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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육아수업] 왕실의 기품을 가진 자녀로 키우려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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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09-24 15:44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네덜란드 왕실에서 배우는 지혜
겉모습보다 내면을 채울 때 진정 ‘귀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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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육아수업] 왕실의 기품을 가진 자녀로 키우려면
선거철이 되면 자주 보는 풍경이 있다. 정치인들이 재래시장을 찾아서 순댓국을 먹고, 노점 상인과 활짝 웃는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며 손을 부여잡는다. 떡볶이 파는 가게 주인으로부터 한입 가득 떡볶이를 받아먹은 다음 몇 걸음 떨어진 생선가게에 가서는 주인 할머니에게 생선 두어 마리를 사기도 한다.

이는 ‘나도 여느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답니다. 국민을 이해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이런 선거 구호를 몸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들의 이러한 행동은 그때뿐이고, 보여주기 위한 쇼인 경우가 많다. 대의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위정자들의 모습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은 게 현실이다.

여전히 왕이 존재하는 입헌군주국가 네덜란드

유럽 국가들에는 여전히 왕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물론 왕정통치 국가는 아니다. 비록 입헌군주제를 실천하고 있기는 하지만 왕, 왕족, 귀족이 갖는 무게감은 크다.

국가 행사 때 화려한 드레스와 왕관을 쓰고 모습을 드러내는 그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나와는 여실히 다른 세계 사람임을 실감한다. 각국의 왕자 공주들이 어떤 배우자를 만나는 지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또 왕족의 결혼식 때 등장하는 디자이너 드레스, 여왕이나 왕세자비의 일상 패션과 브랜드에 언론은 열광한다. 그들이 걸치고 나오는 브랜드는 완판 행렬이다.

왕실의 로열패밀리는 보통 사람들에겐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 동시에 시기와 질투의 존재이기도 하며 조금의 실수만 보여도 이내 구설수에 오르기 십상이다.

최근에는 세금 낭비라는 구실로 왕정을 폐지하자는 목소리마저도 나온다.

네덜란드 역시 입헌군주제다. 특이하게도 네덜란드 왕가에서는 왕자와 공주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첫 자녀가 왕위를 계승한다. 그러다 보니 123년간 네덜란드에는 왕이 아닌 왕비가 왕위를 계승했다.

지금 빌름 알렉산더 왕은 그의 어머니 베아트릭스 여왕으로부터 왕위를 계승 받았다. 베아트릭스 여왕 역시 어머니 율리아나 여왕로부터 왕위를 이어 받았고 율리아나 여왕은 빌헬미나 여왕의 외동 딸이었다.

정리 해보면, 빌헬미나 여왕에서 율리아나 여왕, 그리고 베아트릭스 여왕에 이르기까지 네덜란드 왕가의 첫 아기는 여자아이였고 그로 인해 여왕이 계속 왕위를 이어왔다.

공교롭게도 현재의 왕인 빌렘 알렉산더와 막시마 왕비 사이에는 딸만 셋이다. 따라서 다음 왕위 계승자는 첫째 딸인 카탈리나 아말리아에게로 넘어갈 예정이다.

카탈리나는 네덜란드 왕위 계승 서열 1위에 있는 엄연한 왕세녀이자 미래의 네덜란드 여왕이다.

[황유선의 육아수업] 왕실의 기품을 가진 자녀로 키우려면


자전거 타고 햄버거 먹는 네덜란드 왕실 로열패밀리의 일상

카탈리나 왕세녀는 2003년생으로 아직 십대의 학생이다. 몇 해 전 네덜란드 왕실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카탈리나 왕세녀의 등교 모습 사진이 실렸다.

평범하고 단정한 티셔츠에 바지를 입고 소박한 자전거 위에 올라앉아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었다. 네덜란드의 학생들은 자전거로 통학을 한다.

걸음마와 동시에 자전거를 배우는 네덜란드 국민인지라 자전거는 가장 보편적인 국민 이동수단이다. 자전거 도로는 완벽하게 구비돼 있고 자전거 관련 교통법규도 잘 마련돼 있다. 자전거 천국 네덜란드의 아이들은 이미 유치원 때부터 자전거로 등하교를 한다.

