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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주52시간 도입 장애물 산적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기사입력 : 2018-06-25 00:00

‘PC오프제’ 등 선제실시 충격 최소화 도모
업무특성 감안 증시마감 시간 조정 목소리

증권가 주52시간 도입 장애물 산적
[한국금융신문 김수정 기자] 증권사들이 주52시간 근무제 전환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근무시간 단축을 가로막는 구조적 현안이 산적해 있다.

업계는 주52시간 정식 도입을 1년 여 앞두고 제도 변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발 앞서 관련 준비에 들어갔다.

근무시간 단축과 탄력적 근무를 위한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는 한편 신규채용 확대도 고민하고 있다.

다만 부서간 근무형태가 제각각이고 초과근로가 일상인 업권 특성상 증권가의 주52시간 근로 제도 정착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이어지고 있다.

◇ ‘PC오프제’ ‘페밀리데이’ ‘시차출근제’

24일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미 2014년부터 ‘PC오프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공식 업무시간 8시간을 채우면 PC가 자동으로 꺼진다.

연장근무 희망자는 사전 신청을 통해 추가 근무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익일 초과수당이 자동 책정된다.

아울러 퇴근 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페밀리데이’를 기존에는 격주 금요일마다 진행하다가 올해부터 매주 금요일에 확대 실시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들어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직원들을 퇴근시키는 근무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52시간 본격 적용에 앞서 PC오프제를 실시할지 고민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한참 전인 2010년부터 수요일 조기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달 들어선 정규시간 8시간에 별도 수당이 지급되는 초과시간 1시간을 더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유연근무제를 시작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을 5시에 퇴근하는 패밀리 데이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매주 수요일을 회의, 야근, 회식 없는 ‘삼무 데이’를 실시하는 중이다.

아직 탄력적 근무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다른 증권사들도 일제히 주52시간을 도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위해 그룹단위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내달부터 직무별로 차별화된 유연근무제를 시범 운영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한 뒤 내년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KB증권은 이달 PC오프제를 시범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차출근제’와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도입할지 검토 중이다. 시차출근제란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면서도 일 8시간씩 근로시간을 채우는 시스템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3개월 단위로 특정일 근무시간을 늘리고 나머지 근로일 근무시간을 줄여 평균근로시간을 법정기준에 맞추는 것이다.

업계에선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앞서 인력 충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 하반기 채용 예정인 150명을 포함, 올해 총 300명을 새로 뽑는다는 계획을 연초 밝혔다.

작년보다 100명 가량 많은 수준이다. NH투자증권은 작년 하반기 신입사원 13명을 채용한 데 이어 이달 중순부터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 들어갔다.

이번 채용인원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70명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 역시 작년보다 2배 많은 110여명을 새로 채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 “업무량 불변…마감시간 30분 연장도 방해”

현장에선 주52시간 근무를 둘러싸고 여전히 지적이 이어진다. 가장 많은 문제제기가 이뤄지는 부분은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업무량이 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무시간이 짧아져도 업무량은 기존과 똑같아 결국 휴식시간에 일하거나 몰래 비공식 야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 직원은 “일찍 퇴근해도 다음날 오면 전날 못 끝낸 업무가 쌓여 있어 누적되다 보면 결국 성취도가 떨어지게 된다”며 “근로시간이 줄었다고 일을 덜 시키는 건 아니라는 함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가는 주52시간 제도가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같은 증권사 직원이라도 소속 사업부에 따라 근무형태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야간이나 주말 접대가 일상인 법인영업팀이나 홍보·대관 부서의 주52시간 제도와 새벽같이 출근해 간밤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당일 국내 증시 동향을 예측하는 리서치센터의 주52시간 제도는 다르게 설계돼야 한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모 증권사 연구원은 “부서마다 임금체계나 근무형태가 다르기에 근무시간 단축 관련해 직무별로 혼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직원은 “이미 주요 증권사들은 주52시간이 타업권에 비해 잘 지켜지고 있다”며 “정부가 업권별로 시행안을 세부적으로 손질하는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2016년 증권 정규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한 점도 일부 증권업계 종사자의 조기 퇴근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매매중개 관련 후선 업무자들은 시장 마감 시간이 30분 늦춰지면서 퇴근 시간도 밀렸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증권 유관기관 관계자는 “증권사로부터 거래 내역 등을 접수 받아 최종 결재를 해야 하는데 마감시간 연장으로 이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 늦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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