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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기술금융 실적 압박 속앓이

신윤철 기자

raindream@

기사입력 : 2016-11-21 00:51

당국 상대평가 부진은행에 패널티
건수 늘리는 부실심사로 손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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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기술금융 실적 압박 속앓이
[한국금융신문 신윤철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10월 25일 “정부는 기술금융을 통해 신성장동력 창출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에 도입된 기술금융은 담보나 실적이 부족한 기업들이 가진 기술력을 평가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의 기업 대출을 말한다. 주로 중소기업 등을 위한 정책인데 박근혜 정부는 기술금융을 창조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삼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정부가 치적으로 삼기 위해 무리하게 진행하다보니 관련 부실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패널티 물리는 방식에 은행 곤혹

은행들은 최근 기술금융 실적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기술금융 실적이 금융당국의 평가요소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연말에 기술금융을 얼마나 집행했는지에 따라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센티브를 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체계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밀어주는 정책에다가 불이익까지 피해야 한다는 동기 때문에 은행들이 무리하게 기술금융 실적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월말 기준으로 기술금융 누적 평가액이 가장 많은 은행은 IBK기업은행(13조 9376억원)이다. 이어 신한은행 9조 739억원, KB국민은행 7조 4725억원, 우리은행 7조 679억원 등의 순이다. 금융위원회는 정부 정책에 따라 기술금융 실적이 좋은 은행들에게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내는 직전반기 출연금의 일정 비율을 감면해 준다. 실적이 부진하면 반대로 가산금을 내야 한다.

올해 상반기 기업·신한·국민·우리·농협 등 6곳 중 기술금융 실적이 가장 좋은 기업은행은 약 90억원(10%)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반대로 실적이 저조한 농협은 63억원(7%)의 패널티 가산금을 내야한다. 1~2등까지는 인센티브를 받고 4~6등은 가산금을 내야 한다.

은행들의 불만은 평가 체계가 은행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아 상위권에 오르기 쉽다. 실적이 저조한 농협은행의 경우 주거래 고객인 농식품 업종 회사들은 특허 등 기술력을 입증하기 어려워 실적 평가에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또 농식품 회사들은 정부가 지정한 기술신용평가기관(TCB)대신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보증서를 받아 대출을 받는다. 이 경우 기술금융 실적으로 안 잡혀 기술금융이 단순히 제조업 중심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또 실적을 맞추기 위해 은행들은 금융 당국이 정한 월 12건의 기술평가보고서 제한을 반기로 묶은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8월에 2건의 기술평가 보고서 제출이 있었다면 9월에 24건의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다. 월별 제한을 반기로 묶어 72건만 맞추면 문제없다는 계산이다.

◇ 정부 개혁이 상황 악화

기술금융이 무리한 실적경쟁으로 내몰린 이유는 관련 인적·물적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빠르게 진행한 탓이 크다.

올해 6월까지 은행에서 취급한 기술금융 대출액은 45조를 넘었다. 당시에는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기술평가를 민간 평가기관에서 하고 은행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형식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술유망기업들은 혜택을 보는 원래 취지가 잘 지켜지고 있었다. 그러나 7월부터 은행이 기술평가를 자체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면서 실적맞추기식 부실심사가 양산되었다.

은행들에게 자체 심사권한을 준 이유가 기술금융 취지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는 점을 비춰보면 모순된 상황이다. 정부는 작년 6월부터 ‘기술신용대출 정착 로드맵‘에 따라 은행 자체 신용평가 능력을 배양하는 한편, 기술 평가의 질을 높이기 위해 움직였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한도증액 없는 대환 및 재약정을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단순 만기연장은 인정이 안되고 기술금융 신규 대출이나 만기연장시 대출 규모가 증액되야만 실적이 되게 만든 것이다. 이전에는 일반 대출로 1억원의 돈을 빌렸던 기업이 기술금융 명목으로 만기를 연장해도 그것을 실적으로 인정했다. 평가 시스템의 전면적인 변화였다.

금융위는 이런 방식으로 기술금융의 본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당시부터 무리한 경쟁을 조장하고 있다는 은행권의 비판을 받았다. 은행들은 기술평가의 전문성이 필요한 점과 그에 따른 리스크가 큰데 현 시스템에서는 은행이 모든 부담을 안고 간다는 인식이 있다. 리스크를 나눠지는 시스템이 있어야, 기술력이 있는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이 주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민간 기술평가사(TCB)의 해법은 은행과 금융위와 달랐다. TCB 중 하나인 한국기업데이터의 노동조합 측은 기술력이 지닌 회사가 TCB에 직접 기술 평가를 의뢰하고 금융기관이 그 평가 수수료를 부담하는 식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기술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업계 간 이해 충돌 속에 은행이 자체 심사 권한을 갖게 되면서 경쟁 속에 기술금융 실적이 늘어나길 정부는 기대했으나 상황은 반대로 흘렀다. 폭발하는 기술금융 건수를 기존 인력들이 다 소화할 수 없게 되면서 오히려 부실 심사 우려만 커졌다.

