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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신인석 금통위원 발언

장태민

기사입력 : 2018-09-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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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 머리말

안녕하십니까? 작년 9월 이후 1년 만에 뵙습니다. 그때와 바뀐 분들도 많은듯하니 같은 머리말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는 인플레이션 목표제에 입각하여 통화정책을 운영합니다. 제가 이해하는 한 인플레이션 목표제는 두 가지 특성으로 정의됩니다. ‘목표의 구속’과 ‘정책과정의 투명성’입니다. ‘목표의 구속’이란 통화당국의 정책운영은 국회가 정한 절차에 따라 설정된 인플레이션 목표에 구속됨을 말합니다. ‘정책과정의 투명성’이란, 통화당국은 매번의 기준금리 결정이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의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를 최대한 투명하게 국민에게 알려야함을 말합니다. 금리결정 직후에 발표되는 ‘의결문’, 금통위 2주 뒤의 ‘의사록’ 공개, 1년에 4차례 발간되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이를 위함입니다. 오늘의 기자간담회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 목표제의 취지를 상기하면서 지난 1년 간 제가 어떤 생각으로 금리결정에 임하여 왔는지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이제 본론입니다.

1. 물가흐름에 좀 더 유의할 때

지난 1년 이런 저런 자리에서 유심히 보는 지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답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하였습니다만, 이 자리에서 다시 말씀드리면 ‘물가’입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당연한 것으로서 물가안정은 인플레이션 목표제에서 중앙은행이 추구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법」에는 금융안정과 정부 경제정책과의 조화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물가안정목표 추구가 우선 목표라는 점은 법에서 명백합니다. 법이 그러할 뿐 아니라 현재 경제학계의 주류 이론도 물가상승률 안정이 통화정책의 우선목표이어야 함을 말합니다. 저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보다 구체적인 것으로서 최근 중기시계의 거시경제 흐름에서 가장 특이한 추이를 보이고 있는 변수가 물가이기 때문입니다. 수치로 말해 보겠습니다. 통화정책의 목표로 물가안정, 금융안정, 실물경기 안정을 거론합니다. 이중 실물경기를 보면 우리경제의 성장률은 지난 5년 평균(2013~2017)이 3.0%입니다. 올해 상반기 2.8% 성장하였고 연간으로도 그 정도가 예상됩니다. 설혹 약간의 변동이 있다하여도 당분간은 잠재성장궤도 수준에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통화정책이 실물경기 안정을 위해 금리조정을 고려할 상황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다음으로 금융안정을 보면 2014년경부터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높아진 점이 분명히 우려입니다. 가계부채는 향후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중장기 시계에서 금융시스템은 물론, 물가와 경기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 위험요인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통화정책까지 나서서 대응해야할 정도로 현재화된 위험은 아닙니다. 당분간은 금융건전성정책의 관리를 기대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 점은 중요하므로 길게 다루어야 하는데 다른 기회를 기약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물가입니다. 지난 5년 2013~17년의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24%입니다. 그 이전 5개년 평균 3.3%에 비해 절반 이하로 하락한 셈입니다.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이렇게 낮아진 것도 처음이고 목표치를 이처럼 장기간 밑돌고 있는 것도 처음입니다.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의 통화정책 담당자로서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는 특이 현상입니다 (그림 1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 참조).

2. 물가흐름 변동의 원인

최근 5년 특이한 물가흐름을 야기한 원인은 무엇으로 보아야 할까요? 주요 중앙은행에서 물가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간단한 식을 기준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바로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입니다 (참고자료 ‘필립스 곡선’ 참조). 필립스 곡선에 의하면 물가상승률은 두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기대물가상승률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GDP갭(산출갭)입니다.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기대물가상승률은 중앙은행의 목표 물가상승률과 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GDP갭이 약간의 ‘+’로 추정됨에도 물가상승률의 확대조짐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기대물가상승률이 목표 물가상승률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추론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입니다.

글로벌 요인?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살펴볼만한 반론이 있습니다. 먼저 세계화로 인한 필립스곡선의 적합성 상실 주장입니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필립스 곡선’은 1968년 Milton Friedman이 미국경제학회 연설에서 개념을 제시한 것입니다. 반백년 전 제시된 이 개념 틀이 세계화 시대에 맞지 않으며, 이제 각국의 물가흐름은 국내요인보다 오히려 세계요인에 의해 지배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 주장을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면 세계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물가흐름도 세계요인에 영향 받는 정도가 한층 커졌고 그 때문에 특이해 보이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2012년 무렵부터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선진국 물가상승률과 구분이 안 될 정도입니다.

(그림 2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 참조: 예컨대 세계GDP갭이 국내GDP갭보다 더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국제기구 중에서는 BIS의 단골메뉴입니다. 중요한 문제이니만큼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학술발표가 아니니 여기에 일일이 소개하지는 않습니다. 이하에서도 제가 드리는 말씀과 관련된 학계의 연구들을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

이 주장은 선진국이 아닌 나라의 통화정책 담당자로서는 당혹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국내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통화정책의 독자적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것이 되니까요. 그런데 제 견해로는 다행히도(?) 이 주장은 오류입니다. 제가 분석해 본 바에 의하면 유가의 영향을 빼고 나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과 선진국 물가상승률의 관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쉽게 보일 수 있는 방증은 소비자물가를 상품물가와 서비스물가로 구분하여 흐름을 관찰해 보면 나타납니다. 유가의 영향이 큰 상품물가상승률 흐름이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의 물가상승률 동조화를 주도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개별 국가의 경기와 통화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서비스물가상승률에서는 두 나라가 같이 간다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림 3 ‘한국과 미국의 상품 및 서비스물가상승률’ 참조).

