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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식 칼럼) 리디노미네이션과 국격

정광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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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5-28 09:37 최종수정 : 2019-05-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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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논란이 대두된다. 이제 우리도 국민소득 3만불국가가 되었는데 달러대비 환율이 너무높아서 국격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실질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단위를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1,000원을 1원으로 하는 식이다.

국격은 국가의 품격의 줄임말이다. 국가에 양반과 상놈이 있다는 발상이다.

지금은 많이 간소화되어 가는 분위기지만 과거 한때 제사의 절차와 음식차림에 과도하게 신경을 썼던 시대가 있었다.

원래의 양반들은 본인들의 형편에 맞게 제사상을 준비하는 것이 전통이었으나, 조선 말기에 양반첩을 사서 신분상승을 한 상민들과 그들의 후손들이 혹시 양반이 아니라고 의심받거나 무시받을까싶어서 제사의 형식적인 부분에 집착했던 것이 그 시대적 배경이라 한다. 국격! 졸부근성의 소산인 듯 싶어 마음이 씁쓸하다.

리디노미네이션의 실질적인 기대효과는 지하경제의 양성화이다. 지하자금, 즉 세금을 내지않는 돈을 양성화시켜 세금을 내게 하겠다는 것이다. 세율을 올리지 않고도 세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면 부작용은 없을까? 세금을 내지 않던 돈이 세금을 내야 되는 상황이 되면 가장 세금부담이 작은 자산으로 몰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이다. 큰 자금을 작은 세금부담으로 양성화시킬 수 있는 대상은 아무래도 부동산만한 게 없다.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이 시세의 60~70% 수준이며,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의 60%선이다. 즉, 자산가격의 약 40% 정도만 과세대상으로 노출된다는 뜻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을 시행할 경우 부동산이 폭등할 것이라는 주장의 배경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을 시행하게 되면 새로운 화폐의 제작, 금융기관과 기업의 전산시스템수정, ATM기기와 자동판매기 교체 등등에 5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여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일시적이고 규모도 크지 않다.

어떤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그 정책이 미칠 한 수 앞, 두 수 앞의 파급효과를 미리 따져보는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기간도 짧고 최근의 가격상승폭에 비해 하락폭도 미미한 상황에서 다시 리디노미네이션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다면 제2의 최저임금제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최저임금제도 양극화 완화라는 당초의 취지는 좋았으나 자영업자에 미치는 한 수 앞의 파급효과를 간과해 정권의 경제정책 전체가 난도질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언젠가는 리디노미네이션이 시행될 것이다. 그전에 부동산과세표준을 최소한 시세의70~80% 수준까지는 반영하는 과표의 현실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국격이라는 애매모호한 이유는 리디노미네이션의 명분이 될 수 없다.

* 정광식 칼럼니스트는 30년 가량 자산운용업계에서 근무했습니다. 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품에자산운용 고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광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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