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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막을 건 호미로 막아야 할 CJ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기사입력 : 2018-10-01 00:00 최종수정 : 2018-10-01 07:00

호미로 막을 건 호미로 막아야 할 CJ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CJ그룹이 '갑질 논란'에 휘말린 지 약 한 달이 됐으나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CJ의 중소기업 갑질 문회를 고발한다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모비프렌'의 대표이사는 급기야 CJ 측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블루투스 전문 생산기업인 모비프렌의 허주원 대표이사가 CJ의 갑질 고발로 이목을 끈 것은 지난달 4일이다. 모비프렌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올해 12월까지 2년5개월 간 98억6000억원 규모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CJ ENM 측에 납품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CJ ENM이 모비프렌의 상품을 독점 구매하고 이를 자체 보유한 유통망에 판매한다는 조건이다.

그러나 CJ ENM은 계약 3개월 후부터 물량을 구매하지 않았다. 이에 모비프렌은 은행 대출로 회사를 유지했으며 급기야 지난해에는 기업신용등급 하락에 이르렀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CJ ENM이 2016년 재고를 전량 취득하긴 했으나 기존 유통망이 붕괴돼 도산 상황에 처했다는 게 허 대표의 주장이다.

허 대표는 "본래 하이마트, 이마트, 공항 및 시내면세점에 입점해 있었으나, 우리가 거래하던 모든 기존 거래업체를 한 달 만에 정리한 뒤 2년이 지난 현재도 입점을 못하고 있다"며 "옥션 지마켓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모비프렌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검색해서는 제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CJ ENM이) 방치해뒀다"고 설명했다.

CJ ENM이 '모비프렌의 제품이 우수하니 브랜드를 키워주겠다'고 접근해 독점총판권을 가져갔으나, 정기적인 구매 및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약속과는 달리 자사 브랜드가 방치됐다는 것이다.

특히, 허 대표는 CJ ENM 총괄대표에게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지만 CJ ENM 대표가 두 차례 문자를 무시한 뒤 세 번째 문자에 올해 말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회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문자 회신 후에는 경영지원실 부실장을 보내 "올해 말 계약이 종료되면 더 힘들어 질 테니 지금부터 생산을 중단하고 보상을 받으라"는 압력도 넣었다고 밝혔다. 보상안을 거부한 이후엔 마케팅 활동이 일절 중단됐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CJ ENM 측은 '계약 연장에 실패한 중소기업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대응했다.

모비프렌과 맺은 계약 이행과 관련해 CJ ENM 관계자는 "10월분 발주 포함 현재까지 약 92%(90억6000만원)을 이행했다"며 "계약금액에서 8억원 남은 상태로 모비프렌의 주장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오히려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블루투스 사업에서 손실을 봤지만 계약은 충실히 이행했다는 게 CJ ENM 측의 주장이다.

CJ ENM 관계자는 "2016년에 상품 구매금액을 100억원대로 정한 것은 모비프렌의 매출액을 기반으로 한 것인데, 2017년 초에 모비프렌이 매출액을 175% 부풀렸다는 걸 발견했다"면서 "계약 이후 애플 등에서 비슷한 상품이 나오면서 레드오션 시장이 됐지만 계약 의무는 성실하게 이행했다"고 말했다. CJ ENM에 따르면 9월 기준 블루투스 이어폰 재고로 인해 약 75억원의 손실을 봤다.

모비프렌이 도산 위기라는 허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CJ ENM 관계자는 "모비프렌 재무상태표 및 손익계산서를 보면 우리와 계약 체결 이후인 지난해의 경우 과거 5년 중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또한 2배 가까이 상승했다"며 "8월 말 기준 150개 점포를 확보하고 있어 '유통망이 붕괴됐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해관계자가 아닌 이상 사람들에게는 디테일한 사실보다 '갑질'이 먼저 눈에 띄기 마련이다. 특히나 이번 사건에 있어서 CJ는 구체적인 증명보다 '주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반대로 모비프렌 측은 자사 홈페이지 메인 페이지를 CJ의 반론보도에 대한 반박으로 채우고 추가적인 증빙자료를 내걸었다.

최악의 경우 쌍방 고발로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CJ는 모비프렌의 행태를 '역갑질'이라고 내걸고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반대로 모비프렌은 지난 28일 "CJ ENM이 내놓은 '중소기업의 역갑질'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대응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허주원 대표는 "CJ는 CJ ENM PD 자살 사례와 같이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으면 거짓말도 서슴지 않을 뿐더러 해괴망측한 논리로 국민을 기만한다"며 "법적 대응 운운하며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항의했다.

근 한 달이 지나도록 이번 사건을 해결하지 않은 것은 CJ가 모비프렌의 주장을 노이즈로만 여기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협력업체와의 관계개선에 힘써 갑질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길 바란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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