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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리서치센터 변해야 산다

고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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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7-08-14 01:14 최종수정 : 2018-01-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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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리서치센터 변해야 산다
[한국금융신문 고영훈 기자] “리서치센터의 위상이 예전만 못 하다. 증권사에서 비용으로 보는 인식이 늘고 있어 센터 꾸리기가 쉽지만은 않다.”

한 리서치센터 관계자의 푸념이다. 증권사의 꽃이라 불렸던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증권 업황 둔화와 함께 억대 연봉 연구원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리서치센터가 증권사가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9월부터 보고서에 괴리율을 공시해야한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사의 조사분석보고서는 목표주가를 낙관적으로 제시하는 경향으로 인해 매수의견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2014년 매도 비율은 0.13%, 2015년 0.25%, 2016년 0.17% 등인데 반해 매수 비율은 90%에 육박한다. 매도리포트가 없는 증권사도 적지 않다. 모기업의 대규모 영업손실 실적발표에도 다수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적시에 조정하지 않았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도 재직 당시 이같은 관례(?)를 고쳐보고자 강제 매도 비율 보고서를 적용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해당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퇴사하며 문제만 붉어졌다.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매도의견 공표시 상장회사, 기관투자자 등 이해관계자가 애널리스트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불합리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하나투어 사태가 대표적이다. 제2의 하나투어 사태를 막자는 취지에서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차이를 증권사 분석보고서에 공시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일정비율 이상 목표주가 변동, 투자의견 변경, 분석종목 제외 등이 포함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상장사 간 갈등조정위원회는 4자 협의체로 전환되며 금감원과 금융투자협회에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가 함께 했다. 내부검수조직의 역할 강화와 인력 보강 등을 통해 리포트에 대한 검증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건데 리서치센터 관계자들은 요즘같은 분위기에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시장에서 받는 검증 즉 애널리스트는 시장을 상대로 평가를 받는게 맞다는 의견이다.

매도 비율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한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은 “중립 의견을 매도 의견으로 보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매도 비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거래처와의 관계로 인해 현실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은 “증권사는 돈이 될만한 투자 매물을 추천해주는 셀사이드가 강한 업종”이라며 “투자자에게 좋은 투자처와 상품을 추천해주는 것이 우선이며 강제로 매도비율을 높인다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했다. 한 센터장은 4자 협의체에서 금융당국과 얘기할 때 큰 입장 차를 느낀다고도 밝혔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연구원 부족으로 인해 애널리스트가 섹터를 커버하기도 버거운 상황이 많다. 이렇다보니 투자의견도 조심스러워 질 수 밖에 없다. 예전처럼 애널리스트, 이코노미스트, 스트레지스트들은 연구만 하지 않는다. 증권사 프론트에 대한 지원이나 PT 일정이 적지 않아 보고서를 쓰려면 늦게까지 야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애널리스트 보수 산정 기준 구체화 역시 업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연구원의 보수 산정시 법인영업부서 등 외부 평가에 영향을 받아 독립성이 저하될 우려에 대한 금융당국의 처방이다. 우려하는 부분은 십분 공감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보수산정의 합리적인 기준과 리포트 품질, 투자의견 등을 제시하라는 것인데 계약직이 많은 리서치센터가 정규직 같은 느낌의 규정에 얼마나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자본시장 논리와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대형증권사 리서치도 인력을 줄이는 판에 중소형 증권사는 정도가 심각하다. 인력이 많고 본부가 많으면 부서전환도 생각해볼 수 있고, 미들업무에 대한 확장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중소형사에는 힘든 사안들이다.

이에 중소형사 연구원들은 대형사에 가기를 희망하는 분위기들이 감지되고 있다. 영업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로 인해 부서장급이 하는 연구원 평가도 예전과는 풍토가 달라지고 있다. 투자자들을 위해 투자 분석과 판단을 하는 증권업에 리서치센터란 필요한 존재다. 리서치는 그만큼 증권사의 모든 업무영역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분석은 법인영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홀세일을 넘어 리테일 WM, 브로커리지, IB, 펀드 운용, 채권 운용 등 다양한 사업부와 연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식이 강세면 주식형 투자전략과 상품을, 금리가 떨어져 채권이 잘 되면 S&T(세일즈&트레이딩)나 FICC(채권·외환·원자재)와 연계해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에 따라 수익 기여도는 달라진다. 평가 방법 역시 단순한 투표나 정성평가를 넘어 수익률을 중시하는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모 증권사 CEO는 “리서치를 비용으로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활용할지를 강구해야 한다”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각박해지는 시장에서 리서치센터 역시 변화하지 못 하면 길이 없다. 여전히 증권사 신입사원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 중 하나가 리서치부서다. 예전의 영광까지 찾기는 힘들겠지만 변하지 않으면 생존이 힘든 상황이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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