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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사태’ 금감원-생보사 갈등 격화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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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12-05 00:31

당국, 미지급 보험사에 고강도 제재수위
생보 3사 행정소송시 논란 장기화 전망

[한국금융신문 이은정 기자] 올 2016년 보험업권은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어울리는 만큼 격변의 한 해였다.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 간의 갈등,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료가 크게 오른 실손보험 문제 , 2021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변액보험 이슈 등 대표적인 ‘핫이슈’다. 이에 본지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올해 최대 이슈 4가지를 집중 재조명해보자 한다. 〈편집자 주〉

올 한해 자살보험금(재해사망보험금) 논란은 생보업계 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일부 생보사들과 금융당국 사이에는 아직도 긴장감이 여전하다. 최근 당국이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보사 4곳에 무거운 수위의 징계 조치 범위를 통보한 것.

대법원의 판결을 따른다는 입장을 내비춰 온 생보사들은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번 고강도 행정제재 조치를 내건 당국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자살보험금 논란이 또 다시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미지급 논란 2016년 보험업계 ‘들썩’

자살보험금 논란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해 동아생명(현 KDB생명) 재해사망특약이 담긴 보험상품을 업계 처음으로 판매했다. 동아생명은 약관에 ‘자살의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명시했고, 자살을 포함한 재해로 사망할 시 보험금을 2~3배 더 주는 특약상품을 내놓은 것. 다른 생보사들은 이를 베낀 상품을 속속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7년 교보생명의 교통안전보험 지급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이 고객에게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리면서 약관 논란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생보사들은 약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2010년 4월 약관 개정을 통해 ‘자살의 경우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전면 수정했다.

금감원은 2010년 자살에 대한 지급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면책기간 경과 후 자살과 심신상실 등으로 자살한 경우를 구분해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고액의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면 자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 사이 관련 상품은 282만건 판매됐고, 금융당국 조사에서 보험사들이 본래 지급하기로 했던 재해사망보험금 규모보다 2~3배 적은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2013년 금감원은 ING생명이 2003~2010년간 90여건의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 대신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총 200억원을 덜 지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는 2년 경과 후에 가입한 소비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약관에는 보험가입 2년 경과 후 자살에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다른 보험사들도 유사하게 대응해 온 사실이 확인됐고, 이는 자살보험금 논란에 불을 지폈다. 시민들 사이에 빠르게 퍼지면서 사회 이슈로 대두됐다. 국회, 대법원까지 확대되면서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 법정소송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5월 대법원은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2010년 4월 약관 개정 이전에 판매한 상품에 대해서는 기존 약관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 이후 지난 9월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지난 재해사망보험금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는데도 보험 수익자가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인 2년 간 청구하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약관을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 제재 압박을 높이고, 보험사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9일에는 당국이 보험사에 고강도 제재수위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통보를 해 이같은 갈등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 ‘대법 판결 vs 약관 규정’ 공방 지속

우선 보험사는 재해’의 의미를 짚어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살보험금의 본 명칭은 ‘재해사망보험금’이다. 약관상의 재해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를 의미한다. 즉 의도치 않게 외부 요인으로부터 사고를 당할 경우를 포함해 고의적으로 자신을 해치는 ‘자살’과는 차이를 두고 있다는 것. 또 보험은 합리적인 운용을 위해 위험에 상응하는 보험료를 부과하는 등 수지상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에 따라 자살 시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보험제도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자살에 대한 재해사망보험금은 약관에 따라 지급해야 하지만 소멸시효가 지났을 경우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자살보험금 관련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자살보험금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취지에서다.

금감원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는 한편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보사에 보험업법에 따른 행정적 처분은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금감원은 보험업법 제127조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를 위반한 것을 행정제재의 근거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업법에서 규정한대로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했는지 여부가 제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혀왔다. 처음부터 생보사가 약관대로 이행했다면 자살보험금 논란이 빚어지지 않았을 거란 얘기다.

◇ 미지급 보험사 5곳…당국 줄제재 초읽기

현재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사는 삼성생명(1585억)·한화생명(83억)·교보생명(1134억)·현대라이프생명(65억)·알리안츠생명(122억) 5곳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9일 현대라이프생명을 제외한 4곳 보험사에 보험업 인허가 등록취소, 최고경영자 해임권고, 과징금 부과 등 제재범위를 통보했다.

징계수위가 가장 낮은 영업 일부정지 조치만으로도 보험사는 일부 판매상품과 지역단위로 영업이 제한되는 등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높은 수위의 제재 조치가 이뤄질 경우 영업권 반납으로 인한 영업정지, 최고경영자 교체 등 해당 보험사에 거센 파장이 일 전망이다.

제재 수위를 통보받은 4개 보험사는 8일까지 중징계 조치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하게 된다. 금감원은 이를 참고해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보험사는 생각보다 강한 제재 수위에 혼란스럽지만 우선 성실하게 검토해 소명 자료를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소명 자료를 통해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지도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제재수위 범위를 밝혔기 때문에 이를 불합리하다고 여긴다면 행정소송도 염두해 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제재수위를 통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밝힌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는 것이 모든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이 통보 대상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 금감원은 “정확한 이유는 밝히기 어렵지만 우선 현장 조사가 늦게 끝났지 않느냐”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현대라이프생명이 현장조사를 거치면서 자살보험금 지급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비췄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전에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하거나 늦게 지급한 보험사에 내린 제재수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자살보험금을 뒤늦게 지급한 메트라이프·흥국·신한·PCA·처브라이프생명(구 ACE생명) 5곳에 100만~600만원대 소액 과징금을 부과하며 경징계에 그친 바 있다. 보험사들이 향후 금감원의 행정제재를 두고 소송을 제기할 경우 자살보험금 논란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 10월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이 자살보험금 소멸시효가 만료돼도 법 제정 후 3년 안에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재해사망 보험금 청구 기간 특별법’을 대표발의 했다. 김선동 의원은 “이 법에 대해 보험사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생명보험사가 당연히 지급했어야 할 보험금을 주지 않은 것”이라며 “생명보험사가 불명확한 약관을 기업에 유리한 대로 해석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태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자살보험금 청구권이 소멸시효 만료로 사라지더라도 법 제정 이후 3년 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특정 보험계약자에 특혜를 주는 입법이며 소급입법이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 제정으로 대법원 판결을 무마시키는 것 역시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의견이다.



이은정 기자 lej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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