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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그리고 노사 신뢰

박주석 기자

jspark@fntimes.com

기사입력 : 2019-02-18 00:00

▲사진: 박주석 기자

▲사진: 박주석 기자

[한국금융신문 박주석 기자] “회사 다닐 때는 경영자가 답답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영자가 되어보니 종이컵 하나도 아깝더라”

대기업에서 퇴사하고 회사를 운영 중인 대학 선배는 “나눠야하는걸 알면서도 마음처럼 쉽지 않다”며 이 같이 말했다.

‘현대重, 대우조선 인수한다…산은에 제안서 제출’

지난달 30일 연휴를 앞두고 ‘현대중공업 노사, 임단협 2차 잠정합의’에 대해 취재하던 중 포털사이트에서 접한 기사다.

연휴의 기대감으로 들뜬 마음도 잠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련된 기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졌고 포털사이트에서 뜨거운 감자인 뉴스덕분에 이해관계자들은 바삐 움직였다.

매각발표는 기자들은 물론 당사의 경영진조차도 모를 정도로 급작스러웠다.

하지만 실상은 은밀하고 계획적으로 실행됐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에 대해 10월부터 논의 중이었고 3개월이 지난 1월 30일 언론사에 의해 세상에 밝혀졌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지분(55.7%) 전량을 현대중공업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한다. 현대중공업지주 산하에 중간지주사인 ‘조선통합법인’을 만들고 산하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등 수평적 구조로 구성된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발표와 함께 국민, 언론인, 투자자, 연구원, 경영진,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사실 확인에 분주했을 것이다.

해당 기사를 봤을 때 가장 놀란 사람은 누구였을까? 설날 명절을 앞두고 조카, 손자, 자녀들의 재롱 볼 생각에 즐거워하던 조선업계 노조에게는 직격탄이었을 것이다.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로 노동자들은 설날 명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밤낮을 지새웠을 것이다. 지금 노조가 목에 핏대를 세우고 M&A 반대를 외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기사가 올라오기 전날인 29일 현중 노사는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기존 잠정합의안에 기본급 4만원(호봉승급분 2만3천원 포함) 인상을 추가했다. 노사는 지난해 12월27일 첫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지난 1월 25일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투표 참여 조합원 중 62.88%가 반대해 부결됐다.

그리고 31일 2차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를 하루 앞두고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노조는 “회사측은 회사경영이 어렵다며 노동자들을 구조조정에 내몰고 노동탄압을 자행했다”면서 “이제 와서 막대한 돈을 들여 대기업 인수에 나선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KDB산업은행은 빅2 전환 계획을 설명하며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양사는 그동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왔고 M&A가 한 개로 합치는 것이 아닌 통합법인 밑에 수평적으로 동등한 입장으로 편입 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믿는 노조는 없어보인다.

이번 인수의 궁극적인 목표인 조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통합 시너지 발현을 위해서는 효율성 확보와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M&A는 단순한 몸집불리기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군살은 빼고 이익의 최대화를 이루기 위해 중복 부분 정리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조선산업은 2010년대 초반. 매출 50조 원을 벌어주던 수출 대기업이자 10만 명을 직접고용, 십수만 사내하청 노동자와 수십만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만들던 제조업의 선두주자였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최근 몇 년간 불황 속에서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기회는 위기”로 돌아온 것이다.

현대중공업을 운영하는 경영진의 책임감도 노동자들의 고용불안도 각자의 고충이 있다. 이번 M&A는 노사가 함께 질적 성장해 나갈 방법을 찾아야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현장의 생계도 보장될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기쁠 때보다 힘들 때 함께 있어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처럼 기업과 노동자가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고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싶다.

박주석 기자 jspar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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