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 본점
이번에 매각된 정부지분은 총 29.7%다. 원래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하고 있던 것으로 이 중에서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전략적 투자자(SI)는 지분 6%를 매입한 IMM 프라이빗 에쿼티(6%)와 각 4%를 매입한 한화생명ㆍ동양생명ㆍ한국투자증권ㆍ키움증권 등 5곳이다.
유진자산운용(4%)과 미래에셋자산운용(3.7%)은 투자이익을 목적으로 매입한 재무적투자자(FI)로 실제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존의 0.3%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에 최종적으로 4%를 확보했다.
◇내달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
투자자 중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은 동양생명과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5곳이다.
이 회사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는 내달 3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예정이다. 사외이사가 중요한 이유는 경영과 인사에 참여하기 때문인데 이들이 우리은행 새 은행장 결정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이사회가 구성되면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통해 우리은행의 새 은행장을 선임하는 절차를 내년 3월까지 진행하게 된다.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 공적자금위원회는 본입찰 제안서를 낸 투자자 가운데 사외이사 추천 여부를 제시한 곳을 상대로 심사를 별개로 진행했다. 주주 적격성을 비가격요소 심사에서 살펴본 것인데, 실제로 우리은행 지분 투자자는 처음에 8곳으로 알려졌으나 심사에서 한 곳이 떨어져 최종적으로 7곳만 참여하게 되었다.
현재 예상으로는 올해 주총을 통해 새 이사회는 총 14명의 사내외 이사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우리은행 이사들의 임기는 올해와 내년 초에 대부분 끝난다. 이광구 행장을 비롯해 이동건 영업지원본부그룹장, 남기명 국내 그룹장, 정수경 상임감사 4명의 사내이사 전원의 임기는 내달 30일까지다. 기존 사외이사 6명 중 4명의 임기는 내년 3월이다. 기존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되면 내년 3월이후에는 10명 내외에서 이사회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 확실한 민간 주인없어 정부 입김 우려
이광구 은행장의 기존 임기는 내달 30일까지이나 행장과 상근감사는 관련 법상 공석으로 둘 수 없어 후임자가 결정되는 내년 3월 주총까지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
민영화된 우리은행의 자율성을 알아보는 바로미터는 새로운 은행장 선출에 있어 정부 입김이 얼마만큼 적게 미칠 지에 달려있다. 정부는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단일 최대 주주는 지분 21.4%를 보유한 정부라는 점에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예보가 보유한 잔여지분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매각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 결과, 민간 투자자들이 몸을 사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정부가 여전히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 상태가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특히나 우리은행의 행장을 임명할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지속적으로 터져나왔기에 새 은행장 선임에 있어 잡음이 일어난다면 무늬만 민영화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새로운 지배구조가 다수의 과점주주로 구성되더라도 확실한 민간 주인이 없어 정부 영향력이 큰 변형된 형태의 낙하산 인사 논란도 예상되고 있다.
◇ 새 지분 참여자들과 시너지 효과 고민
새로운 투자자들은 비은행 부문들의 전문 기업들 위주여서 추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를 부르고 있다. 우리은행도 이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다. 14일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사내 방송을 통해 민영화 이후의 행보에 대한 힌트를 남겼다.
이 행장은 "여러분이 성공적 민영화의 주역이고 새로운 우리은행 역사의 주인공"이라며 "과거 4번의 아쉬운 결과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해준 우리 가족이 있었기에 4전 5기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금보험공사와의 MOU에 따른 여러 제약과 지주사 해체, 자본 적정성 이슈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 건전성, 성장성 모든 부문에서 1등 은행의 지위를 확고히 해 올해 뛰어난 실적과 성공적 민영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었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를 통해 은행장 선임을 포함한 모범적인 은행지배구조를 정착시켜나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지속성장을 위한 중장기 계획과 비전을 세우고 경영 안정성도 확보할 것이라며 "새 과점주주체제로 투명성이 강조되는 만큼 청탁이 통하지 않고 철저히 성과나 업무 능력으로 인사가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내년 5대 신성장 동력으로 △금융 지주 체계 구축 △생애주기에 맞춘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 △금융플랫폼 네트워크 지속 강화 △글로벌 시장에서의 질적 성장 도모 △이종산업 진출 활성화와 IB 분야에서의 다양한 수익 기회 도모를 제시했다.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투자자들과 협력해 극대화 하는 것이 우리은행의 전략이다. 우리은행이 노리는 시너지는 우선 글로벌 분야다. 현재 동남아를 중심으로 234개 해외 네트워크를 두고 있는 우리은행은 질적 확대에 나서는데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해외 고객망, 온라인 채널에 자산관리, 보험 등 과점주주의 강점을 결합, 동남아시아에서의 우리은행 저변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이 공을 들이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도 비은행 고객 확대라는 호재를 맞았다. 인터넷 전문인 ‘키움증권’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과의 협력은 우리은행에 비은행 고객을 유치할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한화생명’도 최근 세계 최대 개인간 대출(P2P)업체인 렌딩클럽 지분(4.1%)를 인수하는 등 보험업계에서 가장 핀테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양한 협력방안 모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너지효과가 제대로 난다면 공동상품 출시와 교차 판매 등 수익성 향상의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동양생명’의 최대주주는 중국계 안방보험인 만큼 향후 안정적인 자금 마련과 더불어 중국 시장 공략에도 탄력을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추후 금융지주사 전환까지 논의할 수 있게 된다. 은행업 하나로는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는 가운데 이 행장 등 경영진들도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광구 행장은 지난 8월 매각방안 발표 후 “정부 보유지분 30% 매각에 성공한다면 증권.자산운용사 등 자회사를 꾸려 지주사 체제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