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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치에 물 건너간 거래소 구조개혁

구혜린 기자

hrgu@

기사입력 : 2016-12-12 00:25 최종수정 : 2016-12-12 10:55

자본시장법 개정 지난 국회서 떠안은 숙제
업계, 탄핵정국에도 법안 처리 목소리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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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치에 물 건너간 거래소 구조개혁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지난 1일 기업재무안정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를 상시화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0대 국회 본 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에 사모집합투자기구를 통한 민간의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 자본시장을 통한 구조조정을 가능하게 했다. 벤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창업벤처 전문 PEF 규정을 별도로 두는 내용도 함께 통과됐다.

20대 국회에서 두 개정안이 통과됐으나 자본시장법 개정 관련 아직까지 묵은 과제들이 많다. 이와 관련하여 본지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 문제,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위가 온도차를 보인 규제 패러다임 문제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그밖에 통과되지 못한 법안들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 거래소 지주사 전환, 다시 실효성 논쟁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 중에서 통과 여부를 놓고 가장 오랜 시간을 끌어온 것은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에 관한 안건이다. 시작은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의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방안’ 공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시장 간 경쟁을 촉진하고, 우리 자본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거래소 지주회사 체제 도입과 기업공개(IPO) 추진의 필요성을 밝혔다. 이후 관련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해 9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정무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표류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책임은 19대 국회에서 20대 국회로 넘어왔다.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이 올해 6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정무위원장인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이 20대 국회에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논의의 시점이 후순위로 밀려났고 현재까지 계류돼 있는 상태다.

이전 19대 국회에서는 지주회사로 전환된 거래소의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여당 입장과 그에 반발하는 야당입장이 엇갈려 평행선을 달렸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는 지주사 전환 자체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까지 속속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비본질적인 논쟁으로 법안 통과가 장기화된 국면이후 본질적인 부분에서까지 온도차가 드러나자 내년 법안 통과도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본점 소재지 문제는 이진복 의원 안에서 특정한 곳을 나타내지 않는 ‘파생금융중심지’로 표현을 바꿨지만, 여야 간 이견이 없다고는 할 수 없고 지주사 자체에도 동조하는 않는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정무위 야당 관계자 또한 “비본질적인 부산 본점 논란 외에도 굳이 거래소를 쪼개 별개 법인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방향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거래소 측이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목적으로 맥킨지코포레이티드(맥킨지)에 의뢰해 받은 최종보고서 내용이 일부 공개되자 실효성 논란은 더 극심해졌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진행한 ‘맥킨지 컨설팅 보고서’가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시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을 모두 포함하고 있지만 거래소는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긍정적인 요인만 부각했다고 주장한다.

한편 금융당국은 한국거래소가 해외 선진 거래소와 경쟁하려면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한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작년 영업이익은 589억원으로, 2조원대인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4천500억원대인 일본거래소(JPX)와 비교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현물과 파생상품 트레이딩 수수료 매출 비중이 74%를 차지할 정도로 매매 수수료 위주로 운영되고, 국내 상품에 한정된 사업구조를 갖춘 것이 오랜 기간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미국, 영국, 일본, 홍콩, 독일, 싱가포르, 호주 등 주요 자본시장 선진국의 거래소가 모두 지주회사 형태로 기업공개까지 이뤄져 있다는 점 또한 당국이 법안 통과를 서두르게 만드는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정 공백이 장기화 되더라도 경제문제만큼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여야가 합의점을 찾아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석헌닫기윤석헌기사 모아보기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쟁점이 별로 없는 법안을 먼저 처리하고 쟁점이 있는 법안은 상대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에 대해 대안을 내놓는 등 재고의 여지를 서로 만들어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8일 한국거래소는 지주회사 전환 처리가 연내 힘들어짐에 따라 내년 초 재개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책임경영을 도입한 본부별 독립 경쟁 시스템을 강화해 내성을 다진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 방안이 통과되면 경영지원본부, 유가증권시장본부, 코스닥시장본부, 파생상품시장본부, 시장감시본부 등 5개 본부 별로 각자 예산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 규정 중심 규제냐, 원칙 중심 규제냐

