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허 카젬 한국지엠 신임 사장. 사진=한국지엠.
24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카허 카젬 ‘인도 지엠’ 사장이 새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카젬 사장은 지난달 자진 사임 의사를 밝힌 제임스 김 사장에 이어 9월 1일부터 한국지엠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다.
스테판 자코비 지엠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카젬 사장이 지엠 핵심 사업장인 한국지엠을 맡게 돼 기쁘다”며 “카젬 사장은 자동차 전문가로 특히 생산과 사업운영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고, 여러 중요한 시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카젬 신임 사장…구조조정 전문가
카젬 신임 사장의 특이 이력을 놓고 철수가능성이 높아 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젬 사장은 1995년 ‘지엠 호주’에 입사한 뒤 지엠 태국 및 아세안 지역 생산·품질 부사장, ‘지엠 우즈베키스탄’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5년 ‘지엠 인도’에 합류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16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3~5월 카젬 사장 재임 당시 지엠이 인도 내수 시장에서 철수하고 수출용 공장만 유지하는 사업 재편을 단행한 만큼, 한국에서도 비슷한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실적악화로 인해 제임스 김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의 표명한 것이 내부 철수를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한 것이 아니냐”며 “특히 ‘저승사자’로 불리는 지엠 인도 사장이 한국지엠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 또한 철수를 위한 경영전략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업계는 카젬 사장이 올해 지엠이 철수를 결정한 인도법인의 사장이었다는 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카젬 사장은 지난 2015년부터 지엠 인도 사장에 임명 된지 1년 5개월이 지난 올해 5월 지엠은 인도 시장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지엠이 인도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것은 오랜 기간 부진했던 판매 실적을 더 이상 개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엠은 22년 전인 1995년 인도 시장에 진출했지만 여전히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 판매량은 고작 2만9000대에 불과했다.
지엠은 인도 판매 조직을 전면 철수한데 이어 지난 3월 인도에서 운영했던 공장 2곳 중 하나인 구자라트주 할롤 공장을 매각했다.
현재 생산 중인 차량도 모두 수출용으로 전환하는 한편 2015년 발표했다가 보류했던 인도 시장 내 10억달러 투자 계획도 취소했다. 지엠 인도법인의 사장으로서 본사의 철수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 바로 카젬 사장이었다.
지엠은 올해 인도를 비롯해 유럽과 남아공 등에서 잇따라 철수했다. 최근 3년간 누적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지엠이 다음 ‘정리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 노조 마찰·적자 행진
한국지엠은 최근 3년간 누적적자가 1조9700억원에 달한다. 적자폭은 해마다 늘어나 올해는 설립이후 최초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올 1분기에 2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올해 적자는 사상 최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여기에 높은 인금과 노조원들과의 잣은 마찰도 걸림돌로 작용되고 있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노조는 올해 기본급을 15만9000원 인상하고 월 상여급의 500%를 일시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한국지엠은 임금협상 결과에 따라 기본급을 6만3000원 인상했고 성과급과 격려금 1050만원을 지급했다.
미국 지엠이 한국지엠 공장의 경쟁력을 두고 부정적인 평가를 한 것은 수년전부터 계속된 일이지만 이처럼 노골적으로 공장 이전을 거론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 노조와 첫 상견례…임금 인상 ‘변수’로 작용
카젬 신임 사장은 지난 22일 한국지엠 부평본사 내 노조사무실을 찾아 노조 집행부와의 면담을 가졌다.
이날 노조는 신임 사장에게 한국지엠에 대한 현황과 생산물량 축소로 인한 조합원들의 우려 등을 전달했다.
카젬 대표는 노조 집행부에 “취임 전이라도 노사협상을 담당하는 본부장이 있으니 노사간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사 교섭을 재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지엠에서 한국지엠에 약점으로 꼽고 있는 노사간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노사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메세지다.
임한택 한국지엠 지부장 등 노조 집행부는 “카젬 대표의 취임으로 사측의 임단협 책임자가 정해진 만큼, 향후 교섭에서 사측이 성실히 교섭에 임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카젬 대표가 인도지엠 등 전직 사업부문에서 구조조정과 철수 등의 업무를 맡아 우려가 많지만 한국지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힘을 모으자”는 메세지를 전달했다.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