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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은 차등의결권 논쟁…독 될까 약 될까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기사입력 : 2018-11-05 00:00

“기업 장기 성장에 필수’ vs “재벌 세습수단 악용”

▲ 정구용 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이 지난 5월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사진 = 한국상장회사협의회

▲ 정구용 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이 지난 5월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사진 =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한국금융신문 김수정 기자]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기업이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게 장기 성장하도록 지원하려면 차등의결권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과 ‘친 재벌’ 제도라는 반대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차등의결권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비상장 벤처기업이 주주 동의를 받아 1주당 부여되는 의결권 수를 최대 10개까지 늘린 ‘차등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 의원은 해당 개정안 발의 목적에 대해 “벤처기업은 창업자의 철학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발전해야 하나 보통 대주주 경영권이 취약해 창업정신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차등의결권제도를 통해 경영권 불안정 우려를 해소하고 부채 위주의 자금조달 유인을 낮춤으로써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차등의결권제도는 ‘1주-1의결권’ 원칙의 예외로서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일부 주식에 특별히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벤처기업은 외부 자본을 조달하는 과정에 최대주주 지분이 희석되면서 대주주의 지배력이 취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차등의결권을 활용하면 초기창업자가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을 방어하고 기업을 장기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차등의결권제도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대표적인 예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2004년 상장 당시 창업주들이 보유한 보통주 의결권을 일반주 대비 10배 많게, 주당 10개씩 책정했다.

페이스북 창업자도 보유 주식 1주당 10개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도 최근 IT기업 등이 차등의결권제도를 채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손봤다. 알리바바가 2014년 뉴욕 증시로 떠난 가운데 나머지 IT 유니콘들마저 외국에 뺏길 위기에 직면하자 이같이 결정했다.

재계와 기업들은 이보다 한발 앞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요구해왔다.

국내 상장사 2000여곳을 대표하는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 상장사들로 구성된 코스닥협회는 차등의결권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엘리엇닫기엘리엇기사 모아보기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걸고 나섰던 지난 5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 차등의결권제도와 포이즌필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양 협회는 차등의결권제도가 있으면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같은 헤지펀드들이 국내 기업들을 먹잇감으로 노리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협회는 “우리 기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엘리엇의 공격과 같은 폐해가 반복되고 있다”며 “주요 선진국 수준의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도 민주당보다 먼저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자고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한국당은 모든 상장사에 차등의결권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상직 한국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차등의결권 제도를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개혁연대 등 반대파가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재벌 대기업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민주당 측도 차등의결권 제도를 비상장 벤처기업에 철저히 국한해 도입해야 하지 모든 기업에 적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차등의결권주식을 발행하는 벤처기업이 상장 전 주주들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증여하거나 상속할 경우 일반주로 변하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일단 법이 개정되고 나면 재계의 로비 등으로 그 적용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반대측의 논리다. 경실련은 논평을 통해 “재벌가의 3~4세와 친인척이 벤처기업 관련 법률에 따라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얼마든지 벤처사업가로 변신할 수 있다”며 “결국 차등의결권 도입은 벤처기업 활성화란 명분으로 재벌들의 새로운 세습 모델을 만들어주는 것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개연 측도 “차등의결권 도입은 소유지배구조개선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강력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지배주주의 철옹성을 구축하는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결과적으로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에 기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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