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2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정치자금법위반 등 혐의를 받는 황 회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하고 경찰에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검찰 측에 따르면 수사가 장기간 진행됐음에도 현재까지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정치인·보좌진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기각사유를 밝혔다.
앞서 경찰은 KT가 ‘상품권깡’ 수법으로 돈을 마련해 불법 후원한 것으로 봤다. 이후 KT본사와 KT커머스 등에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KT 임직원을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황 회장이 이를 지시하거나 보고 받는 등 사건에 관여한 사실을 확보했다.
결국 경찰은 KT 전·현직 임원들이 국회의원 90여명에게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 4억 3000여만원을 불법 후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KT 임원들은 카드로 물건을 사는 것처럼 꾸며 결제한 뒤 현금을 받는 이른바 ‘카드깡’ 방식으로 비자금 11억 5000만원을 조성, 이 중에 4억 4190만원을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썼다.
KT는 19대 국회의원 46명에게 1억 6900만원, 20대 국회의원에서 낙선한 후보 5명을 포함해 66명에게 2억 7290만원을 후원했다. 중복된 인원을 제외한 99명의 계좌로 정치후원금 총 4억 4190만원을 보낸 것이다.
특히 20대 총선이 있었던 2016년을 제외한 2014년, 2015년, 2017년에는 대관부서인 CR부문 임직원 명의로 후원금이 제공됐다. 임직원 명의로 후원금이 입금되면, 이를 받은 국회의원 후원회에서는 입금 출처를 알 수 없는데 임원들의 인적사항을 국회의원 보좌진 등에게 알려 주는 방식으로 KT의 자금임을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은 사장을 포함한 고위 임원 등 총 27명의 명의로 후원금을 냈다.
조성한 비자금 총 11억 5000만원 중 정치후원금 4억 4190만원을 제외한 7억원 가량은 경조사비, 접대비 등에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영수증 등 증빙·정산처리를 하지 않고 회계 감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KT는 불법 후원금을 제공하게 된 이유를 △2014년~2015년 ‘합산규제법’ 저지 △2015~2016년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저지 △황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제외 등 국회와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법인·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