자본시장법에 규제 사항을 명시하는 방식을 두고 금융관계자들이 대립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자본시장법은 규제 항목을 일일이 나열하는 방식으로 기술돼 있다. ‘해도 되는 것’을 제한적으로 정해주는 이러한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최소한의 원칙을 중심으로 ‘해서는 안 될 것’을 명시해주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2009년 이후에서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지난달 금융투자협회가 금융위에 자본시장법을 사전 규제를 근거로 한 규정이 아닌 원칙 중심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 금융위가 “불가하다”고 답하며 논란의 불씨가 지펴졌다.

금융투자협회는 핀테크 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상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려면 원칙 중심 규제로의 재편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현행 사전 규제식을 준수하다보면 금융권의 자율성이 상실돼 참신한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금융투자협회의 의견은 자본시장법에 기본 원칙을 제시한 후 원칙 준수방안 등은 금융업권에서 자율적으로 고민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7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황영기닫기황영기기사 모아보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중 장기적으로 규정 중심 규제에서 원칙 중심으로 규제 체제를 바꿀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금융위는 원칙 중심 규정을 김영란 법에 비유하며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체제라 지적했다.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할 경우에 ‘누가’ 수천가지 영업사례에 대한 유권해석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냐는 지적이다.

또한 금융사고가 터질 경우 누가 책임질지 불분명해질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도 취임 직후 이 같은 원칙 중심의 패러다임을 최우선 과제로 내놨다가 현실 불가능이라는 걸 깨닫고 폐기한 바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가 추구하는 원칙 중심 ‘패러다임 전환’은 금융권 내 힘의 추를 금융위에서 금융투자협회로 기울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는 지적이 있다. 협회의 의견대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할 경우 금융위가 자본시장법의 원칙만 제시하고 그 세부방안을 금융투자협회가 업계 의견을 청취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칙 중심 규제 개정안은 “결국 금융투자협회 등 이익단체가 업계의 자율원칙을 좌지우지하는 사실상 감독기관이 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협회의 의견을 반영한 개정이 협회의 말처럼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통과의례인지 금융위와의 힘겨루기인지 내년 귀추가 주목된다.

◇ 그밖에 올해 발의된 주요 법안

올해는 거래소 지주사 전환이나 규제 방안 이슈 외에도 굵직한 개정안들이 발의됐다. 지난 8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은 금융투자상품 및 판매절차 등의 행위에 대한 규정을 현행 방문판매법에서 자본시장법으로 변경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일부개정법률안’ 및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방문판매법상 방문판매방식으로 금융투자상품 판매 후 14일 이내에 원금손실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가 이를 철회하면, 판매사인 은행, 증권사 등이 가격변동에 따른 손실분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므로 증권사는 방문판매를 선호하지 않는다.

이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대 국회에서 이종걸 의원이 방문판매법 내에 14일 내 환불 규정 대상에서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제외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종걸 의원은 20대 국회에도 같은 법안을 재발의했으나 법안통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같은 달 박용진 의원은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의 인수합병(M&A) 자문 업무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M&A 주선 및 대리업무는 ‘기업금융업무’로 규정돼 있으나 별도의 인가는 필요하지 않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M&A 부띠끄 등이 규제 없이 참여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M&A 주선 및 대리업무도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거나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하는 투자중개업에 포함돼 회계법인이 관련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선 별도의 자문 법인을 설립해 인가를 얻어야 한다. 이 법안은 회계법인의 거래중개를 막음으로서 기존 증권사의 참여영역을 늘리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지적을 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편 지난달 박용진 의원은 유상증자 시 공매도 투자자의 증자참여를 제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현대상선, 삼성중공업의 공매도 사태와 같이 기업이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할 때 늘어나는 공매도 물량의 증가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증권사의 방문판매 기피, 금융위 인가 없이 가능한 M&A 자문 업무, 유상증자 시 공매도 거래 등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시되어 온 해묵은 과제이기 때문에 일회적 법안 발의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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