠다. PD들이 물량을 적극 떠안았으나 헤지 문제 등으로 시장이 체력 부담을 나타내는 중이란 평가들도 나왔다.
C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란 사태라는 우호적 재료, 비경쟁 옵션 등을 감안하더라도 실제 장투기관에선 입찰에 큰 관심이 없었다. 오늘 입찰은 PD들의 시장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장투가 가져간 물량은 기껏 절반 남짓 정도로 추정된다. 증권사 헤지가 충분치 않아서 장이 더 밀렸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장기물 물량이 작년에 비해 적지 않게 늘어난 데다 시장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발행량의 30%에 달하는 PD들의 비경쟁인수 물량이 나올 수 있어 올해 장기물 입찰은 만만하게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D 보험사 매니저는 "입찰에 장투기관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스트립 소식도 거의 없었다"면서 향후 PD들 물량이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향후 추가적인 시장 체력 테스트 필요
올해 적자국채 한도가 30조원 가량 늘어나는 데다 올해 국고채 입찰 초반이어서 앞으로도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의 시장의 체력을 확실히 파악하기 어렵고 추가적으로 입찰을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F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오늘 30년물이야 증권사들 대차 물량이 많아 이번엔 무난히 소화됐다"면서 "다만 올해 국채 물량 증가 부분은 앞으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첫 달이니 계속 누적이 돼 봐야 시장이 얼마나 부담을 느끼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만 해도 10-30년 커브 벌어지는 데 베팅했던 증권사가 30년을 낙찰 받으면서 10년 매수분을 접는 게 얼마나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국고채 발행 물량 증가와 함께 2월까지는 안심전환 대출용 MBS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에 따라 연초엔 장기물 수급 문제 등과 관련해 보다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다만 연초 장이 너무 빠르게 강하진 데에 따른 반작용 성격이 커 물량 부담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엿보였다.
G 운용자는 "어제까지 장기물이 상당히 강했는데, 오늘 입찰 뒤 장이 밀렸다"면서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 보다 일단 연초 과도하게 금리가 빠졌던 부분이 되돌림되는 성격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