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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한국의 '약한 고리' 선제타격한 일본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7-04 14:50 최종수정 : 2019-07-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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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일본 경제산업성

출처=일본 경제산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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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지난 1일 일본의 반도체 관련 3품목 제재 발표 이후 이날(4일)부터 개별적인 수출 심사가 시작된다.

일본 내에서도 이번 조치가 일본 기업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지만 일본 정부는 단호한 모습이다.

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세코 히로시 경제산업성 장관은 "철회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세코 장관은 "안전보장 상 병기(무기) 등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수출할 때는 확실히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는 8월 한국이 현재 27개국인 '화이토'(화이트·백색)국에서 제외되는 문제에 대해선 "한국은 다른 나라와 같이 통상적인 대우를 받게 된다. 외교상의 문제는 전혀 관계 없다"고 강조했다.

■ 일본의 공세에 대한 정치적 해석..그 해석의 한계

일본의 한국 '제재'는 지난 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란 해석이 강하다.

정치·외교 상의 갈등으로 경제 분야에서 한국 압박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날 아침 홍남기닫기홍남기기사 모아보기 경제부총리도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일본은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강제징용에 대한 사법 판단을 경제 분야에서 보복한 조치라고 명백히 판단한다"고 밝혔다.

부총리는 그러면서 "해결이 안 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판단을 구해야 하기에 내부 검토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실무 검토가 끝나는 대로 제소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부총리는 "이번 보복은 국제법에 위반되는 조치이기 때문에 철회돼야 한다"며서 "시행된다면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피해가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의 일본 후쿠시마 산 수입 금지 문제와 관련해 국제 재판소가 한국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일본의 반격 성격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또 다른 정치적 해석 중엔 일본 집권 세력이 한국을 압박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주장도 있다.

7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부와 집권당이 분위기를 다 잡는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일본의 정치구도를 보면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의 압승은 불가피하다. 최근 일본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자민당이 28%이지만, 제1야당이자 대항세력인 입헌민주당의 지지율은 불과 3% 밖에 안 된다.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60%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동표는 이미 갈 길이 정해진 부동표다. 지지층 없음은 결국 여당으로 거의 다 가는 게 일본의 정치 현실이다. 일본에서 자민당 1당 체제가 구축된지 오래됐다.

■ 오래 전부터 준비해 전격 발표한 일본..2가지 조치

사실 최근 한일 갈등이 누적되면서 일본이 한국에 대한 다양한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역사나 독도, 강제징용 문제 등 각종 갈등요인이 쌓였다. 일본 내부적으로도 골치인 후쿠시마산 농산물 수출입 문제에 대해 한국이 수입하지 않자 비위가 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일 관계는 개선의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의 공세에 대비하고 동시에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들도 있었지만, 상황이 계속 악화돼 왔던 것이다.

이제 일본의 조치를 한번 더 살펴보자.

일본 경제산업성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대한민국향 수출 관리의 재검토에 대해'라는 문건이 나온다.

이 문건을 보면 '수출관리제도'는 국제적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구축돼 있지만, 한일 관계를 검토한 결과 현저히 손상됐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태라고 언급돼 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선 관리를 적절히 한다는 관점에서 엄격한 제도의 운용을 시행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문건은 두 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가 '대한민국에 관한 수출 관리 상 카테고리의 재검토', 두 번째가 '특정품목 포괄수출 허가의 개별 수출 허가로의 변경'이다.

우선 두 번째 항목을 보면 7월 4일부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 가스)를 포괄적 수출허가 제도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포괄적 허가대상에서 제외하면 개별적으로 수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소재들은 일본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70%에서 90% 이상으로 한국 내 업체들의 기술력은 일본에 못 미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문건의 첫번 째 항목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7월 1일부터 한국을 '화이토국'에서 삭제하기 위한 정령(政令) 개정과 관련해 의견을 묻고 관련 절차를 개시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이 지정하는 '화이토국', 즉 우호국을 의미하는 백색국가엔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21개국이 포함돼 있다. 북미에선 미국과 캐나다, 오세아니아에선 호주와 뉴질랜드가 포함된다.

남미에서 아르헨티나가 유일하게 백색국가로 지정돼 있다. 아시아에선 한국이 유일한 백색국가로 지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본이 지정한 아시아 유일의 백색국가였던 한국은 이 카테고리에서 빠져 중국, 대만 등과 같은 관계로 낮아질 수 있다.