예상치 못한 물가 충격?

다음 반론은 예상치 못한 물가충격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물가상승률은 필립스곡선의 두 요인 이외에 그 때 그 때 발생하는 충격에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이 충격요인이 지난 5년 물가상승률을 하락시키는 쪽에서 많이 발생하였다는 주장이 되겠습니다. 2013~14년 무렵이라면 유가급락, 요즘 같으면 관리물가 하락이 거론됩니다.

예상치 못한 물가충격은 일시적인 물가상승률의 변동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지속적인 변동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주장은 논리에 하자가 있습니다. 물가 하락충격은 해당 기간의 물가상승률을 하락시키지만 충격이 사라지고 나면 흔히 물가상승률을 반등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지난 5년 유가와 소비자물가의 관계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최근 많이 거론되는 관리물가는 경우가 다르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관리물가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전에는 하락충격 뒤에 상승충격이 교차하며 장기적으로 보면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과 흐름을 같이 하였습니다. 그런데 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꾸준히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상당 폭 하회합니다 (그림 4 ‘관리물가 상승률’). 일시적인 충격이 아니라 지속적인 물가하락 충격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 배경입니다. 이 주장도 논리상 허점이 있습니다. 반복되는 현상은 이미 예기치 못한 충격이 아닙니다. 점차 경제주체들의 기대에 반영된다는 것이 경제이론입니다.

이 같은 추론이 실제 통계로 뒷받침되는지를 조사해 보면, 과연 충격요인만으로는 지난 5년의 물가흐름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가를 포함한 해외요인과 관리물가의 영향을 모두 제거한 물가흐름의 지표를 구해보면 여전히 2012-14년 기간 추세적으로 하락한 후 정체된 모습입니다. 아직까지 상승 조짐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림 5 ‘내수물가압력지표’ 참조).

따라서 우리나라 물가흐름의 변동은 역시 ‘필립스 곡선’으로 돌아가서 기대물가상승률이 다소 하락한 가운데 GDP갭, 즉 수요측면의 물가상승압력도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재의 제 생각입니다.

3. 기대물가상승률 하락의 원인

기대물가상승률이 하락하였다고 하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경제주체의 기대형성에 대해서는 색깔을 달리하는 이론들이 있습니다. 그 중 제가 선호하는 이론에 의하면 경제주체들의 기대 물가상승률은 상당 부분 과거 경험한 물가상승률 추이에 영향 받아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과거 5년 물가상승률이 3%였다면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큰 물가충격 사건이 있으면 이 사건이 기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물가충격들의 역할은 여기에 있습니다.

물가충격은 그 자체로는 일시적인 물가변동의 원인에 그치지만, 만일 경제주체들의 기대물가상승률에 영향을 주면 지속적으로 물가흐름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2015-16년 우리나라의 상품물가상승률은 유가하락 충격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였는데, 상품물가가 상승이 아니라 하락한 것은 30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2012년 중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하며 하락한 관리물가 충격도 유례없는 일이었습니다. 유가충격이나 관리물가 충격이 기대물가 하락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됩니다.

4. 통화정책에 대한 함의

지난 10년 우리 경제는 작년 초까지 지속되었던 세계경기의 장기침체와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를 배경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 하에 놓여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기대물가상승률의 하락을 야기하였을만한 사건도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결국 장기에 있어서 기대물가상승률의 관리는 통화정책 당국의 책임입니다. 인플레이션 목표제에서 중앙은행이 다른 무엇보다도 기대물가상승률 관리를 책임지라고 요구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기대물가상승률의 하락이 우려된다고 한다면, 그 때 금리정책의 운용방향은 어떠해야 하는 것일까요.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지난 몇 개월 제가 어떻게 임하여 왔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작년 간담회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현재 정책금리는 중립금리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봅니다. 실물경제는 잠재성장경로 위에 있으므로 금리조정은 물가에 초점을 두고 물가상승률의 목표수준으로의 접근에 맞추어 상향조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런데 이 조정과정은 물가상승률이 확대되어 가는 것을 “확인해가며” 진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좀 더 부연하겠습니다.

흔히 통화정책은 선제적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책의 시차가 있으므로 2분기 내지 그 이상의 미래 경로를 보고 미리 금리조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물가경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합니다. 두 가지 이유입니다. 먼저 기대물가상승률의 하락으로 향후 물가상승률의 확대과정은 완만하고, 동시에 잠시 물가상승률이 하락하기도 했다 다시 상승하는 등 부침도 있는 과정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통화정책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는 명제는 그리 하지 않을 경우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넘어서 가속화되어 물가안정이 해쳐질 위험이 있다는 우려에 근거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과는 다릅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의 과속이 아니라 저속이 우려되는 때입니다.

다음으로는 경제주체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상승률의 확대추세가 불확실한 시점에 금리를 조정할 경우, 통화정책 당국이 과연 인플레이션 목표제에 충실하게 정책운용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금리조정의 다른 이유가 거론되게 되고 결국은 인플레이션 목표의 달성이 중앙은행의 우선적인 정책목표가 아니라는 인식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는 기대물가상승률의 하락을 고착화시키고 나아가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한층 더 하락하는 계기를 제공할 위험이 있습니다.

□ 맺음말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작년과 같은 머리말로 시작하였으니 같은 맺음말로 끝내겠습니다.

인플레이션 목표제의 궁극적인 과제는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유지입니다. 일시적 충격으로 괴리가 있어도 결국 물가상승률은 목표인 2% 부근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믿음을 경제주체에게 주는 것이 인플레이션 목표제 아래 통화정책 담당자의 책무입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 환경 아래서도 금융통화위원회가 이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항상 자문하며 정책운영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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