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3분기 GDP 속보치까지의 결과를 감안하면 올해 성장률 2.0% 달성도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올해 남은 4분기에 전기비 1% 성장을 해야 '2자'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이 목표마저 상당히 버겁게 느껴진다.
올해 GDP 성장률 2%를 위해서는 지난 1분기(-0.4%), 2분기(1.0%) 상황을 고려할 때 3, 4분기에 최소한 0.6% 수준 정도의 성장이 필요했다.
하지만 3분기 성적표가 예상에 미달하면서 1%대 후반을 각오하는 게 현실적인 기대치로 보인다.
■ 민간소비 둔화 속 건설투자 5% 이상 감소
3분기 국민계정을 조금 세부적으로 보면 민간소비는 준내구재(의류 등), 거주자 국외소비(해외여행)가 줄었으나 내구재(승용차 등)가 늘어 0.1% 증가했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1.2%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건물 및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5.2%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가 줄었지만 운송장비가 늘면서 0.5% 증가를 기록했다.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4.1% 증가했고 수입은 운송장비 등이 늘어 0.9% 증가했다.
경제활동별 국내총생산을 보면 건설업이 감소로 전환했으나 제조업은 증가폭을 확대했다.
농림어업은 농산물 생산이 늘어 1.4% 증가했고 제조업은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등이 늘어 2.1% 성장을 기록했다.
전기가스수도사업은 전기업을 중심으로 12.3% 감소했고, 건설업은 건물 및 토목 건설이 모두 줄어 4.0% 감소를 나타냈다.
서비스업은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의료·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0.4% 증가했다.
■ 올해 성장률 '2%' 구경하기 위해선 4분기 0.97% 성장 필요
올해 3분기 성장률 0.4%은 역성장을 기록한 지난 1분기를 제외하면 1년 만에 최저치다.
부진한 수출이 회복세를 보였으나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가 떨어진 데다 민간투자와 소비 감소 등 내수가 부진한 영향으로 3분기 경기는 반등에 한계를 보였다.
연간 성장률 2%를 달성하기 위해선 4분기 성장률이 0.97%를 나타내야 한다.
성장률은 지난 1분기 0.4%로 뒷걸음질 친 뒤 기저효과와 재정지출 효과로 2분기 1.0%로 반등했다. 하지만 3분기엔 정부의 '재정지출 기저효과'가 나타나면서 다시 0.4%로 둔화됐다.
한은은 정부의 성장기여도 기저효과와 민간투자 조정, 이례적 요인에 따른 민간소비 약화 등이 3분기 성장률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2분기 1.2%포인트에서 재정지출 효과가 줄어들면서 3분기 0.2%p로 낮아졌다. 올해 정부 재정 총 473조6천억원 중 상반기에만 275조4천억원(58.1%)이 집행됐다.
분기별 정부 재정집행 규모는 1분기 138조2천억원, 2분기 137조2천억원, 3분기 96조6천억원이다.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2분기 -0.2%p에서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3분기 0.2%p로 플러스 전환했으나 재정지출 공백을 메우지는 못했다.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진 데는 정부소비가 무상교육 및 의료 등 사회복지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정부투자가 전분기 대비 큰 폭 감소한 기저효과에 기인했다.
한은은 "민간소비가 약화된 것은 올여름 비교적 선선한 날씨로 전기생산과 유류지출이 감소했고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해외여행 등 국외소비가 줄어든 부분이 가세했다"면서 "정부 무상교육이 확대되다 보니 민간소비에서 정부소비로 이전된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 이주열닫기


여전히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성장 하방압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민간성장 모멘텀이 확대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올해 2% 달성을 위해선 남은 기간 정부의 정책 노력을 살펴볼 수 밖에 없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국감장에서 2% 성장 가능성에 대해 "쉽지 않다"면서 정부의 재정노력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2%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홍남기 부총리는 "성장률 2%를 달성하도록 4분기까지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가진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총리는 연말까지 '총동원'한다는 의미는 민간투자 애로 해소와 수출 확대 노력, 재정 이월액과 불용액 활용 등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시장이나 분석가들은 사실상 2%가 어려워졌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지 않냐는 진단을 했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사실상 이 수치면 올해 성장률 2% 달성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면서 "3분기 0.4%, 4분기 0.6%을 감안해 연간 1.8~1.9%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4분기에 1% 정도 나와야 올해 2% 수치를 볼 수 있을 것인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도 "올해 2% 달성이 어려울 것 같다"면서 "3분기 결과는 수출이 잘 나오고 건설이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대통령이 건설투자를 늘린다고 하고 내년엔 반도체 사이클 반등도 가능하니 앞으로 변수는 꽤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정부가 당장 숫자 2%를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경제가 전혀 탈출구를 못찾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KDI 연구원 출신의 대선 후보였던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경제는 성장률 1.9%, 2%가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침몰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일갈했다.
■ 위기 아닌 '일반적 시기'의 1%대 성장..비전 없는 정부 경제정책도 도마 위로
위기가 아닌 일반적 시기의 '1%대 성장'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경제에 대한 통계가 확보되기 시작한 뒤 1%대 성장은 위기 때가 아니면 찾기 어려웠다.
경제성장률이 2%를 하회한 건 1956년(+0.7%), 제2차 석유파동이 터진 1980년(-1.7%),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등 총 4번이다.
한은은 4분기 성장률이 0.6% 이상이면 연간 성장률은 1.9%, 그 이하면 1.8%를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2자'를 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적극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을지, 내린다면 과연 효과는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3분기 GDP 부진, 올해 1%대 성장률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내년 초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면서 "하지만 금리를 내린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상태여서 시기를 확신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GDP가 안 좋다는 점은 확인이 됐다. 2% 성장도 어려워 보인다"면서 "다만 올해는 안 좋지만 향후엔 토목공사를 하고 수출이 반등해서 내년엔 2%가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표가 안 좋아 2월 금리인하도 가능은 해 보이는데, 한은 총재가 그럴 의지가 있는지가 문제"라며 "당장 금리 인하로 연결짓기엔 재료가 좀 올드하다"고 평가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국감장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묻는 질문에 "통화 완화 정도를 어느 정도 가지고 갈지는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다. 대외요인 등 전개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리를 더 내렸을 경우 경기 부양 효과가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미 통화정책의 경기부양 효과는 과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여기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국감장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과 금리인하가 상승 작용을 일으켜 수익성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면서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등 부작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총재도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 가능성이 있어서 면밀히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 재정을 대폭 늘린다. 내년 적자 국채발행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최근엔 문재인 대통령이 건설투자 확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세금, 미래세대의 빚(국채) 아까운 줄 모르고 돈만 쓸 줄 알았지, 전혀 비전없이 경제정책을 끌고 가고 있다는 비판도 보였다.
경제학자 출신의 유승민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서 "올해 성장률이 1.9%가 되면 어떻고 2%가 되면 어떠냐"면서 한국경제가 전혀 돌파구를 못 찾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경제가 어려운 게 이 정부만의 잘못도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잘못된 4대강 사업을 했다"면서 어떤 정부도 제대로 된 구조개혁을 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고 했다.
그는 "나는 공무원을 늘려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정부는 공무원, 공공 부문 사람만 뽑는다"면서 "노동개혁도 시급하지만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겁나서 손을 못 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규제개혁을 하려면 기득권 이익집단의 저항을 이겨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시절 토건 경제, 삽질 경제를 욕했다. 그런데 경제가 안 돌아가니 재정이나 확대하고 건설투자 하겠다고 한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