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금통위원 가운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수가 이들의 주장에 동조해줄지가 내년 초 봄까지 금리인하 가능성을 결정하는 변수다.
하지만 2명을 제외한 나머지 금통위원들은 '금융안정' 부문도 꽤 중시하면서 부동산 가격 흐름 등을 우려했다.
■ 비둘기파들, 저물가 근거로 계속해서 인하 주장
17일 장 마감 뒤 공개된 11월 금통위의사록을 보면 신인석 금통위원은 "우리 경제의 물가상승률은 2012∼2013년 큰 폭의 마이너스 GDP갭을 기록한 기간 이후 처음으로 1%대로 하락한 뒤 목표치인 2%에 안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금번 경기부진을 겪고 있다"면
서 금리인하를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어느 정도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한 가운데 이를 교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큰 폭의 경기부진을 다시 겪으며 물가상승률이 0%대로 추가 하락해 기대인플레이션도 추가 하락할 위험이 있는 것이 현재 통화정책이 대응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11월 이벤트 당시 사실상 '2명의 인하주장'이 나온 것이란 평가도 많았던 가운데 조동철 위원으로 확실시되는 멤버도 곧 인하를 주장할 뜻을 내비쳤다.
조동철 위원은 "금리 인하가 바람직하지만 2차례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본다는 지난 회의의 의결문을 존중하기 위해 다음 회의로 이연하기로 했다"고 했다.
내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둔 조 위원은 금통위원 재직시 단 한번도 금리인상에 찬성한 적이 없고 가장 많은 인하의견을 제시해 온 인물이다. 조 위원은 거의 4년 내내 비관적인 경기관과 물가관을 유지해 왔다.
그는 "우리 경제는 민간부문의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공공부문 지출 확대에 의존한 미약한 성장세만을 이어가고 있으며, 내년에도 큰 틀에서 이와 같은 모습은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확장이 정부소비를 통해 성장률 하락을 완충하는 모습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전체적인 성장률은 2%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면서 마이너스 GDP갭은 오히려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물가는 낮고 금리는 높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그는 "GDP갭, 기대인플레이션, 해외물가 등과 같은 거시경제변수들이 대부분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볼 때 목표수준 2% 내외에서 이탈해 0%대 후반까지 낮아진 근원물가 상승률 하락추세가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조적 물가상승률 흐름을 고려할 때 1.25%인 현재의 기준금리도 실질금리 기준으로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며, 따라서 작금의 거시경제 상황에 맞추어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만만치 않은 인하 반대론자들
신인석, 조동철 위원이 사실상 1월 회의 때 인하를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나머지 위원들의 스탠스가 만만치 않다.
나머지 위원들도 경기, 물가 둔화를 우려하긴 마찬가지였으나 금융불균형이나 부동산 문제를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조 위원이 부동산 문제에 대한 비중을 낮추고 한은의 물가목표에 신경을 쓰는 반면 나머지 위원들은 금융안정 문제도 꽤 비중을 뒀다.
정권 출범 후 서울 아파트 폭등으로 연달아 내놓은 정부 부동산 정책이 모두 실패한 가운데 정부는 16일에 다시 한번 종합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11월 회의 당시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부동산 불안을 의식하는 모습들이 나타났다.
예컨대 일부 위원은 "신용공급과 유동성 확대가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제활동 진작보다는 고수익·고위험 투자 확대와 일부 지역 주택시장 불안정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금융불균형 누적 가능성,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우려하면서 비둘기파들의 인하 드라이브 스탠스와는 적지 않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회의에서 사실상 2명의 소수의견이 나왔지만, 신·조 위원을 포함한 4명의 금통위원은 내년 4월까지 3번의 금리결정회의만을 남겨 두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비둘기파들이 세를 규합할 수 있을지 낙관하기 쉽지 않다.
소수의견이 기준금리 방향성을 나타내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 온 게 사실이지만,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 부동산 불안 등을 감안할 때 금통위가 적극적인 완화로 나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통위 의사록에 이주열닫기

A 위원은 "최근의 신용공급과 유동성 확대가 아직은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제활동 진작보다는 고수익·고위험 투자 확대와 일부 지역 주택시장 불안정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나 중장기 안정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B 위원은 "금융시장에서의 통화정책 파급경로가 원활하게 작동하지만, 완화적인 금융 상황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동반될 수 있는 금융불균형 누적 가능성에 대해서는 계속 유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 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더욱 심화된 금융불균형은 통화정책의 관점에서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문제로 부각됐다"면서 "현재 거시경제정책의 조합과 기조는 적절하다"고 했다.
