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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 자금세탁방지 ‘배고픈 첫 술’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기사입력 : 2019-07-22 00:00

[기자수첩] 은행 자금세탁방지 ‘배고픈 첫 술’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법·제도가 만들어졌나만 보는데 그치지 않고 얼마나 예방하고 회수했는 지 효과성까지 따지는 겁니다. 그동안 미보고했거나 사소하다고 넘긴 과실도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입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상호평가팀이 이달 초 국내 금융사 현지실사에 착수했는데 금융권 긴장감이 상당하다.

2009년 FATF 정회원에 가입한 한국은 내년 2월까지 자금세탁방지(AML)와 테러자금조달금지(CFT)를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 지 회원국들의 상호평가를 받게 된다.

특히 제도 자체가 있는 지를 넘어 고객확인(CDD), 고액현금거래보고(CTR), 의심거래보고(STR) 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를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금융권에서는 ‘발등의 불‘이라고 할 만하다. 평가 결과가 우리나라의 금융·사법 시스템의 투명성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자금세탁방지, 그야말로 코앞에 닥친 ‘낯선 절벽’이다.

한국의 자금세탁방지 역사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전만 하더라도 대형 은행들도 그냥 ‘미미한’ 벌금 정도만 감수하면 될 뿐, 자금세탁방지가 필요한 지 자체에 의문이 만연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들어 은행 담당 출입기자로 자금세탁방지는 ‘자주 만나는’ 단어가 돼가고 있다. 앞다퉈 자금세탁방지 조직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신설·정비하거나, 내부통제(컴플라이언스) 전문인력을 늘리는 은행들의 바쁜 움직임이 어렵지 않게 포착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현지 금융당국의 높은 자금세탁방지 잣대에 부합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은행장이 직접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일도 빈번하다.

국제 금융결제망을 사실상 관장하고 있는 미국은 사실상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조달 금지 규제를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만큼 ‘밀착 마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과징금 철퇴를 맞기 전에 “은행장보다도 비싼” 내부통제 전문인력을 채워야 한다며 볼멘소리도 나온다. 앞서 글로벌 은행들이 미국의 제재 대상국과 거래한 사실로 수 조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전례가 있어서 그냥 간과하기가 어렵다.

실제 최근 은행권 한 고위 관계자는 “겉으로 티를 안 내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은행들이 자금세탁방지 때문에 속앓이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을 기점으로 자금세탁방지 이슈에 보다 적극 대응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들이 국내 영업 주력이다 보니 국가 별 리스크 컨트롤 프레임워크를 갖춰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잘 모르기도 했다”며 “본점 차원에서 해외 지점에 대한 거버넌싱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다시 ‘발등의 불’ 얘기로 되돌아가보겠다. FATF 상호평가는 3단계로 나눠진 평가 결과에 따라 후속 점검이 이어진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세계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국가 대외신인도와 연계될 수 있다.

금융사들은 신용장 개설, 무역대금결제 등 환거래, 그리고 수출기업의 금융비용 결정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단 한 마음으로 ‘긍정 평가’ 결과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한 고비를 잘 넘긴다면,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권에서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새로운 ‘첫 술’을 떠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을 거울삼아 보더라도 국제적인 자금세탁방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새길 필요가 있다.

게다가 전자금융업자, 가상통화 거래소까지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부과되는 범위도 확장되고 있다. 갈 길이 바쁘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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