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 18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50%로 유지하기로 했다. 부동산 과열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압박이 있었지만 성장률, 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의 부진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 역전 폭은 여전히 0.75%포인트 수준으로 벌어진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들어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다. 연준은 오는 12월에 한차례, 내년 3차례의 추가 금리인상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연말에는 한미 금리 역전폭이 1%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1%포인트를 외국인 자금 이탈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커질수록 외국인 자금유출 압력은 동시에 높아진다.
◇ 이달 외인 주식·채권 4조 순매도
지난달 말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자 외국인은 빠르게 매도세를 키워나갔다. 실제로 이달 들어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4조원 가량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주식시장에서 국내 주식 5800억원을 사들여 2개월간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총 2조6093억원 어치를 내다 팔았다. 코스피시장에서만 2조748억원, 코스닥시장에서 5353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 채권 잔액은 110조7800억원으로 지난달 말 112조620억원보다 1조2820억원(1.14%) 줄었다. 외국인은 지난달 채권시장에서 총 1조9120억원을 팔아 치워 9개월 만에 순유출로 전환하기도 했다.
국내 정책금리보다 미국 정책금리가 높아진 금리역전 상황이 지속되면 외국인 자금은 보다 높은 투자수익률을 좇아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가, 채권가격, 원화 가치 급락 등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달러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환차손에 대한 우려를 부각시키는 악순환 양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대두된다.
문제는 한미금리 역전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의 매파적인 기조가 확인되고 있는 데다가 국내에선 경기침체 우려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한국은행이 쉽사리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 들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 “미 금리인상 기조 이어지면 국내 시장 타격도”
다만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가 반드시 외국인 자본 유출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자본시장에서 외국인의 원화 자산 취득 및 처분과 내외금리차 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도출하기 어렵다”며 “채권시장에서도 2013년 5~6월 테이터 탠트럼·중국 신용위기, 2015년~2016년 국내 수출부진 및 중국 리스크 부각사례를 제외하면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잔액은 계속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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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총재는 미국이 오는 12월에도 금리를 올리고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흐름과 투자형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국내금융시장 역시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금리인상에 대한 여지는 열어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