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한은 임직원 대상 '한국경제 성장환경 변화와 정책대응' 강연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박승 전 총재는 이같이 밝혔다.
박승 전 총재는 "저출산·고령화는 우리 국민이나 정부가 당장 문제가 아닌 것처럼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의 최대 걸림돌이며 장기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우려도 언급됐다. 박승 전 총재는 "내후년부터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음식점, 주유소, 노래방, 골프장 등 모든 부문의 수요가 줄어든다"며 "이것이 디플레이션이고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박승 전 총재는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문제"라며 "우리 경제 활력이 꺼져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박승 전 총재는 결혼, 출산, 육아, 교육에 대해 사회가 부담을 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박승 전 총재는 "정부는 그린벨트에 신혼부부 전용의 장기저리 임대주택을 지어 주거 문제 어려움을 해결해 줘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수출, 투자 부진 상황에서 국민소득 한 축인 소비를 일으켜야 하며, 이를 위해 가계의 소득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박승 전 총재는 "투자와 수출이 중국의 저비용에 밀린 상황에서 현재 2% 성장을 넘으려면 가계 소비가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승 전 총재는 "과거엔 '선성장, 후복지'였다면 앞으로는 성장과 복지 병행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폭염 속에 논란이 됐던 한국전력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경제학적 소견도 제시됐다. 박승 전 총재는 "한전은 산업용 전기요금에서 밑지고 가정용에서 많이 받아 대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이익을 보는 것"이라며 "가계는 성장 누출, 대기업은 성장 견인이라는 구시대적 모델"이라고 비판했다. 개선방안으로 박승 전 총재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고 가정용은 내려 원가를 보상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박승 전 총재는 "정부나 국민은 당장 즉효있는 정책에 관심을 갖더라도 중앙은행은 10~20년 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기관"이라며 "한은이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경제성장, 고용, 양극화 등 폭넓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장기적 관점에서 금리 결정, 가계부채, 부동산 문제에 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