한국이 화이트국에서 빠지면 군사용 재료 등 첨단 제품과 관련한 거래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 입장에선 부품 재고 관리, 생산 공정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즉 이날부터 제재를 가한 반도체 관련 '3품목' 외에 앞으로 다른 소재들도 제약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은 또 한국이 WTO에서 제소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자신들은 국제법이나 관행을 무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을 우대해줬지만 앞으로는 '보통국가'처럼 대우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논리도 펴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특혜를 줬으나 향후엔 중국 같은 '일반적인' 나라처럼 대하겠다는 것이다.

■ 반도체가 국가경제의 주축인 한국..약해진 핵심고리 먼저 타격하는 일본

최근 수년간 한국경제는 반도체 등 몇 가지 분야를 제외하고 대외 경쟁력을 많이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말은 곧 그나마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서 버텨주면서 한국 경제를 지지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한국의 수출입은 계속 위축됐다.

지난 6월 수출은 전년비 13.5% 감소한 441.8억달러, 수입은 11.1% 감소한 400.1억 달러에 그쳤다. 이 같은 수출입 감소율은 올해 상반기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단가를 보면 한국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 33.2%, 석유화학이 17.3%나 하락했다. 업황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올해 상반기 수출은 8.5% 감소한 2715.5억달러, 수입은 5.1% 줄어든 2520억달러로 부진했지만 최근에 부진이 더 심화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를 먼저 타격한 것이다. 아울러 8월엔 우호적 국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의 '화이토국' 카테고리에서 한국을 제외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카테고리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것은 추가적인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만성적 대일적자..한국의 일본에 대한 기술 의존을 말해주는 것

일본이 반도체 관련 '3품목' 규제로 일차적인 공격을 가한 가운데 앞으로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

한국 주요 제품의 일본 부품 의존이 여전히 심한 상황에서 일본의 추가 공세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일단 일본이 화이트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 주는 전략 물자 품목만 해도 1천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향후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품목 외에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제품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이 부품 국산화, 기술 자급 자족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얘기도 있지만, 여전히 일본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이는 지속되고 있는 대일 적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27조원을 넘었다. 2016년 26조원, 2017년 32조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는 이어졌다.

21세기 들어서도 한국의 만성적인 대일본 적자는 달라지지 않았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일본에 대규모의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이 가장 큰 적자를 본 나라가 일본이었으며, 적자규모는 사우디나 카타르, 쿠웨이트 등 산유국의 수준을 웃돌았다.

2000년대 들어서 한국이 일본에 대해 기록한 적자만도 500조원이 넘는다. 사실상 한국의 많은 수출품들이 일본의 첨단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한국의 대일본 적자는 다른 제3의 국가에서 돈을 벌어 들이기 위한 필수 코스였던 것이다.

■ 우리는 지금..

미중 갈등은 단순히 무역 문제가 아닌 경제 패권 다툼이다. 이렇게 어지러운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을 겨냥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에 취하는 방식을 일본이 한국에 적용 중이라고도 하고, 또다른 쪽에선 과연 미국이 일본의 이런 행위를 그냥 보고만 있겠느냐고 한다.

한일 관계가 삐걱거릴 때가 많았지만, 일본이 한국의 수출을 직접 겨냥해 대놓고 공세를 펼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본 정부가 이번 발표를 내놓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조치로 일본 기업들의 손실도 불가피하며, 글로벌 공급망에도 악영향이 갈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상당히 걱정스러워 하는 시각도 많다.

국가간 무역 분쟁을 국제 재판으로 가져가더라도 단숨에 깔끔히 해결되는 경우는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는 불어난다.

일본이 자신들도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국에 강도 높은 공세를 취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일본은 한일 무역분쟁으로 자신들도 피해를 입지만, 한국은 더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그 과정에서 얻고자 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기술 개발이나 부품 국산화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다만 대일 무역적자에서 보듯이 이를 단숨에 해결하긴 어렵다.

국내 경기 상황이 좋지 않고 수출이 휘청거릴 때 일본이 이런 공세를 취했다는 점에 기분이 영 개운치 않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일본은 한국의 도움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한 바 있다.

국제사회에서 진정 마음씨 좋은 이웃은 없으며, 힘이 없으면 언제든 당할 수 있다. 그 힘의 원천은 기술력으로 무장한 탄탄한 경제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경제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일본의 공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안일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에 대해 준비해오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행스런 답변이었지만, 마음 한 켠에서 여전히 잘 대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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