◇ 2년 새 수요 437배 증가, 인력 부족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TCB 각 사로부터 제출받은 ‘TCB 평가 인력 및 접수현황’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6년 6월말까지 은행이 기술평가기관 4사에 요청한 평가서 접수건수는 총 14만 4300건이었다. 이 중에 나이스가 6만 3600건, 한국기업데이터가 4만 4000건으로 2사 점유율(2개사 총합 10만 7633건)이 전체 접수건수의 75%에 달했다.

기술금융(TCB) 대출을 위한 평가서 제공기관 4사(나이스, 한국기업데이터, 이크레더블, 기술보증기금) 중 기술보증기금을 제외한 민간 3사의 평가인력 1인당 한달 평균 심사건수가 20건으로 매일 1건꼴로 심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작은 규모의 이크레더블의 경우에는 평가인력 1인당 한달 평균 평가건수가 약 25건으로 4사 중 가장 많았다.

또한, 평가사 4곳 중 상위 2개사의 접수건수 점유율이 75%에 달하는 등 쏠림현상도 심했다. 인력 대비 몰려드는 평가서 수요로 인해 부실심사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의 TCB 평가가 정량평가에만 치중해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술금융은 2014년 7월, 1,922억으로 시작해 16년 8월 현재 84조까지 437배나 증가했다. 건수는 14년 7월 486건이었으나 16년 8월 현재 17만 건에 달하고, 평가액만 50조 163억원이다. 갑자기 몰린 기술금융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기술평가기관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기존에 기술평가 업무를 담당했던 기술보증기금이 평가인력은 가장 많았고(581명), TCB 출범과 함께 기술평가를 시작한 나이스와 한국기업데이터는 200명이 되지 않았다. 가장 늦게 기술평가에 합류한 이크레더블(15년 4월 시작)은 124명에 불과하다. TCB 평가건수가 350배 가량 증가할 동안 인력확충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이에 따라 평가 인력 1인당 한 달 평균 평가 건수도 증가추세인데, 2015년부터 2016년 6월말까지 집계한 결과, 이크레더블이 1달 기준 25건을 평가해 인력 대비 가장 많은 접수서가 몰렸고, 나이스가 18건, 한국 기업데이터가 16건이었다. 민간 3사 기준 평가인력 1인당 한달 평균 심사건수는 20건으로, 평일 기준 매일 한건 꼴로 심사하고 있는 셈이다.

기존에 기술평가 업무를 지속적으로 해와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은 기술보증기금은 1.7건으로 평가기관 간 업무과중도의 큰 차이를 보였다. 기술평가기관의 전문인력은 268명으로, 전체 평가인력 1019명 대비 약 26%가량이었다.

제윤경 의원은 “TCB대출 수요가 폭증하면서 기술평가기관을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기도 했지만, 사실상 평가서 접수건이 특정 기관 2곳에 75%가 몰려있었다”면서 “은행의 평가서 접수가 평가의 신뢰도보다는 평가기관의 영업력 등에 좌우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제 의원은 “평가 인력 1인당 평가서의 과다한 집중으로 인한 부실심사는 향후 은행의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앞장서서 TCB에 대한 양적 평가를 지양하고 질적 평가를 유도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들이 가진 인력도 충분치 못한 상황이다. 은행들이 기술금융을 자체 평가로 실행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으로부터 레벨2 인가를 받아야 한다. 레벨2 심사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전문 기술평가 인력을 10명 이상 확충해야 했는데 전문인력은 △이공.자연계열 박사 이상 △변리사 자격증 소지자 △기술사 자격증 소지자 △기술평가기관 근무경력 3년 이상 보유자 등만 고용할 수 있다. 레벨 2부터 직전 반기 기술평가대출의 20%까지 자체적으로 대출할 수 있다. 그러나 20%에 불과하더라도 폭증하는 기술금융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

은행 기술금융 평가심의위도 지난 2월 레벨1으로 진입한 은행들의 TCB 심사 결과를 총평하면서 ‘기술금융 추진역량 및 의지는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기술신용평가 제도화나 평가서 질적 수준제고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레벨2 수준인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역량은 정부의 기술금융 로드맵에 따라 최종적으로 4단계까지 인가받을 수 있다. 레벨3에서는 직전 반기 기술신용대출의 50%를 자체평가로 시행할 수 있고, 레벨4에서는 100% 자체평가 활용이 가능하데 현재와 같은 상황이면 정부의 로드맵은 부실심사만 양산하는 상황이 된다. 금융당국은 주요 시중은행들이 레벨2에 진입하게 되면 하반기부터 약 1조 5000억원 규모의 기술신용대출이 은행 자체 TCB 평가에 기반해 우수 기술기업에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목표를 미리 설정하고 평가하는 방식 때문에 부실 심사를 초래했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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