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서효문 기자
국감 증인으로 불려 나온 이유가 씁쓸하다. 지난 2015년 8월 ‘4대강 입찰 담합 특별사면’ 당시 조성하기로 했던 사회공헌기금 출연이 미진했기 때문이다.
앞서 17개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 2012년 4대강 사업 입찰 과정에서 부당공동행위를 위반한 것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 1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가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혜택을 누렸다.
이에 건설사들은 당시 속죄의 뜻으로 ‘건설사업 사회공헌재단’을 만들어 사회공헌기금 2000억원을 모금하기로 했다. 2년 여가 지난 현재 이들이 출연한 금액은 47억1000만원에 불과하다.
이번 국감에 출석한 건설사 CEO들은 “사회공헌기금을 출연 약속을 지키겠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사정이 어렵다며 기금 출연이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과 강영국 대림산업 대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금이 외부로 나갈 경우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 같은 절차를 통해 기금을 출연하겠다”고 답변했다.
임병용 GS건설 사장과 조기행 SK건설 대표는 “기금 출연은 회사 재정에 부담이된다”고 말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기금을 운영하는 대한건설협회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이를 만들어 준다면 따르겠다”고 답했다.
지난 2015년 이후 재건축·재개발 시공권 확보에 나서고 있지 않은 삼성물산을 제외한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은 저마다의 차이는 있지만 최대 2조6000억원에 달하는 도시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에서 도시정비사업 규제를 강화시킨 뒤에도 행보는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일례로 강남 재건축 최대 수주전이었던 지난 9월 반포 주공 1단지 1·2·4주구(이하 반포 1단지)에선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역대급 ‘쩐의 전쟁’을 펼쳤다.
급기야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시공과 관련된 건설사의 지원을 금지하도록 제도 개선하겠다’고 밝히며 출혈 경쟁에 제공을 걸기까지 도시정비사업 현장에서 건설사들의 행보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반포 1단지 수주전이 한창 진행이 되던 지난 9월.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제는 도시정비사업에 뛰어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건설사의 재정능력’이 도시정비사업의 향배를 결정짓는 요소가 됐다”고 토로한바 있다.
이같은 사정을 미루어 보면 2000억원 기금 출연에서 큰 몫을 담당해야 할 대형건설사들의 진심이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사비 7000만원 무상지원을 약속했던 단지에 책정했던 자금은 1600억원이다.
기금출연은 어렵고 출혈경쟁엔 적극성을 넘어 필사적인 모습도 나왔던 오늘의 건설 생태계는 보통 시민이 보기에 이해하기 불가능한 상황인 게 사실이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