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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통계청장 교체 遺憾

장태민

기사입력 : 2018-08-29 10:49 최종수정 : 2018-08-2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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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지난 26일 청와대는 통계청장을 포함한 6명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은 27일 이임식을 거치며 13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경질 성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청장조차 자신이 그만둬야 하는 까닭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교체 시기가 의심을 받을 수 있었다. 7월 고용지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나타낸 데다 23일 통계청에서 내놓은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분배 역시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통계 수치가 악화된 것에 통계청장이 무슨 잘못을 했을까. 이 문제와 관련해 우선 가계동향조사의 표본 논란이 있었다.

이른바 통계의 '표본 오류' 문제였다. 표본 가구가 지난해 5500가구에서 올해 8000가구로 늘면서 고령층 가구 비율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지난해 지표와 올해 지표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었다. 응답률이 낮아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나쁜 통계 때문에 통계청장이 잘렸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7월 고용지표 발표 이후 고용지표가 다른 경제 이슈를 잠식해버린 듯한 분위기에서 '못 사는 사람들의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는 가계동향조사가 발표된 뒤 청장 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 청와대의 해명과 찜찜함

통계청장 교체에 대해 의심이 걷히지 않자 청와대도 설명을 내놓았다.

보통 1년 2~3개월 정도가 차관의 평균 재임기간이라면서 의심의 눈초리로 볼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통계청장 교체에 대해 표본 오류 논란과도 무관하다고 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단순히 고용지표, 소득분배지표 악화 때문에 통계청장이 교체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차관인사 발표 당시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보통 1년 2~3개월 정도가 차관의 평균 재임 기간"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 아직 차관인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 조직의 활력을 위해 오늘 6자리 차관급 인사를 한 것이고 앞으로도 차관인사를 계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통계청장 인사에 대해서는 "표본 오류 논란과 무관하다"라며 "어떤 특정 부처에 대한 차관인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차관급 인사는 전체적으로 계속해 나갈 인사"라고 말했다.

통계청장에 대한 의심은 오비이락이라는 것이다. 진심으로 이 말들이 사실이길 바란다.

하지만 과거의 예를 들어 1년 남짓한 차관의 임기가 '적절하다'는 식의 예를 든 것이나 논거를 대지 않고 통상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해 버린 듯한 설명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교체 시기에 대한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다. 박근혜 정부의 '사익추구' 정부운영 행태에 신물이 나 있는 국민들 중엔 '단지 1년 넘었기 때문에' 통계청장을 교체한다는 정도의 얘기에 수긍이 안 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통계청장이 할 일은 진보, 보수 등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떠나 가장 객관적이고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통계를 생산하는 일이다. 또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통계를 가장 객관적인 방식으로 발굴해야 한다.

통계가 특정 이념이나 내편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게 되면 그 통계는 쓰레기가 되고 만다. 청와대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 시기 통계청장 교체는 당연히 주변에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부를 신뢰하는 사람조차도 주말 텔레비전에서 통계청장 교체 소식을 듣고는 "왜 하필 이때...고용지표, 빈부격차 확대 통계가 나온 이 때에 청장을 교체하나"라고 의심했다.

슬기로운 정부라면 위기에 처할수록 의심 받을 행동은 자제하는 게 옳다. 주말 통계청장 인사 당시 이와 같은 주변의 의심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정부는 사회 분위기를 잘못 읽은 것이다. 어느 새 청와대 인사들 사이에 우리 편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선의로 받아들일 것이란 오만함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 MB물가의 追憶

2008년 3월.

이명박 대통령은 "생필품 50개를 집중 관리하라"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른바 'MB물가'의 탄생은 맨주먹으로 성공한 기업가 출신의 세심한(?) 대통령에 의해 탄생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 고환율 정책을 쓴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수출경기 부양에 주력했다. 정권 초기의 이와 같은 정책은 새로운 물가지수가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달러/원 환율은 2007년 10월 31일 899.6원까지 떨어지면서 900원을 밑돌기까지 했다. 이처럼 강해졌던 원화는 정권 교체와 함께 급격하게 약해진다. 강만수 장관은 수출보국의 이념을 설파하면서 원화 가치를 낮추는 데 주력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달러/원은 2008년 3월이 채 끝나기 전에 1000원 위로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해 9월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져 환율이 폭등하기 전부터 원화가 대폭 약세를 나타냈던 것이다.

