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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 우발채무, 모험성의 함수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기사입력 : 2019-01-21 00:00

▲사진: 김수정 기자

▲사진: 김수정 기자

[한국금융신문 김수정 기자] 증권사의 우발채무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으로 조회한 작년 3분기 현재 국내 증권사들의 우발채무 총액은 33조8670억원으로 2017년 말 대비 21.2% 증가했다.

우발채무 총액은 2010년 4조1405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2013년 12조4814억원으로 늘며 10조원대를 넘어섰고 2014년 18조5057억원, 2015년 22조9032억원, 2016년 24조6306억원, 2017년 27조9521억원 등으로 불었다.

2010년 이후 증권사 우발채무 증가율이 20%대를 넘은 건 2011년과 2015년, 그리고 작년까지 3차례였다.

우발채무란 아직 확정된 채무는 아니지만 예측하지 못한 우발 상황이 발생하면 실제 채무로 돌변할 수 있는 잠재적인 빚이다.

건설사의 고질병 정도로 다뤄졌던 우발채무가 증권사의 문제가 됐다니. 증권사가 주식매매 중개나 금융상품 판매 위주로 사업을 해온 과거엔 상상도 하기 어려웠을 현상이다.

증권사들의 우발채무가 커진 건 이들이 부동산 개발 사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서 먹거리를 찾기 시작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우발채무 중 70% 가량이 부동산 PF 관련 금액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안정적인 주 수익원으로서 효자 노릇을 하던 시절엔 증권사들이 우발채무를 쌓아가며 위험하게 사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장기간 박스피를 떠돌던 2012~2016년 틈새시장을 노린 중소형 증권사들이 먼저 나서 은행권의 PF 보증 사업을 공격적으로 차지했다.

PF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되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에 대해 보증을 하는 매입보장약정부터 시작해 PF대출에 대한 직접적인 지급보증, 채무인수약정, 매입확약 등으로 보폭을 넓혀 왔다.

브로커리지 점유율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들이 PF 보증으로 쏠쏠한 수수료 수익을 올리자 대형사도 앞다퉈 PF 보증을 비중 있는 수익원으로 취급하는 상황이 됐다.

요즘 업계 안팎에서 걱정하는 건 부동산 규제 정책이 강화되면서 우발채무가 확정채무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강화된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사업이 중단되거나 분양에 실패하면 PF 보증 당사자인 증권사가 모든 책임을 떠맡게 된다. 우발채무가 확정채무가 된다는 의미다.

부실화된 PF 규모에 따라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여지가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부동산 PF 부실화가 과거 저축은행 사태처럼 비화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운 지 오래다. 이런 맥락에서 증권사도 은행처럼 모든 우발채무에 대해 충당금을 쌓도록 2017년 금융투자업 규정을 고치기도 했다.

하지만 대형사에 한정해보면 우발채무가 늘어난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발채무가 늘었다는 건 증권사들이 천수답식 수수료 장사에서 벗어나 위험하고 모험적인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금융당국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기조에 부응해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증자와 인수합병(M&A) 등 수단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자본을 불렸다. 커진 자본으로 PF를 비롯해 자기자본투자(PI)를 늘렸다.

이에 따라 자연히 따라온 우발채무다. 모험자본의 필요성이 이렇게 강조되는 시점에 우발채무가 안 늘어나는 게 더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때문에 우발채무의 규모를 재기보단 그 리스크 관리 체계를 들여다봐야 한다.

증권사의 모험 투자가 활성화되는 한 우발채무는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너무 보수적인 시각에서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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