D 위원은 "가계부채는 정부의 강력한 대책 등으로 둔화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상승이 가계부채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향후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인하를 위해선 이들 중 최소 1명의 비둘기파 동조자가 나오고 이주열 총재가 인하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아니면 2명의 인하 동조자가 나와야 한다.
■ 저물가, 이주열 총재의 입장은..
비둘기파들이 저물가를 근거로 금리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주열 총재는 전날 기자들과 송년 모임을 열고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데 구조적인 요인도 크다고 보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글로벌화와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른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 전자상거래 확산에 따른 유통비용 절감 등이 물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온라인을 통한 해외직접구매 확산, 공유경제 활성화 등 소비행태의 빠른 변화도 저인플레이션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 고령화와 자동화 진전 등이 임금상승을 제약해 물가 상승압력을 약화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와 물가 간의 상관관계가 약화됐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미시물가 자료를 이용해 기업의 가격조정행태를 분석해 본 결과 기업들의 가격 조정 빈도가 최근 줄어드는 모습"이라며 "기업의 가격조정행태에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경기와 물가 간 관계의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도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한 온라인 구매 등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 때보다 훨씬 싼 경우가 많다. 또 지속적인 정부의 복지정책이나 가격통제에 따라 물가가 시각적으로 덜 오르는 측면도 크다.
이 총재는 '저물가에 따른 금리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통화정책을 완화 기조로 유지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의 여지가 있는 것은 여러 번 강조했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저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수요압력이 약한 것도 있고 공급요인,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같은 정책적 요인에도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저물가에 대해서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디플레이션 우려와는 선을 그었다.
총재는 "정부의 복지정책이 한은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조치가 강화되면서 물가전망에 괴리가 있었고 이에 따라 물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게 제기된 측면이 있다"면서 "물론 우려와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해지면 어느 정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수치는 올해 0.4%, 내년 1.0%다.
■ 저물가와 금융안정..추가 인하 시기와 가능성은 유동적
현재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오는 데는 경기 요인과 비경기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물가와 정책을 논할 때 공급 요인보다 수요 요인, 비경기 요인보다 경기 요인에 무게를 두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의 물가 상황에 대한 고민들은 상당히 큰 편이다.
디플레이션이 아닌 물가 상승률 둔화를 의미하는 디스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어떤 정책을 펴야 할지, 또 향후엔 구조적 변화 등에 따른 '악성이 아닌 양성'의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지 등도 고민거리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기술발전 등으로 양성 디스인플레이션이 초래된 경우는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면서 "정책사이드에선 마치 병원에서 수술이나 약물 치료를 하지 않고 추적 관찰을 주기적으로 하라고 하는 것처럼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정책도 향후 경제가 좋은 상태를 유지할지를 예의주시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향후 구조적 변화, 기술발전 등으로 물가가 더 못 오르게 되면 기대 인플레 관리가 중요해진다. 기대 인플레가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스파이럴(deflationary spiral)이 나타날 경우 생산 위축과 소비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 결국 기대 인플레를 잘 다스려야 하며, 금리정책은 중립이나 완화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아무튼 현재로선 경기와 물가 상황, 그리고 부동산과 금융안정 문제까지 얽혀 있어 추가 금리인하 시점을 자신하거나 추가 인하가 가능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만만치 않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11월 의사록을 보면 사실상 소수의견이 2명이 나왔지만, 금리 추가 인하는 유동적"이라며 "경제 여건이 더 안 좋아지거나 서울 부동산 상황이 상당히 안정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경기가 추가로 악화되는 것도 아니고, 일단 내년은 금리 동결을 가정하는 게 나을 듯하다"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소수의견이 사실상 2명 나왔지만 당장 1,2월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후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인데, 추가 1차례는 가능해 보인다"면서 "강력 비둘기파들의 퇴진을 앞둔 4월 정도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