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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늪에 빠진 금융당국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기사입력 : 2018-10-29 00:00 최종수정 : 2018-10-29 18:34

▲사진: 한아란 기자

▲사진: 한아란 기자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76.1%’.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희망나눔주주연대 의뢰로 지난 22일 전국 성인 남녀 1042명을 설문한 결과 국민연금의 공매도 주식대여 금지에 찬성하는 응답자로 집계된 비율이다. 반대 응답 비율은 13.1%에 불과했다.

통계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며 코웃음을 칠 수 있겠지만 공매도를 둘러싸고 악화된 여론은 주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오죽하면 “공매도는 개미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돌 지경이니 말이다.

이렇게 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를 반대해온 이유에는 국민연금의 주식대여가 악성 공매도 세력을 키우는 ‘종잣돈’으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 중심에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해당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리면 다시 주식을 매수해 빌렸던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세력이 몰리면 주가 하락의 빌미가 될 수 있어 공매도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낮은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져 왔다.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와는 달리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 투자를 활용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됐다.

공매도 시장에서 외국인이나 기관은 모든 종목을 차입할 수 있지만, 신용도나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개인이 차입 가능한 종목은 10분의 1 수준인 200여 개에 불과하다.

공매도 시장이 외국인과 기관에게 치우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이 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액면분할 이후 공매도 세력에 시달린 대표적인 종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액면분할 후 3개월간 일평균 공매도 거래량이 3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액면분할 이전 3개월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인 228억원에서 53.5% 급증한 수준이다.

액면분할 후 주가는 7월 말까지 10% 넘게 주저앉으면서 손실은 액면분할로 수급개선을 기대했던 개인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남았다.

비난의 목소리가 연일 커지는 상황을 의식한 듯 국민연금은 주식대여를 중단하고 나섰다. 주식대여로 얻는 연 400억원대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가중하고 있다는 논란을 벗어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주식대여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빌려주는 주식 비중이 42%가 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빠진다고 해서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 시장에 유의한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1/2~10/23)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대차 거래 체결 규모는 총 78조1695만주다. 이중 외국인이 대차해 준 주식 수는 총 33조3223만주로 전체의 42.63%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빌려준 주식 수는 4458만 주로 전체 대여자의 0.57%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개인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공매도 원천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공매도가 증시의 ‘버블’ 현상을 억제하고 하락장에서도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의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 중요한 점은 자본시장이 발달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매도를 허용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만 공매도를 금지하고 나설 경우 외국인의 투자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함께 모건스탠리캐피탈지수(MSCI) 신흥국(EM) 그룹에 속해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금지될 경우 외국인 자본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끊임없는 논란이 되고 있는 실시간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할 수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기 위한 주식 잔고 매매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춘다고 해도 외국계 기관끼리의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할 경우 당국이 감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없다”던 금융당국의 발언은 골드만삭스의 60억원 규모의 공매도 미결제 사고로 산산조각 났다.

골드만삭스 외에도 지난해에만 외국계 증권사 4곳의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됐다. 5년 전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무차입 공매도 위반 한 회사는 68개사에 달한다. 이중 과태료를 부과받은 회사는 21곳뿐이다.

진퇴양난의 기로에 빠진 금융당국의 최선은 신뢰 회복뿐이다. 감시 사각지대인 기관 간 대차 거래를 통한 공매도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무차입 공매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공매도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필요가 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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