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 부유신·설범영 조사역은 30일 '경직적·신축적 물가의 움직임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번 보고서는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품목들 중 가격이 경직적으로 움직이는 품목과 신축적으로 움직이는 품목으로 나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맞춰 경직적 물가와 신축적 물가로 분류해 최근 저인플레이션 현상 원인을 추적했다.
기상여건 변화에 민감한 농·축·수산물 가격은 신축적 가격에 속하지만, 유류·내구재·화장품·가공식품 등은 경직적 가격에 속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경직적 물가가 52%로 신축적 물가(48%)보다 소폭 높다.
반면, 정부의 직·간접적 영향을 크게 받는 규제가격을 제외하고 시장가격만을 대상으로 하면 오히려 신축적 물가 비중(54%)이 경직적 물가(46%)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공공서비스 및 전기·수도·가스요금 등 규제가격을 제외한 시장가격만을 대상으로 경직적·신축적 물가지수를 산출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하반기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경직적 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2% 내외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축적 물가 상승률은 2012년 초반부터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초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신축적 물가에 포함된 석유류 가격이 국제 유가 하락으로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경직적 물가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잘 반영할 뿐 아니라 소비자물가 예측에도 유용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는 메뉴비용 등으로 가격변경이 용이하지 않은 경제주체가 가격 설정시 현 경제상황보다는 향후 예상을 반영해 가격을 설정한다는 이론적 예측과 부합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축적 물가는 현 경제상황에 대한 정보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가격변경이 용이한 경제주체의 경우 경제여건 변화에 대응하여 신속하게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는 이론적 예측과 부합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경직적 물가와 신축적 물가를 통화정책 수립 시 참고지표로서 활용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경직적 물가는 인플레이션 기대의 안착 여부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고, 신축적 물가는 국내총생산(GDP) 통계가 다소의 시차를 두고 발표되는 현실에서 신속한 경기판단에 유용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어 통화정책 수행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보고서는 "이번 분석 결과는 최근의 저인플레이션 현상이 규제가격과 석유류가격 변동에 크게 기인하며, 이러한 일시적 요인들의 영향이 사라지면 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결론지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