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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정부의 일드커브 정상화 발언..내년 발행물량 증가 앞두고 커브는 얼마나 설 수 있을까

장태민

기사입력 : 2019-12-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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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최근 국고10년과 30년 금리 흐름..자료: 코스콤 CHECK

그래프: 최근 국고10년과 30년 금리 흐름..자료: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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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전날 오후 기획재정부가 제1회 '국채발행전략 협의회'에서 '일드 커브 정상화'를 거론해 관심을 끌었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19일 "내년 장기물 공급이 10조원 수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익률 곡선 평탄화 현상은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채권시장의 초장기 커브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많이 눌려 있는 가운데 정부까지 나서서 일드 커브를 직접 거론한 것이다.

최근 수년간 국고채 초장기 구간은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보험사들의 매수라는 수급요인,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 등으로 어느 나라보다 과감하게 눕는 모습을 보여왔다.

■ 대폭 늘어나는 국고채 물량과 정부 입장..'채권수요 무난하고 일드 커브도 세운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전날 협의회에서 국고채 발행한도는 130.2조원으로 올해보다 28조원 수준으로 늘어나고 이는 국내 시장 규모나 수급 여건을 감안할 때 무난하게 소화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내년 국채발행규모가 올해에 비해 대폭 늘어나지만, 수급이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도 적기에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차관은 그런데 일드 커브를 거론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구 차관은 내년 장기물 공급이 10조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앞으로 국채 이자율 기간구조가 정상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내년 국채 발행물량은 올해에 비해 30% 가까이 급증할 수 있는 구도라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올해 발행실적 101.7조원을 감안할 때 130조원 남짓한 규모는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이미 예산안과 관련해 8월부터 이같은 내용은 알려진 상황이었으며, 차관이 거론한 장기물 10조원 가량 증가 등도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수순이었다.

기재부는 2018년과 2019년 국고채 만기별 비중을 단기(3·5년물) 40%, 중기(10년물) 25%, 장기(20년물 이상) 35%를 중심으로 해서 발행해 왔다.

각각 상하 비중 변동범위를 5%포인트로 설정해 발행을 이어왔다. 국고채 한도가 30조원 가량 늘어난 상황에서 차관의 장기물 공급 10조원 증가 등은 당연한 얘기였다.

아무튼 정부는 원활한 국고채 소화와 장기 금리 '관리'를 동시에 거론했다.

구 차관은 "국채시장 유통규모 3,500조원 수준과 국고채 중장기물에 대한 보험사의 견조한 수요, 단기물에 대한 은행·증권,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매입 등을 고려할 때 수요 우위의 국고채시장 수급여건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수익률 곡선 평탄화 완화, 장기물 금리의 과도한 하락 방지를 위한 수급 관리 노력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 경기회복 기대와 정부의 의지..장기 커브는 얼마나 설 수 있을까

단순하게 내년 국고채 발행한도 130.2조원을 12로 나누면 월평균 10.9조원이 나온다.

처음으로 월발행 10조원대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올해 8월 예산안이 나온 뒤 지난해와 올해 30조원 수준이던 적자국채 한도가 내년 60조원 수준으로 늘어나는 것은 알려진 바 있다. 정부의 510조원이 넘는 대규모 예산편성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였다. 시장도 상당기간 이를 의식하면서 반영해 왔다.

다만 일각에선 내년 실제 국고채 발행에 돌입하면 물량 부담이 예상처럼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인식을 나타냈다. 일부에서 울트라 예산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내년 예산이 늘어나고 국채발행 규모도 크게 확대되는 만큼 연초 시장의 소화력 등은 계속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최근 미중 1단계 합의나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 주가 상승 등을 보면서 향후 국내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시각도 늘어났다. 적어도 극단적인 경기 비관론은 많이 퇴색한 측면이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나서서 일드 커브의 지나친 평탄화까지 문제로 삼고 나선 상황이다.

어제, 오늘 금리가 오르면서 국고10년물 금리는 1.68%, 국고30년물은 1.64% 수준 언저리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는 국고10년물 금리가 30년을 웃돌고 있다.

이런 상황은 미국 등 일반적인 나라의 상황과 크게 대비된다. 현재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92%, 미국채30년물 수익률은 2.35%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현재 30년물과 10년물의 금리차가 43bp 가량 나는 정상 커브다.

하지만 국내는 초장기 커브가 누워서 버틴지 오래됐다. 수년 전부터 IFRS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듀레이션 확대 필요성으로 보험사들이 초장기를 매수할 수 밖에 없었던 수급 요인도 크다.

아무튼 내년 전체적으로 국채 발행이 늘어나는 가운데 최근 발행하던 비중대로 해도 20년 이상 구간이 10조원은 발행돼야 할 수 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내년에 어찌됐든 경기가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며 "여기에 국고채 물량도 늘어나고 장기물 역시 따라서 많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에 지나치게 낮은 초장기 금리에 대해 정부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장기 구간이 과도하게 눌리기는 어려워진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한 매니저는 "모두가 일드 커브 정상화를 바라고 있는데, 실제 가능할지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권 쪽은 좀 설 것으로 보는 듯하고, 보험 쪽은 좀 애매해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중년, 노인 중심 국가로 빠르게 변신하는 한국..길게 보면 커브 스티프닝 한계도 공감

하지만 일드 커브 정상화를 바라면서도 공급만으로 커브는 세우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정부가 시장 충격을 감안해서 발행을 조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마당에 일단 커브는 크게 일으켜 세우기는 어렵다는 인식도 보인다.

무엇보다 '길게 본다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초장기 구간의 금리를 크게 올리기 어렵게 만든다는 얘기들이 많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공급을 늘리는 것만으로 일드 커브가 정상화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경기가 돌아서야 하는데, 선행지수 상승 반전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제가 따끈해지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만약 실물지표가 가시적인 개선을 보인다면 30년이 10년보다 10bp 가량은 위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활기 넘치는 미국의 경우 30년-10년이 30~50bp로 움직이는데, 우리경제는 좋아지더라도 기대감을 갖는 데 한계가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우리 30년-10년도 20bp 내외로 가야 정상이라고 봤으나 한국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어차피 기업과 개인들의 활력이 떨어져 있어서 10bp면 족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거듭된 경제정책 실패, 그리고 거의 식물인간 비슷한 한국경제가 살아나봐야 '찔끔'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당분간 장기물 발행 확대에 대한 부담 속에 커브 스티프닝 무드가 이어지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운용역은 "장기물 물량이 확대되고 부담이 계속되면 연초에도 스티프닝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협상 서명 등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이 빠르게 젊은층이 소멸하는 노인, 중년 중심의 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는 상태여서 초장기 구간의 금리는 상승에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많다.

이 운용역은 "구조적으로 30년 기대물가와 10년 기대물가를 보면 30년이 더 낮다. 향후 인구도 줄고 잠재성장률도 더 떨어진다"면서 "물가와 성장률 모두 길게 보면 장기가 더 낮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무엇보다 인구 요인이 결정적이다. 미국은 이민 등으로 백인이 줄어도 평균 연령이나 인구가 크게 변동이 없다. 한국은 지금 상태로 가면 30년 후엔 사회가 병든 닭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일드 커브 역전이 계속 심화되는 것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급격한 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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