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현대증권
현대증권의 전신인 국일증권이 1975년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지 41년 만이다. 지난 1977년 현대그룹에 인수된 뒤 1986년부터 지금의 상호를 사용해왔다. 올해를 기점으로 5대 증권사 중 대신증권과 삼성증권을 제외한 대우·현대·LG증권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과 KB금융지주, KB투자증권은 1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현대증권을 KB투자증권으로 합병하는 내용을 결의한다.
이사회 결의가 끝나면, 금융당국의 합병 인가와 합병 승인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부터 현대증권은 KB증권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현재 현대증권 일부 직원들은 이미 통합KB증권 명함을 이용하고 있다.
앞서 현대증권은 지난 4일 여의도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KB금융지주과의 주식교환 안건을 승인했다. 찬성률은 92.3%였다.
KB금융지주와 현대증권 간 주식교환 비율은 1 대 0.1907312로 현대증권 주식 5주에 KB금융 주식 1주의 비율이다. 현대증권은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됨에 따라 1일 자로 상장 폐지된다.
◇ 영광과 오점 교차
현대증권의 41년 역사는 파란만장했다. 1997년 닥친 IMF 위기는 현대증권에게 오히려 기회였다. 경쟁사들이 사라진 IMF 직후인 1998년 현대증권은 모그룹을 등에 업고 사세를 확장해 갔다. 현대증권은 1999년 3월 ‘바이코리아 펀드’를 선보이며 국내 주식형펀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채권형 펀드가 대부분이던 시절 국내 주식형 펀드가 이처럼 인기를 끈 사례는 처음이었다.
바이코리아 펀드는 출시 4개월 만에 수탁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대우그룹 부도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현재 이 바이코리아 펀드는 한화그룹의 한화자산운용으로 넘어와 ‘코리아레전드’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또한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은 현대증권의 오점으로 남았다. 1998년 현대증권이 현대중공업 자금 2134억원을 동원해 고가 매수주문 등의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남긴 사건이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같은해 9월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속돼 유죄를 받았다. 이후 이 전 회장은 “자기가 죄를 뒤집어썼다”며 현대가 정몽준 전 의원을 고발한다. 하지만 정 의원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 KB금융에서의 새 역사
통합 작업이 완료되면 KB증권은 내년 상반기 6조7000억원의 미래에셋대우와 4조5000억원의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3위의 대형 증권사(3조9000억원 예상)로 탈바꿈하게 된다.
현대증권은 작년 10월 일본계 금융자본인 오릭스에 매각될 예정이었지만 계약이 무산되며 KB금융의 품에 안겼다.
한때 주가 5만원대를 기록했던 현대증권이지만 상장폐지를 앞두고 거래됐던 지난 14일 종가는 7370원이었다. 지난 17일부터 현대증권 주식은 매매거래 정지된 상태다.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12월 현대증권의 매각을 결정했다. 이후 현대증권은 영업력에서 타격을 받아왔다. 최근 현대그룹은 29년 만에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관련 업계는 KB금융의 영업망과 자본력이 현대증권과 좋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금융 역시 한국형 메릴린치를 거론하며 원대한 유니버셜 뱅킹 플랜을 밝힌 바 있다.
지난 임시주총에서 현대증권 윤경은 사장은 “증권사 하나의 영업망 가지고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KB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영업채널과 40만명의 고객을 더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증권사 자체 영업력의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최근 KB금융은 ‘해외배당주 혼합형 펀드 2종’을 은행과 KB투자증권, 현대증권에서 동시 판매에 나섰다. 또한 복합점포를 늘려가며 공격적 영업태세를 꾸려가고 있다.
한편 통합 증권사의 첫 수장이 누가 될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윤종규닫기

통합KB금융의 초대 사장 후보는 외부 인사와 내부 인사로 나뉘어져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연말 정기 인사 시즌에서 발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통합 초기인 만큼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과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이동철 KB금융 전무,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 등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