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투자협회 황영기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증권업계 규제 완화를 골자로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를 주장했다./ 사진=금융투자협회
지난 5일 국내 모 언론사는 '증권사 외국환 업무 허용 뒤 4년간 조세 회피처 송금 25조 넘어'라는 부제로 기사를 냈다. 해당 기사 내용에 따르면, 대기업 조세회피처 송금액은 2012년부터 4조5816억원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도 4조452억원에 달했다. 기사 내용에는 직접 명시돼 있지 않으나, 2012년 증권사의 외국환 업무 허용과 이 추세가 맞물린다는 뉘앙스가 부제에서 읽힌다.
이에 금융투자협회는 7일 보도 참고자료를 배포해 "기업의 역외탈세를 위한 송금창구가 증권사일 것이라는 추측은 오류"라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2년 증권사에 허용된 외국환 업무는 IB업무와 관련한 업무에만 한정해 확대된 것이다. 따라서 ‘외국환 송금업무’는 증권사가 할 수 없다.
2012년 이전에는 증권사의 외국환 업무가 주식·채권 등 투자자금 환전 등 일부 업무로만 국한되어 있었으나, 2012년부터는 외화증권 발행의 주선·인수, M&A의 중개·주선 및 대리업무 등 기업금융업무와 관련한 환전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외국환거래규정 및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증권사가 외화를 직접 송금할 수는 없으며, 현재 외화를 해외로 송금하기 위해서는 은행을 통해 거래해야만 한다.
한편, 해당 기사에는 "증권업계가 요구하는 해외 송금 등 외국환 업무가 확대될 경우 대기업의 불법 송금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계열 증권사를 통해 수출입 대금과 해외 직접투자 대금 등을 직접 송금할 경우 감시 사각지대가 될 것", "충분한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아 증권사가 대기업 재산은닉과 역외탈세의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상당수 증권사가 대기업 계열사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의지대로 증권사를 통해 역외탈세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투협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 대부분은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다"라며, "대부분 증권사가 대기업을 모회사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역외탈세 창구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금투협은 증권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그 중 하나로 '외환 직접 송금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고객들이 투자 명목 등으로 증권사 계좌에 보유 중인 자산을 해외로 송금 시 은행을 거쳐야 하므로 수수료를 중복해 물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있다는 설명이다.
금투협은 "증권회사의 외환송금 업무를 허용하게 되면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증권사도 은행과 같이 외국환 전문인력과 인프라를 구축하여 각종 신고·확인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등 ‘동일한 감시와 규제’를 받게 될 것"이라며, "특별히 증권사가 감시 사각지대가 되리라는 근거없는 추측"이라고 못 박았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