카탈리나 왕세녀가 보여준 모습은 네덜란드 평범한 가정 보통 학생들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등하교를 할 때 경호원 한 명이 자전거로 카탈리나 왕세녀의 뒤를 따른다는 것 뿐. 네덜란드의 여왕이 될 귀한 몸, 왕세녀의 일상 치고는 소박해도 참으로 소박하다. 왕비이자 카탈리나 왕세녀의 엄마인 막시마 왕비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그는 네덜란드 국민의 우려 속에 왕비가 되었으나 이후 행보는 기대에 부응했다. 딸들의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봉사활동 당번도 예외 없이 담당한다.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네덜란드 왕실 가족들의 일상생활에서 요란한 경호나 의전은 찾아볼 수 없다.

전 세계인의 소셜 미디어를 달군 사진은 또 있다. 바로, 빌렘 알렉산더 왕이 딸과 함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사 먹고 있는 사진이었다. 주변에는 역시 삼엄한 의전이 없었고 보여주기 위한 ‘쇼’도 아니었다. 그냥 평범하게 아빠와 딸이 햄버거 데이트를 즐기는 일상이었다.

가끔 네덜란드에서는 경호원 두세 명과 같이 거리를 걸어 다니는 왕이나 왕실 가족을 마주친다. 국민들이 반가운 마음에 “안녕하세요?” 하고 악수를 청하기도 하는데, 이 때도 전혀 제재 받지 않는다. 오히려 왕도 반갑게 인사하며 악수를 한다. 왕실 가족이 지나가는 길에 유난스런 행차나 교통을 마비시키는 민폐는 없다.

왕족이기 때문에 분명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삶은 사는 것은 맞다. 하지만 네덜란드 왕실의 평상시 모습은 국민들과 비슷하다. 빌렘 알렉산더 왕의 어머니이자 전임 왕이었던 베아트릭스 여왕이 이런 왕실 분위기를 확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그 역시 공식 행사가 아닐 때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이에, 언론은 ‘자전거 타는 왕실’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베아트릭스 여왕은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즉위식 때에도 화려한 행사는 일절 생략하고 전제 군주의 권위를 상징하는 왕관도 쓰지 않게 했다. 대신, 왕관을 그냥 사람들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었다.

베아트릭스 전 여왕은 최대한 왕실의 격식을 배제했고 가급적 국민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왕실을 지향했다. 그가 여왕 자리에서 물러나는 날 네덜란드 국민들은 국가의 상징인 오렌지색으로 치장한 채 거리로 몰려나와 열렬한 지지와 환호, 그리고 사랑을 표현했다.

[황유선의 육아수업] 왕실의 기품을 가진 자녀로 키우려면
왕실의 귀품과 고귀한 품성을 가진
공주·왕자로 내 아이 키워야

아무리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더라도 왕은 왕이고 왕족은 왕족이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 권위를 벗어 던지고 국민과 어울리려는 노력을 할 때 국민의 존경심은 더 높아진다.

네덜란드 국민들 중에는 왕실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최근에는 유럽의 왕실에서 사용한 물건이라고 하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간다.

여자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공주, 왕세자비가 쓰는 것이라면 나도 한번 사고 싶어진다. 특히 부모들은 왕실 아기들이 사용하는 물품을 유심히 봐두었다가 내 자녀를 위해서 구매한다. 내 아이를 왕자처럼, 공주처럼 대접해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당연한 심리다.

바로 이때, 부모로서 꼭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단지 왕실의 물품을 사주는 것에서 멈추지 말라는 것이다. 그저 왕실의 코스프레를 하는 데에서 멈추지 말고, 진짜 존경받는 왕실 사람들처럼 내 자녀를 양육하는 데 더 큰 공을 들여야 한다.

겉으로만 드러내는 가식을 벗어 던지고 자녀의 내면을 채우는 양육을 실천하는 지 돌아봐야 한다. 우리가 겉모습을 중시하는 태도로 자녀를 양육하면 이 사회는 결국 그런 사회가 돼버린다.

이미 그런 조짐이 만연하다. 사회 지도층 사이에서 진정성은 사라지고 얄팍하게 감성만 자극하는 보여주기식 ‘쇼’만 난무한다.

당장 드러나지도 않고 사람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받지 못하겠지만, 내 자녀가 왕실의 기품과 멋을 채워나가며 고귀한 품성을 강화하는 게 더 중요한 소양이다.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우리는 알고 있다.

네덜란드 왕실의 소박함은 진정한 상류계급의 여유일지 모른다. 내면에 자신감이 차 있을 때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내 자녀도 존경받고 사랑받는 ‘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내면을 귀하게 채우면 말이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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