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각 금융권과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국가적인 재난으로 분류되고 있는 은행의 1344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폭탄에 대해 총량 관리 방안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하는 가계부채 해법의 중심은 체계적인 가계부채 총량 관리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신 여신관리지표로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을 활용한다. 고금리 이자 부담 완화 정책에 따라 최고이자율을 이자제한법에 따른 이자율로 일원화, 원금을 초과하는 이자 부과를 금지한다. 현재 연 27.9%인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출 계획이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DSR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성장모멘텀은 둔화될 수 있다”며 “이는 소득과 포괄적 대출 규모가 가계주체의 대출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총량 수치에만 매달릴 경우 금융회사들이 저신용, 저소득 계층의 대출부터 줄이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이전 정권에서도 총량 규제를 시사한 바 있지만 본격적인 도입은 하지 않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현행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을 허용하는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은산분리에 대한 규제는 풀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제한) 완화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성과연봉제 역시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분리에 따라 금융기관 역시 다른 셈법이 요구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원회의 정책기능과 감독기능 분리에 따라 기재부로 편입될 수 있어 내부에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자본시장 역시 관련 현안들이 많은데 지난 12일부터 인가 접수를 받기 시작한 초대형 IB에 대한 신사업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원칙을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룰이 적용될 경우 신사업에 대한 규제 허들이 올라갈 수 있다.
지난 10일 금융투자협회는 “국내에만 있는 갈라파고스식 금융규제로 이미 진출한 외국금융회사들도 한국을 떠나고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도 어려워 금융산업 국제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금융규제의 적합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선진국에 없는 규제는 과감히 폐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증권사들의 오랜 희망사항인 외국환업무와 법인 지급결제 허용도 예상이 쉽지 않다. 외국환의 경우 과거 기획재정부에선 협조적이었다. 지난해 자기자본 1조원 이상 증권사가 앞으로 은행과 동등한 수준에서 외국환 업무 및 관련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진행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금융위에선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 내에서도 업권간 이견으로 인해 기재부와 의견 통일을 이루지 못 했다.
새로운 정부에서 경제·금융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비상경제대책단의 최운열 부단장은 금융위의 해체를 전제로 하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금융위의 힘이 약해질 경우 증권사의 외국환 업무 허용도 양상이 달라질 수 있는 대목이다. 최운열 의원은 금융위를 해체해 정책 기능은 기재부, 감독은 금융감독원으로 이관하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지급결제의 경우 은행과 증권사 간 2007년부터 갈등이 이어지고 있으며, 신탁업법 분리 제정 역시 중요한 화두다.
새 정부의 상법개정안에 대해선 코스닥협회가 부정적 입장이다. 상법개정안이 상장사에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경우 경영 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밖에 문재인 정부 공약에 따르면 자본시장 교란행위에 대해선 처벌을 강화하고, 시세조종 등 손해배상 소송의 소멸시효는 확대한다.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가 올라간 만큼 자본시장 투명성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회계 투명성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지정감사제 확대로 분식회계 같은 불법 부당회계를 방지하자는 공약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인회계사회 역시 지정감사제 확대에 대해 긍정적이라 정부와 코드가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 신설됨에 따라 창업에 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저평가 됐던 코스닥 시장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정부 창업지원 펀드와 모태펀드 기술금융투자 등이 늘면서 자본시장 투자 기회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주식 양도세에 대해선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양도차익 전면 과세 가능성은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