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년 이상 장기 재임한 CEO가 이끌고 있는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해 우수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 자기자본수익률(ROE) 모두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다.
유상호닫기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호조 등으로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며 위탁매매(BK) 부문, 자산관리 부문(AM), 투자은행 부문(IB), 자산운용 부문(Trading)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 47세의 나이로 한국투자증권 수장 자리에 오른 유상호 사장은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초대형 IB 지정과 동시에 업계 단독으로 단기금융업을 인가 받으면서 발행어음 사업을 선점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경신에 업계에서는 유상호 사장의 재임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4592억, 매출액 9조5455억으로 전년 대비 각각 52.1%, 8.0% 증가한 성적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48.0% 늘어난 3496억원으로 집계됐다. ROE는 7.22% 수준에 머물렀다.
회사 측은 브로커리지 수수료, 금융상품판매 수수료, IB 수수료를 비롯한 수수료 수익 및 운용 이자수지 증가가 영업이익 성장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3년 우리투자증권 사장으로 취임한 후 이듬해 12월 NH투자증권 초대 사장으로 추대된 김원규 사장은 5년째 NH투자증권을 이끌어왔다. NH투자증권은 NH농협금융지주로 편입되면서 본격적인 새출발을 알린 후 2014년 864억원에 머무르던 순이익을 합병 첫해 2001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의 호실적을 고려했을 때 김원규 사장의 3연임 가능성이 긍정적이라고 점치고 있다. 그러나 김 사장은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과 농협금융지주 사상 3연임 전례가 없었다는 특성에 재선임 확신을 거머쥐지는 못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달 말까지 최종 사장 후보자를 정하고 이사회에 후보로 추천할 예정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2015년 당기순이익 2873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치를 달성한 이후 지난해 당기순이익 3552억원을 기록해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4436억원, 5조2975억원으로 각각 35.7%, 7.1% 늘어났다. ROE는 10.7%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메리츠캐피탈 자회사 편입 및 주식시장 활황으로 인해 실적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취임 이후 메리츠종금증권을 맡아온 최희문닫기

최희문 대표는 돋보이는 성장세를 주도하며 2016년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오는 2019년까지 임기가 보장된 최 대표는 장수 CEO의 계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714억으로 전년 대비 55.8% 늘어난 성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3600억원, 매출액은 4조4847억원으로 각각 70.1%, 1.3%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취임한 윤용암 사장은 후진을 위해 용퇴 의사를 밝히고 오는 3월 정기주주 총회까지 임기를 수행한다. 삼성증권은 지난 9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을 차기 대표이사(사장 승진) 후보로 추천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40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3.5%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36.9%, 28.9% 늘어난 3158억과 1조2163억으로 집계됐다. ROE는 15%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제4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선출된 권용원닫기
대신증권과 교보증권도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대신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63% 증가한 1206억원, 영업이익은 67.1% 늘어난 1392억원을 기록했다. 교보증권은 당기순이익 733억원, 영업이익 91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7%, 26.3% 증가한 실적을 냈다.
지난 2012년 취임한 대신증권 나재철 사장(2연임)과 2008년부터 교보증권을 맡아온 김해준 사장(4연임)은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두 사장 모두 지난해 실적 호조에 재신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