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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 현대오일뱅크, IPO 시장 반전 역부족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기사입력 : 2018-08-20 00:00

신규 상장 종목 1주일 수익률 70%→24%
오일뱅크, 완주 가능성…시장 양극화될 듯

대어 현대오일뱅크, IPO 시장 반전 역부족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수정 기자] 하반기를 기점으로 기업공개(IPO) 시장 열기가 급격히 식으면서 2조원대 ‘대어’ 현대오일뱅크가 출격해도 시장 분위기가 전환되기 어려워 보인다.

현대오일뱅크의 IPO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여기서 파생된 온기가 IPO시장 전반으로 퍼질 것이란 기대는 찾아볼 수 없다. 되려 IPO시장에선 우량 기업에 투자금이 몰리고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은 어려워지는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하반기 증시 새내기 수익률 상반기 대비 1/3토막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증시 IPO 기업 수는 21곳으로 작년과 같았다.

올 상반기 신규상장 기업은 △씨앤지하이테크 △에스지이 △배럴 △링크제니시스 △카페24 △알리코제약 △아시아종묘 △동구바이오제약 △엔지켐생명과학 △오스테오닉 △에코마이스터 △린드먼아시아 △애경산업 △케어랩스 △JTC △제노레이 △세종메디칼 △현대사료 △파워넷 △EDC △이리츠코크렙 등이다.

공모금액은 78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4조7600억원 대비 83.6% 감소했다. 상장 후 5조원의 몸값을 자랑할 것으로 예상된 ‘대어’ SK루브리컨츠가 상장 계획을 철회한 게 공모시장 냉각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로부터 촉발된 회계 이슈도 IPO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장 규모가 줄었음에도 IPO 기업의 청약 경쟁률과 상장 직후 주가 수익률은 어느 때보다 고공행진을 했다. 연초부터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코스닥 상장 여건이 완화돼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상장했다.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코스닥 벤처펀드도 출시됐다.

새로 상장한 21개 기업의 상장 당일 주가는 공모가에 비해 평균 64.7% 상승했다. 동구바이오제약(160.0%), 린드먼아시아(160.0%), 케어랩스(160.0%), 현대사료(159.8%), 세종메디칼(100.0%) 등 5곳은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2배 넘게 급등했다.

상반기 신규상장 종목들의 상장 후 1주일 평균 주가 상승률은 71.1%, 3개월 주가 상승률은 57.2%를 각각 기록했다. 씨앤지하이테크(-15.0%), 링크제니시스(-71.2%), 오스테오닉(-20.0%) 등을 제외하고 모두 3개월 수익률이 플러스(+)다. 애경산업(138.8%), 에코마이스터(128.8%), 카페24(131.8%) 등은 3개월 수익률이 100%를 웃돈다.

그러나 이같은 IPO시장 분위기는 하반기 들어 급격히 경직됐다. 이 기간 신규 상장 종목들의 수익률은 상반기 상장 종목 대비 눈에 띄게 부진하다.

지난달 이후 이달 13일까지 약 1개월 동안 새로 상장된 종목은 △SV인베스트먼트 △아이큐어 △올릭스 △엠코르셋 △한국유니온제약 △ 롯데정보통신 △티웨이항공 △휴네시온 △디아이티 △에스에스알 △신한알파리츠 △대유 등 12종목이다.

이들 종목의 상장 첫 날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평균 31%로 집계됐다. 1주일 수익률 역시 24%로 상반기 신규 상장 종목들 대비 초라하다. 아이큐어(-6.8%), 티웨이항공(-3.8%), 롯데정보통신(-2.7%) 등 3종목은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SV인베스트먼트(-2.9%), 아이큐어(-34.7%), 한국유니온제약(-0.6%), 티웨이항공(-2.91%) 등은 1주일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IPO 기업들의 수익률이 악화된 가장 큰 이유는 증시 분위기가 침체되면서 IPO 투자심리와 수급개선을 이끌었던 코스닥 벤처펀드의 동력이 약화된 점이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지난 4월5일 출시 이후 3주 만에 투자금액 2조원 이상을 빨아들였다. 이를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코스닥 벤처펀드의 자금 유입 속도는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가 약세를 거듭하고 있고 대부분의 공모펀드와 대표 사모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못벗어나고 있어 코스닥 벤처펀드에 자금이 유입하기 어려워졌다. 코스닥 벤처펀드 자금 유입이 약화되면서 수요예측 분위기도 차가워졌다.

신규상장사 대부분이 희망밴드 상단에서 공모가를 책정했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이후 희망 공모가 밴드를 밑돌거나 밴드 하단에서 공모가를 형성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상반기 IPO 기업들이 공모주 청약 경쟁률 1000대 1을 가볍게 넘어선 데 비해 하반기 청약경쟁률은 아쉬운 결과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코스닥 벤처 펀드 설정액이 급증하던 4~5월 신주투자 비중(15%)을 맞추기 위해 앞다퉈 공모주 청약에 뛰어들던 기관이 설정액 증가속도가 둔화하자 다소 안정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이후 2개월 가량 기관 간 수요예측 경쟁이 과도하게 펼쳐졌고 이에 IPO 기업 고평가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 현대오일뱅크 IPO 순항해도…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 후 시가총액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IPO시장 최대어다. 공모규모만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자기자본 4000억원 이상 대형사로 ‘패스트트랙’(상장 간소화)을 적용 받아 비교적 단기간에 심사를 완료했다.

지난 2분기 공모가 부진을 이유로 상장일정을 철회한 SK루브리컨츠와 나란히 기대를 모았으나 SK루브리컨츠가 상장을 포기하면서 현재 코스피 IPO시장 내 유일한 기대주다. IPO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올해가 현대오일뱅크 IPO 최적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작년까지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작년 현대오일뱅크의 연결 매출액은 16조37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8%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조2605억원으로 30.5%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간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실적은 더 개선될 것이란 전망은 현대오일뱅크 IPO 성공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조5960억원에 상장 정유사 평균 멀티플 하단인 6배만 적용해도 시총 10조원이 된다. 배당성향도 높아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을 만하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 IPO가 순항한다 해도 그 기세가 IPO시장 전체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

공모주 시장 경쟁을 가열시킨 코스닥 벤처펀드의 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하면서 기관으로서는 서둘러 공모주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없어졌다. 공모주라면 무조건 투자하기보다 투자 매력이 충분한 공모주를 선별할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다. 때문에 업계에선 IPO시장 양극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대어급으로 평가되는 기업들이 하반기 IPO 시장에 등장하면 수요자들은 망설임 없이 달려들 것으로 예상되기에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합리적 판단 잣대를 적용할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오일뱅크나 CJCGV 베트남, 카카오게임즈 등 해당 산업 대표 기업들에 대한 수요예측과 공모주 청약 열기는 여전히 뜨거울 것”이라며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공모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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