자료=코스콤 CHECK

자료=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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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가치 폭락으로 물가가 뛰자 대통령은 '서민들을 위해' 생필품 물가를 특별 관리할 것을 지시했으며 기획재정부는 곧바로 50개 품목을 발표한다. 대통령 지시 열흘 뒤 국무회의에서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생활필수품 점검 및 대응계획'이 의결되고 52개 생필품은 '집중관리대상'이 된다.

하지만 2년 6개월 후 MB물가 상승률은 20% 가까이 급등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두 배 남짓 추월해 버렸다.

자신이 창조한 MB물가가 급등하자 세심한 대통령은 앞으로 물가를 얘기할 때 '그 물가'를 먼저 말하라면서 가장 대중적인 소비자물가를 소외시키기도 했다.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앞섰던(!)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배추 김치가 비싸니 내 식탁엔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를 올리라'는 말이 시중에 회자되기도 했다.

이 물가 통계와 관련한 얘기는 우스꽝스럽지만 서글픈 사례다. 통계를 특정 개인이 의지대로 만들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

■ 완벽하게 객관적인 통계는 없다

어떤 정권이나 국민들에게 칭찬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 욕구가 지나치면 기존 틀을 무시하면서 과욕을 부리곤 한다.

통계가 이해 관계자의 이권에 흔들린다는 얘기들도 종종 있어왔다.

지난 2012년엔 '2010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개편'을 하면서 지수를 만들 때 왜 생명보험료가 빠졌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 국회의원은 "상당수 국민들이 가입한 생명보험은 물가지수에 포함이 돼야 하는데, 국가통계위원회가 열리기 전 통계청장이 삼성생명 부사장을 만났다"면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월지출 비중이 상당한 생명보험료가 지수 산정에서 빠진 것은 생보사들의 이익과 직결돼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었다.

2016년 중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자가주거비용이 소비자물가 산정에서 빠져 있는 점이 문제되기도 했다. 사실 부동산 관련 항목 비중이 소비자물가 산정 시 상당히 낮게 반영된다는 논란은 이전부터 많았다.

아울러 항상 논란이 되는 통계도 있다. 가계소득 관련 통계가 나온 뒤 통계청장이 바뀌었지만, 빈부 격차와 관련된 통계는 늘 말썽이었다.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통계인 '지니계수'는 최근까지 계속해서 논란의 대상이었다. 지니계수는 인구분포와 소득(자산)분포의 관계를 나타내는 수치다. 즉 불평등 정도를 따지는 지표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때 당국에서 지니계수가 낮아져 소득불평등도가 개선됐다고 할 때 민간 학자들 쪽에선 '다른' 지니계수를 활용해 오히려 커졌다는 식의 논박을 벌이곤 했다.

사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완벽한 통계를 만들기는 어렵다. 통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주관이나 의도가 반영될 수 있다. 표본이나 조사방식 변경 등으로 통계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이번 통계청장 교체와 관련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빈부격차 축소를 슬로건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과욕이 빚은 일 아닌가"라면서 청와대를 의심했다.

■ 통계를 통계답게

통계와 관련해서는 추이가 중요하다. 실상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표본이나 통계 측정 방식이더라도 추이는 그 나름대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따라서 현실을 반영하는 데 미흡한 통계를 계속 사용해 왔을 때는 새로운 방식에 의한 통계를 공표하면서 '기존의 방식'에 의한 수치를 한 동안 보여주는 게 필요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가구와 관련한 통계를 2인 가족 이상 기준으로 내고 있는데, 1인 가구가 25% 이상으로 늘어나 이를 1인 가구 이상 전 가구를 대상으로 통계를 낸다고 해 보자. 이 경우 갑자기 1인 가구 이상을 기준으로 한 통계만 보여주면 과거와 비교할 길이 없다. 따라서 한 동안 2인 가구 이상을 기준으로 작성한 통계도 같이 보여줘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통계를 바꿀 때는 세심해야 한다.

모든 통계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해야 하지만, 국가통계는 최대한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출범했다. ‘통계를 통계답게’ 대우하는 일에도 힘을 써 줬으면 한다.

통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념이나 진영논리 따위가 아니라 정확성과 객관성이다. 이것이 이 정부의 도덕성을 믿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미국의 유명 소설가이자 익살꾼인 마크 트웨인은 통계에 대한 명언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마크 트웨인은 “세상에는 세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lies), 지독한 거짓말(damned lies), 그리고 통계(statistics)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자신들을 신뢰하는 사람들 중에도 트웨인 같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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